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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권정생 소년소설 《몽실 언니》 권정생 소년소설 《몽실 언니》 이철수 그림 창비 2018 개정 4판 24쇄 1 동네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빌렸습니다. 등표지에 "교과 6학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교장이었을 때 "몽실 언니" "몽실 언니" 하는 걸 듣긴 했지만 "나는 안 읽었네." 말하진 않았으니까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나 '교장은 읽었겠지?' 했을 것입니다. 이제 몰래 읽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느낌입니다. 어디서 몽실 언니를 실제로 봤을 것 같습니다.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게 볼썽사나워서 스치는 그 순간도 참지 못하고 외면했을 것입니다. 그게 나의 본래 성정일 것입니다. '어언 80대를 가고 있을 그녀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꼽추 남편과 그 슬하에서 성장한 두 남매는 잘 지내겠지? 신분상승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들.. 2019. 2. 12.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지음 《쓰기의 감각》 Bird by Bird : Some Instructions on Writing and Life 최재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1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다듬는 방법 *쓰는 사람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 *계속 써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들 *그럼에도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 *마지막 수업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가 혹은 작가가 되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글을 쓰려면 삶의 감각을 깨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2 작가 자신의 삶과 경험에 관한 얘기다. 그게 좋게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000살 남자」를 보면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인 멜 브룩스의 단골 대사가 나온다. 정신과 의사가 자기 환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2019. 2. 1.
박두순 엮음《하늘 고치는 할아버지》 가슴으로 읽는 동시 《하늘 고치는 할아버지》 박두순 해설하고 엮음, 열림원 2019 1 박두순 시인이 수요일 낮에 좀 만나자고 했습니다. 오래전에 한 약속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책이 나왔다고, 그 책이 아주 예쁘다고 했습니다. '이런! 책이 나왔다고? 예쁘게 나왔다고?'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릴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하늘 고치는 할아버지』 우송되어 왔습니다. 그 '예쁜 책'입니다. 2 어른들 읽으라고 만든 '동시 해설집'입니다. 면지 한 페이지에 단 두 줄로 된 글이 있습니다. 마음이 고장난 이 시대 어른에게 이 짧은 글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서러워진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아, 내 마음은 왜 이렇게 고장이 났을까.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2019. 1. 24.
"보지 않고도 믿고…" 1 상인들 중 장난기가 있고 재치 있는 사람이 돈키호테와 주고받은 대화입니다.1 "기사님. 저희들은 기사님께서 말씀하신 그 훌륭한 여인이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을 좀 보여주십시오. 그분이 정말로 기사님께서 표현하신 대로 아름답다면 기사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기꺼이 고백하겠습니다." "내가 너희들에게 그녀를 보여준다면 그렇게 분명한 사실을 고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중요한 것은 그녀를 보지 않고도 믿고, 고백하고, 확신하고, 맹세하고, 받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녕 너희들이 맹세하지 않는다면 나와 결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기사도에 따라 한 사람씩 덤벼도 좋고, 너희 같은 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못된 관습이나 습관대로 한꺼번에 덤벼도 좋다. 어쨌거나 나는 나의 신념에 따라 여기에서 너희들을 상대.. 2019. 1. 23.
안동립 《솔롱고스가 이어준 몽골》 《솔롱고스가 이어준 몽골》 비지아이, 2018 1 사진이 대부분이어서 몽골 구경을 쉽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안동립 선생이 이 책을 냈습니다. 안동립 선생이? 아니, 여러 사람이 냈습니다. 차례와 판권 페이지를 보면 많이 헷갈립니다.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습니다. 머리말·안동립, 이일걸 몽골 알타이 산맥 답사기(11~86)·안동립 아르항가이 주의 적석총과 사슴돌 비석 분석(87~94)·이일걸 몽골의 전통종교 이해(95~106)·윤승용 내 마음 훔친 몽골!(107~168)·오문수 고통 속의 아름다운 추억(169~173)·최성미 말똥 줍는 여인이 그립다(174~186)·강명자 희망의 나라, 몽골 올스~(187~196)·궁인창 드넓은 대지를 품은 땅-몽골(197~202)·하성인 고비에서 고비를 넘기.. 2019. 1. 18.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2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문학동네 2013 내 입장에서는 시론(時論)의 전범(典範)이라고 해야 할 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 글(이 책 43~45)은 바로 그런 경우여서 여기에 실어놓고 싶었다. 주제는 내가 설정하는 것이니까 다만 '눈'에 관한 것이다. 불문과에서는 무얼 하는가 우리 세대가 대학을 다닐 때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은 주로 두 사람이 방 하나를 사용하는 하숙집에서 기거했다. 내가 만난 '룸메이트' 가운데 법대생이 둘 있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상수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학창 시절 온갖 책을 가리지 않는 독서광이었고, 글을 잘 썼으며, 입을 열면 시정이 넘치는 말을 쏟아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또 한 사람은 오로지 고시 공부에만 전념하는 학생이었다. 새벽부.. 2019. 1. 16.
아흐메드 사다위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아흐메드 사다위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in Baghdad 조영학 옮김, 더봄, 2018 1 종파 간에 싸움이 벌어져 정부군이 나서고 미군도 진주하고 있는 바그다드에서는, 차량폭탄이든 뭐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고 걸핏하면 대형 폭발이 일어나 사람들이 죽고 건물도 부서져나간다. 인간의 탐욕, 야망, 과대망상, 무참한 폭력이 끝없이 벌어지는 그 신산한 거리에 저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나타난다. 신과 하늘의 도움으로 범죄자들을 모두 응징하리라. 마침내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할지니, 이제 더 이상 고통 속에서 이 땅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며, 하늘에서나 정의를 기대하며 한숨지을 필요도 없으리로다.(153) 2 괴물? 그렇게 끔찍한 몰골은 생전 처음이었다. 신께서 저런 얼굴을 만.. 2019. 1. 9.
이승우 『캉탕』 이승우 『캉탕』 현대문학 2018년 11월호 (…) 청춘의 날 같은 것은 그에게 없었다. 허덕이며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보냈다. 그는 미친 것처럼 살아왔다. 그에게 세상은 전쟁터와 같았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매일 싸워야 했다. 한순간도 마음을 내려놓고 살지 못했다. 세상이 그에게 전쟁을 건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세상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그는 평화를 믿지 못하는 자였다. 평화를 바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평화로울 수가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자였다. 평화를 바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평화를 공급받은 적이 없는 그는 평화를 누릴 수 없었고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평화의 세상, 평화의 시간처럼 보이는 어떤 상태를 그는 .. 2019. 1. 7.
칩 히스·댄 히스 《순간의 힘》 칩 히스·댄 히스 《순간의 힘》 The Power of Moments 박슬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작가상세정보 | 관심작가 등록 1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고 싶기 때문에 옆에 자기개발서가 자꾸 쌓이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무슨 기준 같은 게 없어서 어쩌다가 한 권쯤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작은 절정을 찾아라. 심리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잘 꾸며진 정원, 진한 커피 한 잔, 아이와 함께하는 아침식사 등, 전에는 간과했던 소소한 것들을 즐기게 되었다고 보고한다. 빌 클린턴의 전직 고문인 해밀턴 조던Hamilton Jordan은 이렇게 말했다. 암 선고를 받고 나자 삶의 소소한 재미에도 특별한 의미가 깃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노을, 나를 꼭 안아주는 아이의 작은 팔, 아내.. 2019. 1. 2.
김지연(단편) 「내가 울기 시작할 때」(단편) 김지연(단편) 「내가 울기 시작할 때」 『現代文學』 2018년 12월호 34~54. 사후세계에 관한 여러 가설을 세워본 적이 있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야자를 땡땡이치고 바로 옆 중학교 운동장 한쪽, 가로등 불빛도 없는 계단 구석에서 몇몇과 어울렸던 때였다. 누가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신세 한탄을 했고, 모든 게 다 허무하다는 말이 오갔고, 이야기는 흘러 흘러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이라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우리 중에는 기독교 신자도 있었고 불교 신자도 있었고 무신론자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신을 믿지도 안 믿지도 않는 채로 살고 있었다. 별 생산성 없는 말들,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굽힐 마음이 없는 말들이 여러 차례 오간 다음에 어둠 속에서 누가 말했다. "죽는다는 건 어쩌면 .. 2018. 12. 26.
정재승 《열두 발자국》 정재승 《열두 발자국》 어크로스 2018 1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하는 일이 다양하고 많고 그걸 즐기며 신명나게 지내는 것 같았다. 정재승 교수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과학자들이 동시에 강연을 하는 '10월의 하늘'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카이스트 과학자들과 대전시립미술관이 함께 진행하는 '뇌과학과 예술'이라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으며, '백인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야구학회를 만들어 심포지엄을 여는가 하면, 아프리카에 IT 지원사업을 하고 '미래세대 행복위원회'를 조직하고 건축가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373) 칼 세이건과 같은 일을 하는 과학자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열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해 이.. 2018. 12. 21.
책 고르기 1 "서점에는 책에 등수를 매겨놓은 것 같은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잖아요. 하지만 도서관에선 거의 모든 책이 평등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요." 일러스트레이터 김한민이 정재승 교수와 대담 중에 한 말이다.1 2 도서관에서는 서점에 들어갔을 때와 뭔가 다른 느낌이 있긴 하다. 책을 고르는 건 서점에서나 도서관에서나 같은 것인데 '이 느낌은 뭐지?' 싶은 것이다. 하긴, 서점에는 보고 싶은 책이 아주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고르기 전에는 볼 만한 책일 가능성을 가졌을 뿐이고, 도서관의 책들은, 사서가 어떤 검정을 거쳐서 그렇게 비치했을 것이라는 신뢰 같은 걸 책마다 한껏 풍기고 있는 것이다. 그 막연한 느낌을 더 파고들진 않았었는데 저 말을 발견한 것이다. '정말 그래!' 평등! 3 평등? 대체로.. 2018.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