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저 숲을 지나는 바람은 스산했습니다.
매마른 가랑잎들이 온 거리를 뒹구는 듯 했고 그 바람들이 두런거리며 귀가를 서두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 떠나버려서 텅 빈 초겨울 저녁 같았습니다.
8월 7일이 입추였으니까 사십일만에 가을을 실감한 것입니다.
저 길을 서둘렀습니다.
그 저녁에 올해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고 며칠 앓으며 지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가기가 싫어서 판피린만 부지런히 마셨습니다.
머리 안쪽에서 기계 돌아가는 듯한 이명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은지 이십 년은 되었을 것입니다.
이 가을에 내 이명은 스테레오 타입으로 변했습니다.
한쪽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직선형(直線形)으로 들리고
다른 쪽에서는 파선(波線 물결선) 형태의 이명이 그 직선형과 보조를 맞춥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귀찮은 친구가 하나 더 늘긴 했습니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여자들과 미국 여자들 (0) | 2020.10.06 |
---|---|
딸들의 편지 "아름다운 순애 씨" (0) | 2020.09.30 |
내가 설˙추석 선물을 보내는 곳 (0) | 2020.09.22 |
외손자와 놀던 곳 (0) | 2020.09.21 |
끔찍한 기념 타월 (0) | 2020.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