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64

그대와 나 그대와 나 그 손이 차가울 때 나는 본래 그런 줄 알았다. 그렇게 알고 지냈는데 뜨거워져 있다. 오십 년이 되어가니 이걸 안 것은 너무도 오랜만이다. 그렇다고 뜨거워지다니……. 차가워야 하는 건지, 뜨거워야 하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되돌릴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 2017. 2. 19.
내가 사는 곳 북쪽 어디에는 진눈깨비가 내렸다고 했다. ― 허연(시), 「시월」(『현대문학』 2017년 1월호) 중에서. 그날 저녁, 내가 살펴본 블로그에서는 아무도 눈 내린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나는 마침내 멀고 외로운 곳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2017. 2. 11.
또 입춘(立春) 또 입춘(立春) 고양이 두 마리가 놀다 갔다. 털빛이 서로 다른 그 한 쌍은 신이 난 것 같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사이도 좋았다. 부러운 것들……. 그들도 곧 봄인 걸 알고 있겠지. 달력을 보고 나왔으면 내일이 입춘이란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는.. 2017. 2. 3.
블로그 글쓰기 그리운 "도깨비" 1 설 연휴 나흘째입니다. 어제는 글을 하나 올려볼까 싶었는데 다른 이들이 조용해서 그만두었습니다. '친구 맺기'를 하자고 해놓고 정작 찾아오지는 않는 두엇―'잘난 체하지 말고 내 블로그 좀 보라'는 의미로 친구 신청을 한 것이겠지요? "결코!" 잘난 건 아니지만 굳이 그런 블로그 찾아가고 싶지도 않은 '두엇'(!)―을 빼놓고는 아무도 새 글을 싣지 않는 설 연휴에 나 혼자 글을 싣는 것이 좀 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들 몇십 명이 최근 몇 달간 대부분 조용한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심기일전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활동을 그만두었다고 봐야 할 블로거가 더 많습니다. 2 블로그 글쓰기는 참 편안한 일입니다. 누가 어떤 주제로 쓰라고 부탁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 2017. 1. 30.
겨울꽃 겨울꽃 응봉산의 '겨울꽃'입니다. 4월이 오면 저 산을 개나리꽃이 뒤덮게 됩니다. 그럴 때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개나리 축제 소식이 들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오는 마을' 개나리 축제. 팔각정에서 개막식이 열리고 백일장, 그림그리기, 시 낭송 콘서트, 하모니카 연주, 오.. 2017. 1. 25.
'그래, 알았어. 고마워!' 1 루소는 사실상 이렇게 선언했다. "사랑이라는 강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열정 같은 것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의 격렬함을 보고 사랑이 오래 지속될 징후로 간주하고 너무 달콤한 느낌에 짓눌린 마음 덕분에 사랑이, 굳이 말하자면, 미래까지 넘치고 사랑이 지속되는 한 그런 마음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오히려 감정을 소진시키는 것은 바로 그 열렬함이다. 그것은 젊음과 더불어 마모되고 아름다움과 더불어 지워지며 빙하기에 들면 그 불꽃은 꺼져버린다. 이 세상이 존재한 이래로 백발이 성성한 두 연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속삭이는 일은 결코 본 적이 없다."1 미즈바야시 아키라의 '사랑의 연대기' 《멜로디》에서 이 글을 보며 언짢고 안타까웠다.언짢았던 것은 사랑의 열정에 대한 루소의 평가.. 2017. 1. 23.
사라져간 별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 은하(Our Galaxy, the Milky Way)'에는 태양이 1000억 개~4000억 개나 있답니다. 그렇다면 태양이 아닌 별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더 기가 막히기로는 '우주(the Universe)'에는 '우리 은하' 같은 별들의 집단이 1000억 개 이상 있다고 합니다("세상에!" 혹은 "정말?"). 그것도 모자라는지 지금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면서요? 김정욱이라는 천체물리학자가 그러대요. 거듭 말하지만 나는 이런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믿을 걸 믿고 믿을 게 따로 있지요. 그저 과학을 안다는 사람이 설명해 놓은 걸 보고 메모해 놓았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믿을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이 과학자가 아니.. 2017. 1. 5.
"여기서 멈춥니다" "여기서 멈춥니다" 우리나라 최초 동시문학 전문지 《오늘의 동시문학》 50호(종간호) 여기서 멈춥니다 박두순(주간, 동시인) 추위가 엄한 계절이 왔습니다. 어쩌다 <오늘의 동시문학>도 엄한 계절을 맞아, 걸음을 멈춥니다. 이 자리에 섭니다.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오늘의 동시문.. 2017. 1. 3.
이리하여 어디로 가나 이리하여 어디로 가나 해가 바뀐다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늘어놓기도 그렇고, 어쭙잖은 곳을 찾아오시는 독자들께서 '그나마 아무것도 없네?' 하고 돌아가시게 하기도 싫고 해서 허접한 사진들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이 심사를 나타내는 사진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또 최근에 .. 2016. 12. 30.
헛헛한 탐구(探究) 헛헛한 탐구(探究) 1 전철을 기다리며 일쑤 저렇게 휴대전화를 들여다봅니다. 괜히 이것저것 화면을 건드려보고 찍어놓은 허접한 사진들을 열어보기도 합니다. 모두들 그렇게 하는 세상에 그냥 앉아 있으면 멍청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전철에 오르면 일반석으로 갈 용기는 없.. 2016. 12. 28.
구두백화점 꼽추 아저씨 1.5평은 될까 싶은 저 구둣방은 대로변에 있다. 관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해서 난감했는데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저곳, 학교 담장에 붙어 있어도 좋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저 구둣방이 이사한 곳은 학교 담장과 순댓국, 족발집이 많은 전통시장 사이의 골목길이다. 구두를 자주 닦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오며 가며 봐도 그럴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나조차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둣방 아저씨는 '꼽추'다. "꼽추 아저씨"라고 드러내 놓고 부르지는 않고 마음속으로만 '꼽추구나' 하는 것은 '꼽추'는 아무래도 '척추장애인(脊椎障碍人)'을 좀 얕잡아 보는 말이기 때문이다.그는 나하고 동갑일지도 모른다. 몇 번 보면서 그렇게 짐작했다. 그는 호박떡과 찹쌀 시루떡을 좋아한다. 다른 떡은 모.. 2016. 12. 22.
우체통 우체통 언제까지라도 그대로 남아 있어 주었으면 싶은 것들 중에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연한 짓이기도 하고 자칫하면 쓸쓸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남아 있.. 2016.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