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1153 딸들의 편지 "아름다운 순애 씨" 눈부신 딸들의 편지가 있습니다. 눈부신 딸들의 편지? 눈부신 딸들? 눈부신 편지? 어느 것이어도 괜찮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보십시오. 비비안나님 허락으로 그 편지를 옮겨놓았습니다. 이건 실화(實話)입니다. 내 불친 비비안나 김순애 씨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해 읽어온 그 실화들을 여기에 다 옮겨 보여주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그건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블로그 주소를 따라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여가가 없으면? 아주 잠깐! 실화라는 것이라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 볼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지요. 사람의 일들을 여전하게 여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blog.daum.net/sktnaap/2601 그녀는 퇴임에 이르러서도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2020. 9. 30. 가을엽서 : 내 이명(耳鳴)은 스테레오 18일 오후, 저 숲을 지나는 바람은 스산했습니다. 매마른 가랑잎들이 온 거리를 뒹구는 듯 했고 그 바람들이 두런거리며 귀가를 서두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 떠나버려서 텅 빈 초겨울 저녁 같았습니다. 8월 7일이 입추였으니까 사십일만에 가을을 실감한 것입니다. 저 길을 서둘렀습니다. 그 저녁에 올해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고 며칠 앓으며 지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가기가 싫어서 판피린만 부지런히 마셨습니다. 머리 안쪽에서 기계 돌아가는 듯한 이명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은지 이십 년은 되었을 것입니다. 이 가을에 내 이명은 스테레오 타입으로 변했습니다. 한쪽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직선형(直線形)으로 들리고 다른 쪽에서는 파선(波線 물결선) 형태의 이명이 그 직선형과 보조를 맞춥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2020. 9. 26. 내가 설˙추석 선물을 보내는 곳 교장선생님! 코로나로 전국이 혼란스러운데도 명절 한과는 길도 잃지 않고 잘 도착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염치를 무릅쓰고) 늘 건강하셔서 일 년에 한 번씩만 앞으로 이십 년간 더 받기를 원합니다. ㅋㅋ 그렇게 해 주실 거지요? 올해 한가위에는 긴 장마로 여름 감귤류가 너무 싱거워 따가운 가을 햇살을 담뿍 받은 것으로 기다렸다 보내드릴게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엔 가지 마옵시길...^^ 좀 서글퍼서 밝히기가 싫기는 하지만 이제 나는 일 년에 두 차례의 명절 선물을 딱 두 군데만 보냅니다. 한 군데는 교육부에서 근무하며 만난 열한 명의 장관 중 한 분입니다. 그분은 내가 교장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 "선비처럼 살라"고 부탁했고,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한 시간 강의를 하고 선생님들과 두어 시간 대화를 .. 2020. 9. 22. 외손자와 놀던 곳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저 계곡으로 들어갔다 나오곤 합니다. 그때마다 이 개울을 확인합니다. 녀석이 어디쯤에서 바지를 걷고 물속을 들여다보았지? 할머니는 어디서 녀석을 바라보았지? 그때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그 대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한 해 월반을 해서 지금은 대학 2학년입니다. 코로나만 아니면 훨씬 더 좋겠는데, 매일처럼 홍대 앞에 나갈 수 있을 텐데 그렇지만 잘 지내기를, 내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신나는 나날이기를 저곳에서 생각하고, 다시 올라갑니다. 2020. 9. 21. 끔찍한 기념 타월 마트에 진열된 수건들은 늘 눈길을 끈다. 몇 장씩 묶여 있는 그 수건 세트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색상도 무늬도 아름다운 저 수건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 몰래 사서 누가 주더라고 해볼까? 한동안 생각하다가 그 사기(詐欺)는 포기하고 말았다. 아내는 기념 타월을 차곡차곡 챙겨 자신은 아껴 쓰고, 아낌없이 나눠주면서 “지금까지 수건은 사서 쓴 적이 없다”고 하는 걸 몇 번 들었는데 좀 자랑스러운 느낌이 배어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아내와 나)의 삶이 신산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아내가 모아두고 쓰는 그 기념 타월이 우리의 곤궁함을 보여주는 상징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돈으로 치면 몇 푼 하지 않을 그 기념 타월을 얻게 되면 집에까지 오는 동안 분실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써서 전철이나 어.. 2020. 9. 18. 한국제 요즘은 시장을 거의 나 혼자 봐옵니다. '코로나 노출'을 50%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당연히 한국 제품인 줄 알고 사 온 물건이 독일 제품인 걸 아내가 발견한 걸 보고 한참 동안 참 떨떠름했습니다. 설사 독일 제품이 더 낫다 하더라도 그게 더 낫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 무슨 정보를 얻고 싶어도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그 회사로 문의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닙니까? 그에 비하면 한국 제품을 쓰면 일단 편리하지 않습니까? 못 미더우면 당장 전화 문의라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칼손. 장난감 분야에 새로운 소식 좀 없어? 애들한테 사기쳐서 코 묻은 돈 빼먹을 만한 새로운 구상 좀 했냐고?" 칼손은 콧방귀를 뀌었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떠들고 있구먼. 사기당하는 사.. 2020. 9. 14. 신기한 이름 2012년 12월 5일에 쓴 원고입니다괜히 각주를 달아서 이렇게 새로 탑재하게 되었습니다.댓글은 그 당시 블랙커피님이 대표로 달아주셔서아래에 옮기고 댓글란을 열지 않았으므로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개인적인 느낌'을 쓴다.'개인적인 느낌'? 그런 글 아닌 게 어디 있나? 참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이런 것이다. "저─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해도 되겠습니까?“너무나 조심스러워서 그런 말부터 꺼내겠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와락 짜증이 일곤 했다.회의를 하자고 해놓고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지 못하게 한.. 2020. 9. 12. 그리운 지난해 겨울 건너편 아파트에서 저녁 늦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떤 이야긴지도 모른 채 포근함을 느낍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이곳 여름 장마는 지난 8월 29일 토요일 저녁에 끝났을 것입니다. 새벽까지 창문을 조금 열어놓아서였던지 가벼운 감기에 걸렸었습니다. 아무래도 여름밤 같지 않게 스산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지난 겨울날들의 꿈을 꾸었습니다. 지난겨울은 아무런 생각 없이 지냈습니다. 저녁이 되면 일주일에 서너 번 헬스장에 갔고, 가수 M도 만났습니다. 눈이 아주 큰, 젊은 가수 M. 나처럼 허름한 운동복을 입고 있어서 바라보기도 편했습니다. 그도 우리 아파트에 사는데 사람들은 개그만 A, 탤런트 I 부부 이야기만 합니다. 헬스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나는 올해 내내 가지 못했습니다. 암.. 2020. 9. 6. '대화'라는 것 이 좋은 길을 젊은 부부가 걸어옵니다.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을 연령입니다. 그들이 내 곁을 지나가며 이야기합니다. 두 마디만 들렸습니다. "1 키로면 겨우 1000미터 아이가, 이 사람아!" "그래, 오르막길 1 키로면 멀다고!" 어느 한쪽이 양해할 것 같지는 않았고, 그들은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판단해서 미안합니다. 어쩌면 그 별 것 아닌 것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화란 동등(同等)한 입장에서는 부질없을 때가 있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고, 어느 한쪽만이라도 그걸 인정한다면 그쪽이 입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대로라도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소리를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2020. 9. 4. 내가 죽었다는 통보(부고) '내가 죽었다는 통보', 이걸 생각해봤습니다. 이 순간의 실제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언제 실제 상황이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듣기 싫다" 하고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없지 않겠지요. 그런 분은 흔히 그렇게 말합니다. 그렇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George Bernard Shaw)는 묘비명을 쓰게 한 작가가 있었지 않습니까? 사실은 이 정도는 준비도 아니지요. 그냥 생각을 해보는 거지요. 일전에 지인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소천(召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소천? 알고 보니 개신교에서 쓰는 말이었습니다. 하기야 하늘은 날.. 2020. 8. 31. 내 친구 준○이 산책을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내 친구 준○이를 보았습니다. 나는 맨바닥에 앉아서 노는 애들을 보면 지금도 부럽습니다. 예전에 그렇게 놀았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옷이 더러워질까 봐, 그로 인해 일어날 성가신 일들을 피하고 싶어서, 병균이 침입할까 봐,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할까 봐, 이젠 그렇게 할 나이가 아니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렇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좋구나!' 하게 되고 순간 그 아이 옷을 세탁할 아이 어머니 생각도 합니다. 일전에는 내가 살던 아파트 12층에 사는 여자애가 저렇게 놀고 있는 걸 봤습니다. 걔네는 아이가 걔 혼자입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걔네 엄마 아빠는 걔를 끔찍하게 여깁니다. 십여 년 전 갓난애 시절부터 쭉 지켜봐서.. 2020. 8. 27. 「카라얀의 지휘」 젊은 시절의 그의 지휘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데, 실로 시원시원하고 늠름한 몸짓이었다. 70년대 후반까지는 신체의 움직임도, 지휘봉을 휘두르는 방식도 활달하면서도 위엄이 있었다.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다리를 끄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신체의 움직임이 점점 적어지고 지휘봉을 휘두르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갔다. 만년에는 휠체어에서 겨우 일어서서 지휘봉으로 그저 몇 번 공간을 날카롭게 찌르는가 싶더니, 공중을 나는 듯이 조용히 휘두르고는 지휘봉을 쥔 손을 들어 올린 채 멈추고, 왼손을 가슴에 대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이것은 지휘를 한다기보다, 거기에 울리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는 모습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멋지게 지휘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이니 놀랍다. 이우환(에세이)「카라얀의 .. 2020. 8. 19.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