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그려보는 우리 교육의 미래
“교육과정은 미래 세대를 위한 미국의 희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 미국인들이 우리의 가치관을 실현하려는 시도(試圖)는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리 미국 교육의 어떤 영역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처럼 어렵고 복합적이고 드라마틱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은 없다.”
매사추세츠 주 교육과정 서문에 등장한 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조직에서부터 교육과정정책 관련 행정에 대한 비중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은 이처럼 학교교육의 핵심․본질․기준이 되는 것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에 소홀한 나라를 찾을 수가 없다.
지난 1월에 설치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마련 중인 ‘미래형 교육과정’의 내용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교육과정에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기대를 담게 되고 우리가 우리들 한국인의 가치관을 실현하려는 시도는 그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 모습을 찾고 미래의 우리나라를 그려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분석을 결코 무용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밝혀진 바로는 국민공통 교육과정은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단축되고 초등학교 전 학년의 수업시수가 6교시로 통일되며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3년으로 확대된다. 또 학기당 이수 교과목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10개 교과를 국어, 수학, 사회, 과학기술, 외국어, 체육, 예술 등 7개 교과군으로 축소 조정하는 한편, 학년․학기별 집중이수를 통해 학년별 이수과목 수를 6~8과목으로 편성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별도의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으로 이미 밝혀졌지만 교과별로 20% 범위의 증감운영도 허용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을 개편해 세분돼 있는 선택과목을 통합하고 인문사회․수리과학․외국어․체육예술․교양 등으로 계열화함으로써 특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고교 내신제를 현행 상대평가에서 ‘성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점철된 적이 있는 절대평가 형태로 환원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시안의 적용을 예상해보면 국민공통 교육과정의 기간조정은 학제와의 일치,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필요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과목 축소, 고교 내신평가제 변경, 초등학교 수업시수 확대 등은 우리 교육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상화하거나 그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해도 의견수렴 과정에서 어느 것 한 가지도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 교과별 20% 증감운영 또한 과연 어느 학교가 국․영․수를 제외한 다른 교과에 대해 그 필요성을 절감한 확대운영을 시도할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시안대로라면 단위학교별로 교육과정 편성 작업이 변화하고 현재보다 복잡해질 것은 확실한 반면 초․중학교의 경우 어느 부분에서 학교별 자율성이 보장되며 그러한 자율성은 어떤 점에서 효과적인지 의문스럽다. 또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교육과정의 개편에 따라 대학입학전형방법이 변화할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학교교육방법과 학생들의 학습태도 자체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교육’이 획일적 강의를 통한 정태적 지식 전달에 매몰된 점으로, 우리 교육을 본질적으로 분석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자율성․창의성․사고력의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그러려면 우리 교육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나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한 대로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고 단체생활이나 여행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미래형 교육과정’은 그런 관점에서 어떤 점이 미래 지향적인지 포괄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교육과정 개정의 특성에 비추어 제언한다면 그것은 단시간에 결정해도 좋을 만큼 아주 간단한 작업이 아니므로 충분한 기초연구와 광범위한 의견수렴, 토론, 현장검토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 수시부분개정은 결코 일시전면개정의 틀을 허물었다는데 의의가 있는 단순한 논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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