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교육과정과 우리 교육의 미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안에 따르면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은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단축되는 대신,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3년으로 늘어난다. 즉 초등 1학년에서 중 3까지의 교육과정은 국민공통으로 운영되고, 고교 3개 학년은 선택 교육과정만 운영해 학교별 자율적 수업이 가능해진다.
또 학기당 이수 교과목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10개 교과군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기술, 외국어, 체육, 예술 등 7개군으로 축소하는 한편, 고교 내신평가를 현행 상대평가에서 ‘성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점철된 적이 있는 절대평가로 다시 환원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4교시인 초등 1․2학년 수업에 교과외 활동을 포함해 자율적으로 6교시까지 연장함으로써 초등학교 연간수업시수를 6개 학년 모두 6교시로 맞추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안을 일별하면,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의 기간 문제는 그동안 논의가 계속돼왔고, 학제와의 일치,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등을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과목 축소, 고교 내신평가제 전환, 초등학교 수업시수 확대 등은 우리 교육의 비능률적인 부분을 정상화하거나 그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해도 의견수렴 과정에서 어느 것 한 가지도 쉽게 그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이 시안이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데 대해 과연 그 어떤 점이 미래 지향적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국가교육과정은 대체로 교육의 목표, 교육내용(학습경험의 내용), 교육방법(학습경험), 교육평가(학습성과)로 구성되며, 학교현장의 자율성이 확보된 나라일수록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에 대해 교육현장을 통제하기보다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는 교육목표와 그에 따른 평가에 보다 강력하게 관여하는 경향이다.
가령 영국이나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중등),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국가 또는 주 정부에서는 교육내용이나 방법에 관여하기보다 현장의 요구에 따른 지원에 힘쓰는 나라들로, 교과서도 우리처럼 국․검정 도서를 사용하지 않고 자유발행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을 예로 들면, 지난 4월, 주교육장관협의회 및 주지사협회의 합의로 모든 초․중․고교에 대해 공통의 평가를 실시하고 교재를 개발해 나가는 등 학력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5월, 학업성취도가 부진한 5000개 초․중․고교를 5년에 걸쳐 폐쇄하고, 교장․교사를 모두 교체해 다시 개교시킨다는 대담한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정부가 교육목표와 평가관리에 집중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방법에 치중하고 있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은 제7차 교육과정의 교육내용만 바꾼데 지나지 않고, 교육행정 또한 약간씩의 규제완화를 통해 ‘붕어빵 교육’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획일적인 학교교육을 선심 쓰듯 자율화해주고 있다.
본래부터 현장의 권한이었어야 할 학교운영의 핵심권한을 학교장에게 부여하겠다는 자율화 추진방안도 그런 조치이고, 자율형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교 50개 등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또한 교육방법 개선계획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 1000개교 선정, 특목고 입시제도 개선, 면소재지 110개 초․중학교 ‘전원학교’ 지정, 중․고교 이동수업 등 현재 관심을 모으고 있는 허다한 정책들이 교육방법 개선에 초점을 둔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학교들이 모두 지정되면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은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과연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이후에는 우리 교육의 앞날을 위해 또 어떤 정책이 제시돼야할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육의 미래 모습은 어떤 것이고, 우리는 어떤 인간을 길러야 하는가. 마땅히 그 지표부터 정립해야 한다. ‘미래형 교육과정’은 앞으로 폭넓고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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