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30일 학교교육을 다양화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간 경쟁을 통하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학교자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교원인사 등 학교운영 관련 핵심권한을 교장에게 직접적으로 부여하고 자율학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 방안에 대해 지난해 4.15 학교자율화 조치로 29개 지침을 폐지하고 장관의 일부 권한(13개 업무 관련)을 교육감에게 위임한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4.15 학교자율화의 취지는 이름 그대로 그동안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제한해온 불합리한 지침을 폐지함으로써 학교교육을 자율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학교는 여전히 ‘불조심’, ‘학교폭력 자진신고기간’ 같은 간단한 현수막 하나도 자율적으로 내걸지 않고 그 내용이나 위치까지 지시대로 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름만 ‘학교자율화 조치’였지 실제로는 교과부의 직접적 규제사항과 수많은 권한 중 일부를 교육감에게 이관․이양(위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교과부 보도자료에도 명시돼 있으므로 ‘학교자율화’는 명분에 지나지 않고 교육청과 학교를 상대로 책임전가만 이루어진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 역시 방향은 옳다. 우선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알건 모르건 교육과정 기준에 제시된 학년별․교과별 수업시수만 충족하면 그만이다. 즉 설정된 목표는 겉치레에 지나지 않지만, 수업시수에 관한 기준은 단 한 시간도 어길 수 없는 강력한 규제사항이 된다.
따라서 교과별 연간 수업시수의 20% 범위로 증감(增減)이 허용된다면 교과부 예시대로 성취도가 낮은 교과를 더 많이 가르치고, 예술․체육교과 수업을 더 많이 해서 전인교육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예시는 낭만적인 예측에 지나지 않아서 자칫하면 국민공통기본교과라는 ‘외양간’조차 태워버릴 수 있다. 언론은 당장 기정사실처럼 ‘국․영․수 수업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연간 각각 136시간이 늘어난다는 계산까지 제시했다. 교과부가 그러한 예를 들지 않은 것은 내심으론 국․영․수 중심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당연하다고 본 것일까, 혹은 그러한 예측을 아예 하지 못한 것일까.
교장의 책임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모든 학교의 교사초빙권을 정원의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교원인사 자율화 방안도 우려되는 점이 많다. 즉 대도시는 대도시대로, 농어촌은 농어촌대로 그 지역 내에서 실시하기에 적당하여 현재까지 시행된 순환근무제의 장점을 퇴색시킬 수도 있다. 교장에게도 인사권을 좀 주겠다는 방안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현 제도의 장점조차 놓치고 새로운 문제점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데 유념해야 한다.
두 차례에 걸친 학교자율화 조치로 교장의 학교자치가 가능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교사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열심히 하겠다는 교장을 찾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순진한 논리일 뿐이다. 시뮬레이션이나 사례연구를 통해 부작용과 문제점이 다 분석되어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필수적이다. 그것은 학교선택권의 보장이다. 미국처럼 성적이 나쁜 학교는 폐쇄하겠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의 관점도 교정돼야 한다. ‘막강 교장 시대 내년 활짝’이라고 했지만, 가령 교과별로 20% 범위 내에서 연간 수업시수를 증감하려면 교장은 그만한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막강한 권한으로 무턱대고 결정해서도 안 되고 무한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해서도 큰일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에서 기본취지가 잘못된 예는 거의 없었다. 다만 시행과정의 부작용, 문제점으로 훼손되고 변질되었다. 그러면서 규제와 제한이 늘어나고 숨막히는 획일화가 고착됐으며, 정부가 시간표까지 짜주면서도 정작 교육의 질은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한심한 상태에 이르러 자율학교를 늘이고 학교자율화방안까지 내놓게 됐다.
우려되는 부작용, 문제점을 미리 세밀하게 분석하여 시행할 때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들이 하나하나 해결될 것이다. 교육과정, 교원인사 자율화의 기본방향은 옳다. 다만 그 부작용과 문제점에 따른 해결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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