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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64

먼산 바라보기 온갖 것들은 애써 외면하고 산만 골라서 바라본다. 나를…… 나에게 어떻게 해줄 수 없는데도 그렇게 한다. 언젠가 얘기해야지, 이렇게 갈 수가 없다고 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고 해서 이젠 어떻게 할 수가 없게 된 걸 저 먼산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두 가지라면 무용담삼아, 혹은 삶의 훈장을 보여주듯, 아니면 이젠 털어놓아야 하겠다며 그렇게 하지만, 정말이지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이 꼭 해결해야 할 일인데 그걸 할 수가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다른 일에 집중하며 지냈으니까 허송세월을 한 삶이 된 것일까? 이것이 인간일까? 삶인가? 2017. 7. 6.
70대의 시간 1 "(…) 여기 주위에서 보는 미국 노인들에게서, 노인이라고 내세우는 것 같은 유난스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유난스러웠다면 오히려 대하기의 편안함이 그랬다. 그래선지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기분 좋아질 정도로 깍듯한 것 같다. 나이 들면서 언제부턴가 느릿느릿 걸어야 하면 그냥 그렇게 걸으면 되는 것뿐이다. 마치 다 산 것처럼 행세하는 노인도 못 봤다. 일을 계속하고 싶고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그냥 쉬고 싶으면 쉬고, 자원봉사도 하고들 그런다. (…)" 《Denver Post》(2017.6.26)의 기사 "Colorado postman’s 60-year tenure on a long, rural route filled with wonder"를 소개한 블로그 《삶의 재미》의 글을 읽었다.(☞ ht.. 2017. 6. 29.
"나중에" "나중에" "내가 그런 말을 얼마나 자주 듣는지 아니? '박사학위를 받고 나면 시간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박사학위를 받고 나면 박사후과정을 해야 하고 논문을 써서 명성을 쌓아야 하지. 그러면 '대학에서 종신직을 보장받고 나면 시간이 있을 거야.'라고 또 얘기하지. 그런데 종신직을 받고 나면 독자적인 실험실을 운영해야 하고, 세미나와 위원회에 참석해야 하고 학과 내에서 정치까지 해야지. 마지막엔 이렇게 생각하지. '퇴직하면 시간이 있을 거야.' 그런데 퇴직할 때쯤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나면 하고 싶었던 게 뭔지 기억조차 못해. 그리고 내 말을 들어봐. 이 사람들 대부분은 5시 반에 집에 와서는 6시 반이면 실험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식탁에 왜 스테이크가 차려져있지 않냐고 부인에게 화를 내지. 나 역시 아내와.. 2017. 6. 27.
고마운 집 고마운 집 아파트 안에서나 드나들면서나 자꾸 먼 산을 바라보게 됩니다. '아, 저 산이 저기에 그대로 있구나' 그렇게 확인이라도 하듯……. 그 산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면 그냥 눈으로 볼 때보다 더 복잡하게 온갖 인공물들이 가로막고 있고, 그런 인공물들은 앞으로 점점 더 늘.. 2017. 6. 15.
동행同行 동행同行 # 장면 1 비둘기 두 마리가 부리를 맞대고 날개를 퍼덕거린다. '저것들이 왜 저러지? 서로 먹으려고 싸우나?' # 장면 2 이내 잠잠해진다. 두 마리의 입에 각각 하얀 게 물려 있다. # 장면 3 두 마리가 포개져서 날개를 퍼덕거린다. 먹이인 듯한 건 그대로 물고 있다. # 장면 4 장면 2와 .. 2017. 6. 10.
그리운 산 그리운 산 어마어마했던 산 아침마다 솟아오르던 산 어디를 가든 넘던 산 작아지는 산 사라져가는 산 몇몇 마음에 남아 그리움이 된 산 2017. 6. 8.
반환(返還) 반환(返還) 소중한 사람들은 떠나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건 '상실(喪失)'이었습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이제 내게는 더 이상 소중한 것들이 찾아오지 않겠구나 싶을 때쯤 이번에는, 하나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조차 사라지면서 '아! 이런 것들마저……' 싶은 상실감을 느꼈는데, .. 2017. 6. 1.
'미세먼지 "좋음"' '미세먼지 "좋음"' 1 며칠간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하늘이 거짓말처럼 청명해서 왠지 이래도 괜찮은가 싶었었습니다. 마치 긴 장마철이 지나고 성큼 초가을이 찾아온 그런 날들 같았습니다. 더러 구름이 보여도 유유히 흘러가버리면 곧 맑은 하늘이 펼쳐져서 '이럴 리 없는데……' 싶었.. 2017. 5. 27.
야시장 야시장 2017.5.19. 화려하다! 파장(罷場)이 정해진 야시장의 '열광'……. '우리'는 혼미해지는 걸까? 고작 이천 원어치쯤일 호박엿을 내밀며 만 원을 내라는데도 한 소녀가 두말 않고 받아든다. 누군들 그렇게 하지 않기가 쉽겠는가. '우리'의 야시장……. 곧 끝나고 말 저 '열광'……. 2017. 5. 22.
세월 2017. 5. 20.
이 시간 나를 멀리 떠나는 생각들 뒤로 더러 앞으로 빛살처럼 가버리는 것들 2017. 5. 18.
나의 호시절 나의 호시절 1 70대 초반을 지나는 한 여성의 고운 일상을 날마다 찾아가 확인하며 지냅니다. 사시사철 '옥상 정원'의 꽃 이야기가 피어나는 블로그입니다. 분명히 전문적인 그 일을 구체적으로 쉽게 써서 보여주고 있어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면서 그 꽃들 속에서 나이들어 가는 여성의 일.. 2017.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