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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가을하늘

by 답설재 2017. 9. 3.






가을하늘










  2015년 9월 3일.


  나의 이 사진이 전형적인 우리의 가을하늘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2년 전인데 이제 내 '스마트폰'(smart1 phone)은 나만 쓰고 있는 구식인 것처럼, 무슨 인공지능 같은 것이 들어 있어 발버둥을 치다가 그 기능을 오히려 퇴화시켜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중충하다.


  그 가을하늘의 아름다움을 인간들이 저렇게 망쳐 놓았다는 생각도 했었다.

  나 자신을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처럼 여기는 오만 같은 것으로 혹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이 이 사진을 보면 분명히 '인간들'의 저 행위를 규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나 단 한 명도 저 전선(電線)을 원망하지 않아서 나는 실망감을 느끼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내가 저 전선들이 가을하늘을 망쳐놓았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으므로 내가 보여주는 가을하늘이 그저 좋다고만 한 것이겠지, 스스로 위로하였다.


  그리하여 2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여전히 가을하늘을 노래하고 있다.

  흔히 저 전선 위의 하늘에 그리운 얼굴들을 올려놓고 있을 것이다.

  가을 강변 어디쯤의 코스모스 핀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나 혼자서 그리운 것도 없는 것처럼 여전히 공연한 전선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1. 1.스마트한 2.똑똑한 3.영리한 4.현명한 5.머리좋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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