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이죠, 뭐!"
그 개인택시 기사는 느직하게 나가고 일찌감치 들어옵니다. 택시를 취미 삼아 하는 사람 같고, 걸음걸이도 한 걸음 한 걸음 의식적으로 내딛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피차 할 일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초저녁에 샤워장이나 탈의실에서 걸핏하면 만나게 됩니다.
"큰 더위는 다 간 것 같지요?"
오늘은, 인사 삼아 그렇게 말했더니 그가 한술 더 떴습니다.
"이젠 겨울이죠, 뭐!"
―겨울!?
당장 찬바람에 떨고 서 있는 나목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올해도 다 갔다는 거야?
나는 그만 시무룩해지고 말았습니다.
―가을도 없이?
―교과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철이 뚜렷한 온대기후지역인데?
―하기야 아열대기후지역이 되었다고도 하고, 걸핏하면 봄가을은 온 건지 만 건지 모를 것 같기도 하지.
지금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까 뭐라고 한 마디 더 건넬 걸 그랬나, 싶어집니다. 그의 한 마디에 아무래도 내가 너무 위축되고 심각해졌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웃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로 말하면 돌연 그렇게 시무룩해졌으니 웃을 마음이 났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둘 다 입을 닫고 한 마디도 더 건네지 않고 말았으니 옆에 젊은이가 있었다면 혹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미쳤나, 영감쟁이들.'1
- '한여름에 더워 미치겠는데 겨울은 무슨... 영감탱이들 하고는... ㅉㅉㅉ'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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