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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62

가을하늘 가을하늘 2015년 9월 3일. 나의 이 사진이 전형적인 우리의 가을하늘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2년 전인데 이제 내 '스마트폰'(smart phone)은 나만 쓰고 있는 구식인 것처럼, 무슨 인공지능 같은 것이 들어 있어 발버둥을 치다가 그 기능을 오히려 퇴화시켜버린 것 같은 느낌을 .. 2017. 9. 3.
가을소리 저녁에 풀벌레 소리를 들어보았습니까? 설마 그곳까지 들렸을까요? 쓸쓸하다 정말로 쓸쓸하다는 호소. 해마다 들어서 이미 다 아는 거라며 그냥 지나오려니까 올해는 더 그렇다, 정말로 그렇다고 간절하게 주장하는 그 소리. 2017. 8. 29.
K노인의 경우 K노인의 경우 K 노인의 경우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일은 자신의 것도 잘 알 수 없긴 하지만 그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잊은 것은 있다 하더라도 이쪽에서도 몰랐던 것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수십 년을 함께한 친구입니다. "뗄래야 뗄 수 없는"이라는 말은 이럴 때 적절.. 2017. 8. 27.
"이제 겨울이죠 뭐!" "이제 겨울이죠, 뭐!" 그 개인택시 기사는 느직하게 나가고 일찌감치 들어옵니다. 택시를 취미 삼아 하는 사람 같고, 걸음걸이도 한 걸음 한 걸음 의식적으로 내딛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피차 할 일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초저녁에 샤워장이나 탈의실에서.. 2017. 8. 23.
식물성 사유와 동물성 사유 죽음을 구체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 봄, 이 여름이 마지막 봄, 마지막 여름일 수도 있겠구나 하게 되고 그럴 때는 그 봄, 여름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피어나는 잎, 무성해지는 나무가 '무심하게' 보입니다. 속물이어서 별 수 없겠지만 '언제까지나 저렇게 피어나겠지' 하고 내가 없는 세상의 봄, 여름을 떠올립니다. 이런 생각을 쓸 때마다 '일언지하'에 '깔아뭉개는' 댓글을 봅니다. '내년에도 죽지 않고 또 맞이할 봄'이라는 의미이거나 '죽더라도 높은 분의 뜻에 따라 보다 높은 세상에서 다시 무엇이 되겠지만 그런 건 제쳐놓더라도 육신은 적어도 저 식물들의 거름은 된다'는 의미이거나 기껏해야 '저 잎도 사실은 지난해의 잎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럴 때 나는 그 뜻을 짐작.. 2017. 8. 19.
지난여름 지난여름 2017년 여름, 천마산로 연일 비가 내립니다. 그곳은 어떻습니까? 기온이 뚝뚝 떨어집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지난여름은 쓸쓸했습니다. 언제 그렇게 더웠었나 싶기도 합니다. 2017. 8. 15.
사랑도 배워야 할 수 있다 "가엾은 폴! 이렇게 늦은 나이에 수도승처럼 살다가 이제는 마음까지 편치 않다니! 애를 돌보려 하다니 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에요! 추상적으로는 어린 드라고를 사랑하고 싶겠죠. 하지만 현실이 그걸 계속 가로막는 거예요. 폴, 우리는 의미만 갖고서는 사랑할 수 없어요. 우리는 배워야 해요. 영혼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와 다시 태어나겠다고 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예요. 우리와 벗하며 커가면서, 사랑의 어려운 길을 따라 우리를 인도하기 위해서죠. 처음부터 당신은 천사와 같은 뭔가를 드라고에게서 보았죠. 당신이 틀린 건 아니에요. 드라고는 대부분의 아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세속을 벗어난 본질과 맞닿아 있었어요. 당신의 실망감과 노여움을 극복하세요. 가능할 때 드라고에게서 배우세요. 조만간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영광의.. 2017. 7. 31.
당선 소감 읽기 시인, 소설가, 평론가…… 작가들의 당선 소감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적어도 50년간, 눈에 띄는 대로, 다른 건 가까이 있어도 혹 읽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들의 당선 소감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작품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작가의 가슴속, 머릿속을 짐작해보는 일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길지 않은 글로써 그 작가의 핵심(核心)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現代文學』 2017년 6월호에도 시인 한 명, 소설가 두 명의 신인추천 당선 소감이 실렸습니다. 더 문학적이고 더 중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앞부분은 두고 뒷부분, 누구누구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덧붙이면, 이 작가들의 당선 소감이 특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났을 때 눈에 띄었을 뿐입니다... 2017. 7. 22.
원예학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다음 문장에서 원예학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조금이라도 좋았던 기억은 원예학을 하는 계부의 친구인 안드레아 미티가의 작은 자작농지를 찾아갔을 때뿐이다.1 ① 계부 ② 계부의 친구 안드레아 미티가 ................................. 1. 출처 : 존 쿳시J.M.Coetzee/왕은철 옮김《슬로우 맨 SLOW MAN》들녘 2009, 310. 2017. 7. 18.
"사장님!" 자주 가던 식당에 예약 전화를 했더니 난데없이 "사장님!" 어쩌고 했습니다. 그동안은 "어르신"이었기 때문에 영 쑥스러웠습니다. "아니, 저 모르시겠습니까?"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누구누군지……." 나는 "사장님!"이 싫습니다. 사장이라니! 수만 명 이상을 거느리는 사장님에서부터 서너 명의 직원을 둔 사장님까지 천차만별의 사장이 있고, 더구나 혼자서 혹은 부부가 자영업을 하는 경우의 사장도 많으니까 "사장님"은 편리하게 통용되는 호칭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서울 거주자들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부를 때 남성에 대해서는 '아저씨' '선생님' '사장님', 여성에 대해서는 '언니' '여기요' '이모'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한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날 점심시간, 옆 자리의 한.. 2017. 7. 11.
먼산 바라보기 온갖 것들은 애써 외면하고 산만 골라서 바라본다. 나를…… 나에게 어떻게 해줄 수 없는데도 그렇게 한다. 언젠가 얘기해야지, 이렇게 갈 수가 없다고 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고 해서 이젠 어떻게 할 수가 없게 된 걸 저 먼산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두 가지라면 무용담삼아, 혹은 삶의 훈장을 보여주듯, 아니면 이젠 털어놓아야 하겠다며 그렇게 하지만, 정말이지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이 꼭 해결해야 할 일인데 그걸 할 수가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다른 일에 집중하며 지냈으니까 허송세월을 한 삶이 된 것일까? 이것이 인간일까? 삶인가? 2017. 7. 6.
70대의 시간 1 "(…) 여기 주위에서 보는 미국 노인들에게서, 노인이라고 내세우는 것 같은 유난스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유난스러웠다면 오히려 대하기의 편안함이 그랬다. 그래선지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기분 좋아질 정도로 깍듯한 것 같다. 나이 들면서 언제부턴가 느릿느릿 걸어야 하면 그냥 그렇게 걸으면 되는 것뿐이다. 마치 다 산 것처럼 행세하는 노인도 못 봤다. 일을 계속하고 싶고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그냥 쉬고 싶으면 쉬고, 자원봉사도 하고들 그런다. (…)" 《Denver Post》(2017.6.26)의 기사 "Colorado postman’s 60-year tenure on a long, rural route filled with wonder"를 소개한 블로그 《삶의 재미》의 글을 읽었다.(☞ ht.. 2017.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