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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사장님!"

by 답설재 2017. 7. 11.

자주 가던 식당에 예약 전화를 했더니 난데없이 "사장님!" 어쩌고 했습니다. 그동안은 "어르신"이었기 때문에 영 쑥스러웠습니다.

"아니, 저 모르시겠습니까?"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누구누군지……."

 

나는 "사장님!"이 싫습니다. 사장이라니! 수만 명 이상을 거느리는 사장님에서부터 서너 명의 직원을 둔 사장님까지 천차만별의 사장이 있고, 더구나 혼자서 혹은 부부가 자영업을 하는 경우의 사장도 많으니까 "사장님"은 편리하게 통용되는 호칭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서울 거주자들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부를 때 남성에 대해서는 '아저씨' '선생님' '사장님', 여성에 대해서는 '언니' '여기요' '이모'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한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습니다.

 

 

출처 : "서울에서 통용되는 호칭은… 男에는 '선생님', 女에는 '언니'"

(연합뉴스 2016/03/24 06:35, 국립국어원 연구용역 보고서)

 


 

진짜 사장님들은 "당신 같은 주제에 '사장님' 소리 들어보는 걸 명예롭게 여겨라!" 할지 모르지만 그냥 듣고 마는 경우라 해도 결코 명예롭게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한때 교육자였으니까 차라리 아무나 보고 "사장님" "사장님" 하지도 말고 아무나 보고 "선생님" "선생님" 하지도 않기로 했다면 "그것 참 잘 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사장님 측에서 아니꼽다면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이라니……

내가 사장이라면 아내부터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두 명 중 한 명이 우리 집 대표가 되어야만 한다고 해도 "그렇다면 공동대표로 적어 넣어달라"고 하는 것이 나의 도리일 것입니다.

 

 

 

 

그 식당 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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