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한 교실에 60~70명을 ‘수용’해서 가르쳤다. 한 가정의 자녀수가 어림잡아 6,7명은 됐으므로 열 가구의 자녀만 모아도 교실 하나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교실이 지금보다 너른 것도 아니어서 교사나 아이들이나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운 ‘콩나물교실’로 불렸다.
“얘들아, 똑바로 앉아라. 내 설명을 정신 차려서 들어라!” 그것이 유일한 수업방법이었다. 일제식 수업, 획일적 설명, 그 방법 외의 신통한 방법은 이론에 그쳤고, 실천을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 잘 설명하고 잘 듣는 것이었다. ‘수준별 학습’ ‘개별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맞춤형 지도’는 사치스러웠으므로 아예 얘기도 없던 시절이었고, OECD 국가들의 학급당 평균인원 25명 내외는 꿈같기만 했다.
암울하기만 하던 그 시절이 어느덧 ‘옛날 얘기’가 됐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6년 현재 우리나라 초․중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OECD 평균의 1.5배, 교사 1인당 학생수는 1.6배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다수준이지만, 초․중․고 학교수와 교사수 증가가 최근(2003~2007)의 추세대로라면,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5년, 고등학교는 2018년에 2006년 기준 OECD 학급당 평균 학생수(초 21.5명, 중 24명)와 교원 1인당 평균 학생수(초 16.2명, 중 13.3명, 고 12.6명)에 도달하게 된다. 또 그때부터 교사 과잉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2007년에 1036만명이었던 초․중․고 학령인구가 2010년 990만명, 2018년 791만명, 2030년 616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2006년 기준 OECD 학급당 평균 학생수를 유지할 경우 필요한 초․중․고 학교수는 2018년에는 1만749개교인데 비해 실제로는 1만2576개교(117%)에 이르게 된다.
또 교사 1인당 학생수를 OECD 평균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필요한 교사수는 38만2000명인데 비해 실제로는 48만1000명(126%)에 이르고, 학교수도 2030년에는 기준에 비해 초 162%, 중 166%, 고 158%가 되며, 교사수도 초 189%, 중 196%, 고 154%로 공급이 넘칠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의 이러한 예측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평균의 오류’일 뿐이며 ‘교사가 남기는커녕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선 2007년 현재 교사수에 포함된 영양, 보건, 상담, 사서교사 등 비교과 교사가 1만명에 가깝고, 농어촌에는 상치교사와 순회교사가 늘어나는 반면, 과밀학급 수는 2008년 현재 전체학급의 33%인 7만9237개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도 학교수와 교사수, 학급당 학생수 등 물량으로는 곧 OECD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며, 교사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서 ‘자격증을 가졌다고 모두 교사로 임용될 수는 없다’는 교육정책이 실현됐다는 사실이다.
교사수 확보가 정책적 판단의 주안점인 시대가 지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교사를 공급해야 하는가에 중점을 두어야 하게 된 것이다.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는 일은, ‘보다 많은 교사’를 양성하는 일보다 어렵다. 현행 교원양성체제로는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교원의 전문성이나 책무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나아가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고력 향상에 중점을 두는 교사양성이 어렵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교원양성대학 개편을 논의한지가 오래됐지만, 이해집단의 의견조정 자체가 요원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교사가 되기 위한 학생들은 교원양성대학의 강의가 평범하고 고루한 것을 참고 견뎌야 한다. 그나마 임용고사는 별도 교재, 별도의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우리는 그런 교사들에게 교사로서의 고도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교사수 확보보다 교사의 전문성과 책무성 함양이 교원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60~70명을 대상으로 “내 설명을 잘 들어보라”고 하던 교육이 6,7명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내 설명을 잘 들어야 한다”는 식이라면 그런 교육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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