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시리우스' 혹은 늑대별

by 답설재 2017. 4. 1.

 

 

 

구식 스마트폰으로 찍은 이 사진에서 초승달 아래의 저 별을 본 분들이 더러 '별 같은' 이야기를 써주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8954)

인터넷을 보니까 '시리우스'라는 별이고 빛의 속도로 8년을 가면 저 별에 도착한다고 해서 '참 우스운 얘기구나' 했었습니다. 빛의 속도로? 그것도 8년이라니! 사람을 좀 놀리고 싶은 건지 원…….

 

블로거 모모(MOMO)님이 소개해 주신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1에서 저 별에 얽힌 가슴 시린 얘기를 보았습니다.

 

 

베란다에 무릎을 꿇고 앉은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작은 나무야, 늑대별(큰개자리에 속하는 별로 일명 시리우스라고도 한다. 겨울 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항성이다―옮긴이) 알지? 저녁에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보이는 별 말이야." 내가 안다고 하자, 할머니가 당부하셨다. "어디에 있든지 간에 저녁 어둠이 깔릴 무렵이면 꼭 그 별을 쳐다보도록 해라. 할아버지와 나도 그 별을 볼 테니까. 잊어버리지 마라."

나는 잊지 않겠노라고 했다. 늑대별은 와인 씨의 촛불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윌로 존에게도 늑대별을 보라는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할머니에게 부탁했다. 할머니는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하시고는 내 양어깨를 잡고 눈을 들여다보셨다.

"체로키2들이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맺어주었단다. 그것을 잊지 마라, 작은 나무야. 어떤 말을 들어도…… 그것을 기억해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가 손을 놓으셨다. 나는 내 삼베 자루를 집어들고 할아버지 뒤를 따라 빈 터를 떠났다. 통나무다리를 건널 때 뒤를 돌아보았다. 할머니는 베란다에 그대로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가 한쪽 손을 들어서 가슴에 댔다가 그 손을 나를 향해 내밀었다. 나는 할머니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

 

 

'작은 나무', 사생아로 태어난 이 꼬마 인디언은 그때 여섯 살이었습니다. 법에 따라(강제적으로) 고아원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법이 인디언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얘기는 덧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고아원에 가서 저 별을 보는 눈물겨운 장면도 옮기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길어서 포기합니다.

 

 

 

.................................................................

1.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The Education of Little Tree』(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16, 5판7쇄),316쪽.
2. 체로키 Cherokee 1. 북아메리카의 애팔래치아(Appalachia) 남부에 살고 있던 인디언 2. 19세기 후반에 오클라호마 주(Oklahoma州)의 보호지로 강제로 이주 당했다 3. 이로쿼어 족(Iroquois族)의 한 갈래로, 북아메리카 인디언 중 유일하게 글자를 가지고 있다. (DAUM 한국어사전에서).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자우환(識字憂患)  (0) 2017.04.09
그대와 나 ⑶  (0) 2017.04.04
그대와 나 ⑵  (0) 2017.03.30
미소  (0) 2017.03.16
내가 바란 것, 바라는 것(2017년 3월 6일)  (0) 2017.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