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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내가 바란 것, 바라는 것(2017년 3월 6일)

by 답설재 2017. 3. 6.






내가 바란 것, 바라는 것(2017년 3월 6일)











  오늘 아침 식사 때만 잠시 아주 마음 놓아버리고 일탈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런 심사 때문에 기회만 되면 핑곗거리를 마련해서 먹지 말라는 식품, 자제하라는 식품을 야금야금 상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병원에서 내게 제공한 "○○질환의 영양요법"은 이래저래 너덜너덜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은 다르다!'는 단언을 스스로에게 주입(注入)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야금야금'이었지만 오늘 아침은 '아주 마음 놓아버리고 먹자!'로 정한 것입니다.


  소보로 하나와 단팥빵 하나를 고르고 커피 한 잔을 주문했습니다. 묻지도 않고 뜨거운 커피가 나왔고, 아침에 금방 나온 소보로와 단팥빵도 김이 서릴까 봐 아직 비닐봉지도 닫지 않은 채여서 금상첨화였습니다.


  그 빵 두 개와 커피를, 아주 멋진 소설을 읽어가며 십여 분만에 해치우고 나니까 돌연 '뭐 이런가' 싶었습니다.

  사실은 그게 당연합니다. 커피를 마셔가며 빵 두 개를 해치우는 데 삼십 분이 걸리겠습니까, 한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뭐 이런가?' 싶었다는 건, 그렇게 단숨에 해치우는 아침식사지만 '내가 바란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결국 여기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닌가?'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것 이상을 바란 적도 없고 지금도 결코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빵 두 개와 커피 한 잔―따듯하면 더 고마운― 그것 이상을 바란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뭐가 그리 자주 복잡했고, 복잡하고…… 어렵고, 속상하고, 불편하고, 눈물겨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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