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멈춥니다"
우리나라 최초 동시문학 전문지
《오늘의 동시문학》 50호(종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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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박두순 시인이 《오늘의 동시문학》을 그만 내겠다고 해버렸습니다.
생각만 하면 섭섭합니다.
그는 수십 년 전, 내가 신춘문예 최종심에 이름을 '올린'(=낙방한) 그 눈 내리던 날 오전, 우리가 함께 지내던 그 소도시의 한적한 네거리에서 만나 "이젠 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딱 한 번 응모했고, 딱 한 번 떨어진 건데 그만두느냐고 한 사람입니다. 최종심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한 것 아니냐고 했었습니다.1
14년간 50호나 내놓고 그만두겠다고 한 것도 그 선언과 다르지 않은 점이 있지만 그 얘긴 하지 않았습니다.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들어와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자유문학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간단한 한정식을 대접했습니다. 전화로 떡국이 좋겠다고 했지만 떡국 파는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종간(終刊)이라니…… 원, 세상에…….'
'동시 같은 건 필요 없다!'
'동시는 그만 써도 된다!'
'동시가 영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른 장르에 비해 시시하다.'
'요즘 세상에 동시는 무슨 얼어죽을……'
'아직까지, 그래, 동시나 쓰고 앉아 있었단 말인가?'
'동시는 있는데, 돈이 없지? 맞지?'2(그만한 돈도 없나? 나도 없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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