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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교원평가,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 (2009. 9. 11)

by 답설재 2009. 9. 11.

 

 

 

교원평가,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

 

 

 

  2004년 2월, 교육부에서 교원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지 5년여의 논란 끝에 지난 8월 10일, 그동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이 시책에 줄곧 반대해오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전격적 수용으로 교원평가 문제는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2005년 11월, 교원평가 정부시안 및 부적격 교원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48개 시범학교를 지정했고, 2008년 12월에는 의원입법안이 발의되었으며, 금년 3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시범학교를 1570개교로 확대했다.

 

  또 금년 4월에는 교원단체의 주장을 반영하여 인사연계 조항을 삭제한 추진방안이 발표됐고 이 방안에 따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여 현재 계류 중에 있다. 지난 7월, 교과부장관은 ‘법제화와 상관없이 전면시행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3월부터 전면시행하겠다는 것이 교과부 계획이다.

 

  개정안의 골자를 보면, 교사는 매년 수업지도 및 생활지도, 교장․교감은 학교운영 전반을 평가받게 되며, 평가자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그 학교 교원들, 만족도 조사는 학생, 학부모가 된다. 즉 학생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한 만족도, 학부모는 교사의 학급경영과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평가한다. 또 시․도교육청과 각 학교에는 교원, 학부모, 외부전문가, 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평가관리위원회가 설치되고, 평가결과는 우선 교원의 능력개발을 위한 연수 등의 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여론은 교원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대체로 꼭 실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 당위성에 대한 갖가지 의견이 구체적으로 대두되어왔다. 교수들은 “나도 거부감을 가졌으나 막상 학생들의 평가를 받아봤더니 자기성찰과 발전의 동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초중등교원들이 받을 평가와 그 성격이 동일하지는 않아서 때로는 공허하게 들렸다. 보다 강력한 의견은 교육에는 ‘경쟁’이 필수적이며 교사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교원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한국교총의 ‘전격수용’ 이후 이 주장들은 ‘내친김에 더 나가자’는 식으로 불붙고 있다. ‘평가를 통한 교사의 경쟁력 제고만이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은 물론이고, ‘교사전문성은 평가․상벌 시스템이 관건’이라는 무서운 주장도 나왔다. 심지어 한 신문은 서울의 어느 교원평가 시범학교를 소개하며 ‘스승의 날 작은 선물도 거절한 담임선생님’ ‘자녀가 전교 부회장 됐는데 엄마는 학교 못 오게’ 등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럴까 싶은 사례들을 대서특필했다.

 

  덩달아 다른 신문은 익명의 교과부 고위관계자 인터뷰 내용으로 ‘교원능력평가 정착 땐 인사기준 활용’ ‘기준미달 3회 땐 직종전환, 의원면직 가능’ ‘근무평정제도와 점진적 통합추진’ 등으로 밀어붙이는 기사를 실었다. 이제 교원들은 어떤 수준이든 평가를 받게 됐다는 것을 각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정신을 차려야 할 곳은 학교와 교원들이 아니라 바로 교과부다.

 

  교원평가가 잘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면 교과부는 절대적으로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 그동안 교원들은 왜 거부감을 나타내었는가, 교원평가는 교원 간에 경쟁을 시키기 위한 것인가, 어떻게 해야 교원들이 평가를 통해 자기성찰을 하게 될까, 어떤 평가지표와 문항을 제시해야 신뢰도와 객관도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한다.

 

  교사의 사명은 수업지도와 생활지도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므로 어처구니없는 주문일지 모르지만 교사들이 “이제 우리는 학생지도에만 전념하겠다”고 할 때 오히려 당혹감을 느껴야 할 부분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평가결과는 인사와 연계하지 않고 일단 연수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라면 그것부터 신중하게 실천해야 하며, 더디더라도 평가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후에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가령 ‘열린교육’의 강력한 추진이 평가 때문에 교실과 복도의 벽부터 헐어내는 우스꽝스런 경쟁을 통하여 드디어 이 나라에서 싹도 없이 사라져간 희한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