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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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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메드 사다위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by 답설재 2019. 1. 9.

아흐메드 사다위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in Baghdad

조영학 옮김, 더봄, 2018

 

 

 

 

 

 

 

    1

 

종파 간에 싸움이 벌어져 정부군이 나서고 미군도 진주하고 있는 바그다드에서는, 차량폭탄이든 뭐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고 걸핏하면 대형 폭발이 일어나 사람들이 죽고 건물도 부서져나간다.

인간의 탐욕, 야망, 과대망상, 무참한 폭력이 끝없이 벌어지는 그 신산한 거리에 저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나타난다.

 

신과 하늘의 도움으로 범죄자들을 모두 응징하리라. 마침내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할지니, 이제 더 이상 고통 속에서 이 땅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며, 하늘에서나 정의를 기대하며 한숨지을 필요도 없으리로다.(153)

 

 

    2

 

괴물?

 

그렇게 끔찍한 몰골은 생전 처음이었다. 신께서 저런 얼굴을 만드셨다고? 말도 안 돼! 얼핏 보았을 뿐인데도 모골이 송연해졌다.(97)

 

마지막 잔을 내려놓는데 문득 인기척이 들렸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문가에 키 큰 사내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림자가 다가오는데 온몸의 피가 얼어붙었다.

등잔의 노란 불빛이 침입자의 얼굴을 비추었다. 바느질 자국으로 뒤덮인 얼굴, 커다란 코, 찢어진 상처 같은 입.(99)

 

그 괴물 '무명 씨'는 폐품업자 하디가 이 사람 저 사람 죽은 사람들의 사지를 꿰맞추어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디가 그 괴물을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디는 산파에 불과했다. 평범한 아버지나 어머니가 예언자나 구세주, 또는 악당 두목을 낳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몸은 이렇게 유지된다.

 

광인 삼인조가 내 몸에서 총알을 엄청나게 뽑아냈다. 마술사와 철학자는 너덜너덜해진 부위를 꿰매 주었다. 어깨 살점은 아무리 해도 떨어져 나오려고 했다. 죽은 지 오래된 시체 살갗처럼 문드러진 탓이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살점 상당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악취가 진동했다. 조수들도 보이지 않았다. 악취를 피하기 위해 지붕으로 달아난 것이다.(159)

 

최고령 광인이 내 몸에서 썩은 부위를 잘라내고 젊은 광인과 늙은 광인이 새 몸을 붙여 꿰매 주었다. 그러고는 나를 꼭대기 층 욕실로 데려가 피와 끈적이는 체액을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적군이 미군 특수부대 장교복과 신분증을 주었다. 철학자는 여성용 파운데이션크림을 내 얼굴에 두껍게 바르고 거울을 보여주었다. 거울 속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입술을 움직여보고 나서야 내 얼굴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162)

 

괴물이 사라지지 않는 거리는 날이 갈수록 어수선해진다.

 

정오가 되어서야 수색은 끝이 나고 비상선도 해제했다. 20대에서 40대의 남자들이 대거 군용 트럭에 실려 갔다. 모두 뒤쪽으로 두 손을 묶인 채였다. 마흐무드가 보기에 공통점이라고는 모두 추남이라는 정도였다. 몇 명은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한 것이고 화상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사람도 몇 있었다. 나머지는 정신이상으로 보였다. 그나마 다들 얼굴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불안하거나 초조해하지는 않았다.(147)

 

괴물 무명 씨는 점점 사람을 쉽게 죽인다.

 

그날 밤, 민병대 지도자와 그를 보호하던 일당 열다섯 명을 죽였다. 철학자의 조언에 따라 이번에는 리볼버를 이용했다. 처음 임무를 수행할 때 쓰던 방법은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 나는 민병대 지도자의 배에 총탄을 실컷 먹인 후, 커다란 시신을 그의 집 마당에 눕혀 놓았다. (……) (169)

 

 

    3

 

2006년 2월 21일, 바그다드의 최고보위사령관은 마침내 살인마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대형 스크린에 그의 사진을 클로즈업해 보여주었는데 그건 폐품업자 하디였다. 인간의 잔해를 꿰맞추어 괴물('무명 씨' 혹은 '살인마 X')을 만든 사람이었다. 그가 모든 범죄를 자신이 저질렀다고 실토했다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그 발표를 한 그 시각에 괴물은 폐허가 된 오루바 호텔 발코니의 창문 뒤에 쭈그리고 앉아 늙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4

 

뉴욕타임스에서는 이 소설이 재미있는 블랙유머라고 했단다. 블랙유머(black humor)? 웃음을 유발하는? 밑바탕에는 인간 본성이나 사회에 대한 섬뜩하고 잔혹한 반어와 풍자 따위를 담고 있는 유머? 유머(humor)? 익살스럽게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

글쎄, 진짜 있었던 일 같은 이 이야기가 유머라고?

 

사람들은 그럼 뭘 두려워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유머가 뭔지, 블랙유머가 뭔지 잘 모르는 괴물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