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히스·댄 히스 《순간의 힘》

칩 히스·댄 히스 《순간의 힘》

The Power of Moments

          박슬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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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고 싶기 때문에 옆에 자기개발서가 자꾸 쌓이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무슨 기준 같은 게 없어서 어쩌다가 한 권쯤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작은 절정을 찾아라. 심리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잘 꾸며진 정원, 진한 커피 한 잔, 아이와 함께하는 아침식사 등, 전에는 간과했던 소소한 것들을 즐기게 되었다고 보고한다. 빌 클린턴의 전직 고문인 해밀턴 조던Hamilton Jordan은 이렇게 말했다.

 

암 선고를 받고 나자 삶의 소소한 재미에도 특별한 의미가 깃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노을, 나를 꼭 안아주는 아이의 작은 팔, 아내 도로시와의 행복한 한때. 이런 느낌들은 지나도 바래거나 희미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암 전이가 발견되었을 때 나는 어디서나 그런 순수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고, 남은 평생 동안 가족들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삶을 보내게 되었다.(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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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을 엄청 그어놓았지만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생각나는 건 거의 없게 되어서 기억할 만한 걸 찾게 되었다.

 

'학교 측이 학력평가 점수를 높이라고 압박하면 교사들은 재미있는 수업 계획을 철회하고 시험에 대비한다.' 그렇긴 하지만 '학생들이 몇 년 후까지 기억할 인상적인 수업을 하고 싶지 않은 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좋은 장면이 있다.

 

당신의 영어반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읽고 있다. 무인도에 갇힌 한 무리의 소년들이 문명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야만 상태로 퇴행하는 내용이다. 골딩은 소설을 쓰게 된 계기 중 일부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목격한 인간의 야만성과 잔인성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을 빌자면 『파리 대왕』은 "사회적 결함의 근원을 인간의 본성에서 찾기 이한 시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 대왕』에서 소년들 사이에 처음으로 폭력 사태가 일어난 장면에 대해 토론하던 중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교사가 진짜 공식 서류처럼 보이는 고소장을 나눠준 것이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윌리엄 골딩은 소년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 본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데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이제 당신과 같은 반 학생들은 골딩의 재판을 재현해야 한다. 학생들은 각자 증인이나 변호사, 판사 역할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재판은 심각하고 도발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 본성에 결함이 있다는 골딩의 주장은 사실인가? 문명은 그저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덧씌운 허식일 뿐인가?

이는 힐스데일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면 반드시 거치는 연례행사로 인간 본성 재판 또는 골딩 재판이라고 불린다.

(……)

인간 본성 재판은 1989년에 3년 차 사회과목 교사였던 그레그 저릴스Greg Jouriles와 경력 20년 차인 영어 교사 수전 베드퍼드Susan Bedford의 작품이다.

(……)

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경험은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수업이 아니라 프롬 파티(댄스파티)와 풋볼 경기, 뮤지컬, 학생회 선거, 수영 대회나 장기 자랑 등을 기억했다.(6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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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그램도 있다.

 

CDI(강좌 설계 강습회 Course Design Institute) 첫날, 파머는 교수들에게 '포부 연습'이라는 활동을 소개한다. 그것은 L. 디 핑크L. Dee Fink의 저서 『중요한 학습 경험 창조하기Creating Significant Learning Experiences』에서 읽은 내용을 차용한 것이다.

(……)

파머는 25~30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청중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이 꿈꾸는 이상적인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상상해보십시오. (……) 그리고 다음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지금으로부터 3~5년 후에 내 학생들은 아직도________를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직도__________의 중요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수들은 약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빈칸을 채운 다음, 대답을 공유한다. (……) 이를테면 수학 교수는 학생들이 연쇄법칙을 외웠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이 진심으로 수학에 흥미를 느끼길 바랐다.

이제 파머는 (……) 교수들이 가져온 강의계획표를 꺼내들었다. "당신이 작성한 강의계획서는 그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

2011년에 CDI에 참석한 한 강사는 평가서에 이렇게 썼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것은 내 인생을 바꿔주었다.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100퍼센트 진심이다. 처음 참석했을 때만 해도 나는 내 강의에 자신만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부터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훌륭했다."(12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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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우수 사원' 같은 프로그램은 비효율적이란다. 교사들은 '인간 본성 재판' 같은 연례 행사를 하고 싶어한다.

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들이 있어서 좌절할 뿐이다.

그것은 교장들도 마찬가지다.

교직 생활은 그렇게 흘러가고 끝난다. 모든 것이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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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게 흘러가고 끝나는 것. 모든 것이 잊히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