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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당선 소감 읽기

by 답설재 2017. 7. 22.

 

 

 

시인, 소설가, 평론가…… 작가들의 당선 소감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적어도 50년간, 눈에 띄는 대로, 다른 건 가까이 있어도 혹 읽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들의 당선 소감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작품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작가의 가슴속, 머릿속을 짐작해보는 일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길지 않은 글로써 그 작가의 핵심(核心)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現代文學』 2017년 6월호에도 시인 한 명, 소설가 두 명의 신인추천 당선 소감이 실렸습니다.

더 문학적이고 더 중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앞부분은 두고 뒷부분, 누구누구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덧붙이면, 이 작가들의 당선 소감이 특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났을 때 눈에 띄었을 뿐입니다.

 

신인추천 당선 소감|시부문(『現代文學』 2017년 6월호, 195~196)

** 「틀린그림찾기」(오은경)**

1992년 광주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

제게 용기를 주었던 많은 말씀들이 있습니다. 김언 선생님, 오랫동안 지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혜순 선생님, 채호기 선생님, 이원 선생님, 처음 시인이라는 존재를 각인시켜 주셨습니다. 혜연, 지영, 현진 언니, 윤나, 윤빈, 재승 오빠 언제나 고맙고 많이 배웠던 것 같아. 앞으로도 잘 지내봐요, 우리. 영은, 은별, 혜원, 다은, 아람, 한솔 언니, 현윤, 성준, 채민, 민규, 성훈, 그리고 연주 언니, 못다 한 말들 너무 많지만 때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 같아. 고맙습니다. 최성웅 선생님, 한민국 님 당선 소식 듣기 전날 오래 함께했네요. 자주 뵈어요. 명준, 건강하고 따뜻한 내 동생. 엄마, 아빠, 덕분에 내가 여러 가지 질문을 가질 수 있었어. 사랑합니다. 귀헌, 곁에서 응원할게. 정말 고마워. 끝으로 심사해주신 이근화 선생님, 문태준 선생님, 선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성실하게 쓰겠습니다.

 

신인추천 당선 소감|중·단편소설부문(『現代文學』 2017년 6월호, 197~198)

「기차역, 길 위에서」(이승주)

1970년 서울 출생. 한양대 독문과 졸업

 

(……)

소설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게 해주신 안광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소설과 삶에서 멘토가 되시는 현길언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이 소설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신 강영숙 선생님, 주춤거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주신 하성란 선생님, 남들과 다른 소설을 쓰라고 가르쳐주신 백민석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 소설의 첫 번째 독자인 승은, 든든하게 외조해주는 남편, 이지 소설가, 아잠 친구들, 문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부족한 작품을 눈여겨봐주신 김숨, 백지은, 서희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건축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P, A, J 교수님께 더 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세 분 교수님 덕분에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

 

신인추천 당선 소감|중·단편소설부문(『現代文學』 2017년 6월호, 199~200)

「이해의 시작」(조진주)

1985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 끈질기게 써나갈 것입니다.

그 전에 그 누구보다 제가 깊이 알고 싶은 소중한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하고 믿어주는 아빠, 엄마, 동생, 이모. 항상 고맙고 사랑합니다. 가족이 있어 마음 놓고 제 길을 걸어갑니다.

백지 상태의 저를 포기 않고 이끌어주신 박상우 선생님, 선생님이 계셨기에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가르침을 잊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제게 좋은 자극을 주신 강영숙 선생님, 선생님께서 해주신 한마디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 제 버팀목이 되어준 파이, 서로를 믿고 백 살까지 함께 써나가기로 한 약속 잊지 말기를! 저를 소통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주신 통로,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끝까지 같은 길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가족 같은 소행성 문우님들의 앞날에 문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는 제 소중한 인연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더 나은 인간이 되겠습니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책만은 놓지 않고, 시나 소설, 평론, 심지어 논픽션, 과학, 경영, 역사…… 많이 읽지 못하면서도 온갖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작가들의 면모에 흥미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작가를 알면 작품이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 인삿말을 옮기면서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낸다 하더라도 감사할 줄도 모르는 인간이 잊히지 않는 작품을 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더러 준비 중인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평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 아는 체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그런 짓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평을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 한 것은, 어떠한 평도 득이 된다 하더라도 결국 주제넘은 짓이고 그러므로 감사를 받을 일도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것입니다.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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