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호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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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초반을 지나는 한 여성의 고운 일상을 날마다 찾아가 확인하며 지냅니다.
사시사철 '옥상 정원'의 꽃 이야기가 피어나는 블로그입니다. 분명히 전문적인 그 일을 구체적으로 쉽게 써서 보여주고 있어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면서 그 꽃들 속에서 나이들어 가는 여성의 일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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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는 '나의 호시절'이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전업주부로 생활한 젊은 시절은 바쁘고 힘들었지만―여성이라면, 혹은 전업주부라면 당장 나도 그랬다고 하겠지요? 심지어 남성인 나도 그러니까요― 그때가 그들 부부에게는 '호시절'이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손주를 데리고 살던 10여 년 전까지의 세월 또한 '호시절'이었으며―그럼요! 손주 보는 일이 끝난 다음 갑자기 쇠잔한 모습을 보인 노인이 얼마나 많은데요― 꽃이나 가꾸면서 부부 둘이서 생활하게 되면 한가할 줄 알았으나 지금 전혀 그렇지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4~5년이 지나면 역시 '호시절'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거기까지라면―"인생은 늘 호시절"이라는 총론(혹은 '이론')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나고 나서는 늘 '호시절이었다'는 생각으로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실제'에 대해서는―쉽게 공감하여 자신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라고 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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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글은 마지막 부분에서 돌연 세상을 떠난 자당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면서 지금의 자신도 자녀들에게는 그런 대상일 것이라는 끝맺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그 마지막 부분에서 어깨가 처지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움…… 나는 그런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아니, 내게 이런 생각을 해볼 자격이나 있는 것일까?'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서럽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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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단 하루라도 제대로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은 무책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제 와서 그걸 이야기하는 것조차 가슴 답답한 일입니다. 그런 걸 간단히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허풍이나 떠는 건 더욱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처음 그 여성의 블로그에 찾아가 댓글을 달기 시작했을 때에는, 특히 꽃 이야기가 아니면 더러 아는 체도 하고 허풍도 떨었습니다. 그 즈음 나는 그를 '꽃이나 가꾸는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종래 그렇게 할 수는 없었고 '어?' '어?' 하며 한 가지 또 한 가지 배울 점을 찾아가는 사이 그 여성은 이미 존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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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분처럼 살아야지!' 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라도 그 여성처럼 꽃을 가꾸며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실천하는 건 차라리 쉬울지도 모릅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 불가능한 일들뿐입니다.
이 글에, 이 길에, 결론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이제 이 나이에 어울리는 생각이나 하고, 이 나이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만 있으면 그만일 것입니다.
나라는 인간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면 황당하다고 하겠지만 Czeslaw Milosz의 시를 인용해 두고 생각날 때라도 그 '생각' 그 '마음가짐'의 지표로 삼고 싶어 하겠습니다. '노루'라는 별명을 가진 학자가 번역해서 이 블로그에 실어준 시입니다.
선물
참 행복한 하루.
안개가 일찍 걷히고, 나는 뜰에 나가서 일했다
벌새들이 인동덩굴꽃 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 세상에 내가 갖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부러워할 만한 사람을 아무도 몰랐다.
어떤 나쁜 일을 겪었었든 다 잊었다.
한때의 나 그 모양이었던 생각이 당혹스럽지 않았다.
몸에 아픈 데가 없었다.
허리를 폈을 때 나는 푸른 바다와 돛배들을 보았다.
2017.4.27. 사무실 창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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