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인사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는 그가 내 건강을 진정으로 혹은 깊이 염려해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아, 물론 그런 이가 없다고 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건강하시죠?"
전화를 하면 흔히 그렇게 묻습니다. 새삼스럽게 들리긴 하지만 의례적으로 묻는 것입니다.
어떤 대답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 순간적이지만 복잡하게 얽힙니다.
이 사람과 할 말이 많거나 간단하지 않다 싶으면 "예" 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얼른 본론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한 안부 전화(!)일 때도 "예!" 해버려서는 난처할 것입니다. 피차 그다음에 할 말을 특별히 마련해두지 않은 상태가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나는 "예. 그저 그렇습니다" 하거나 "예, 별로 좋진 않지만 그럭저럭 지냅니다" "예, 뭐 어쩌고저쩌고" 등으로 내 건강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를 만듭니다. 그 상태에 대해, 혹은 그런 대답에 대해 상대방이 말을 덧붙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건강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주고받은 다음, 다음 화제로 넘어가거나 자칫 싱거운 그 전화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순간적이지만 복잡하게 진행된다"는 그 말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건강하시죠?" 간단한 그 인사에는 '이제 큰 고장이 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런 고약한 심사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다 할 수가 있겠습니까?
"건강하시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다섯 번씩 찾아간 커피숍의 주인이 화요일, 목요일만 찾아가게 된 지 한 달만에 그렇게 물었습니다.
건강한 상태를 "여기 있습니다!" 하고 꺼내서 보여주고 싶다는 듯 얼른 "아, 예!" 했습니다. 요즘은 왜 매일 오지 않는지, 다른 커피숍을 드나들면서 어쩌다 한번씩 우리 가게에 오는 것인지, 그런 게 아니라면 건강 상태에 이상이 와서 사무실에 간혹 어쩌다 한 번씩 나가는 것인지…… 가볍지만 실속 있는 대답을 듣고 싶은, 간절하진 않지만 듣고 싶은 대답은 있는 인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나는 그저 "아, 예!" 하고 내 건강 상태를 '터무니없이' 혹은 '괜히' 좀 과장하여 '간단히', 그리고 '이기적으로' 답하고 만 것입니다.
사실은 그 가게 주인에게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속내를 털어놓아도 된다면 말입니다.
"아, 예! 지난겨울보다는 더 쓸쓸해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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