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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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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자율화 단상 Ⅰ Ⅰ 교육과정 운영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는 L 장학사에게 분당 이우학교(대안학교)에 가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당장 다녀왔답니다. 장학사 발령을 받으면 처음에는 교육과정과 생활지도 업무를 맡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마 전국적인 현상일 것입니다. 그분들은 모임에 나가서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았습니까?” 하고 물으면 “교육과정을 맡았습니다.” 하기가 좀 부끄러울지도 모릅니다. 교육과정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아직 ‘애송이’ 장학사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교육과정 업무를 맡은 장학사들의 회의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자리는 그야말로 ‘애송이판’이므로 그 장학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 저 사람도 아직 애송이구나’ 할지도 모릅니다. L 장학사는 ‘애송이’가 아닌데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지.. 2008. 6. 11.
국가학업성취도시험의 조건(경기신문080603) 국가학업성취도시험의 조건 지능과 교양의 기준을 암기에 두고 구시대적 교육을 일삼는 오늘날의 학교교육에 대해 이제는 ‘대답하는 방법’보다 ‘질문하는 방법’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공지능학자 로저 샨크는, 우리가 교사와 교실,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50년 뒤에는 .. 2008. 6. 3.
검정도서 수정보완체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06) 2006년 10월,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의 지원으로 검정도서 수정․보완체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A Study on the Improvement of the Measures on the Government- authorized Text book Revision and Modification System)를 수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김차진(교육인적자원부 교육연구관; 프랑스 파리 한국교육원장), 강환동(한국검정교과서협회 전무이사), 주용준(주식회사 대교 자문위원) 등 세 분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한 것입니다. 검정도서 수정․보완체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Improvement of the Measures on the Governme.. 2008. 6. 2.
고백(Ⅰ) : 문학가들의 거짓말(?)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지시고, 평원에는 바람을 풀어 줍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가득가득 하도록 명해 주시옵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녘의 낮을 주시어, 무르익는 것을 재촉하시고 무거워가는 포도에 마지막 달콤함을 넣어주소서, -- 이제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도록 살 것이며, 깨어 앉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나뭇잎이 구를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방황할 것입니다. 릴케 「가을날」 가을만 되면 "릴케, 릴케,……" 해서(가을이 오면 신문에도 이 시가 실려 우중충한 지면을 가을빛으로 물들이기도 해서) 아예 릴케 시집을 샀습니다.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 걸핏하면 "이순신, 세.. 2008. 5. 30.
삶의 기록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어느 고인(故人)의 진료기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진료비 상세내역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딱 한 페이지에 기록된 품목명만 해도 다음과 같았습니다. 크레아타닌(나375), *전해질종합검사, 소디움(나트륨)나379, 포타슘(카디움)나379, 크로라이드(염소)나3, 혈액총이산화탄소함량, C-반응성단백정량시험, *그람염색및비뇨기, 직접도말염색(나400가), 미생물배양동정약제감, 미생물배양동정약제감, 간침조직검사(나500가), 판독료(큰장기), BIOPSY대표수가CODE, OTHER, 면역조직4종(나55), OTHER, CA-19-9(나-423), 알파피토프로테인(나- ), 태아성항원(나422), 요검사응급(나3), 요현미경적검사(나4), *CBC+DIff(응급), 백혈구수(나10.. 2008. 5. 27.
학교자율화의 본질과 방안(경기신문080521) ‘광수생각’이라는 연재만화 중에 벼룩 이야기가 있었다. 제 몸의 몇 백 배인 60센티미터 이상을 뛰는 벼룩을 30센티미터 높이의 유리컵에 가둬놓았더니 처음엔 막무가내로 뛰어올라 수없이 부딪치다가 곧 안전한 높이로 뛰는데 익숙해져서, 드디어 유리컵을 치운 멀쩡한 땅에서도 28센티미터 정도만 뛰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만화의 ‘광수생각’은 “당신은 공부라는 유리컵 안에 아이를 가두고 있지는 않습니까?”였다. 그 벼룩처럼, 유리컵 안의 아이처럼 그동안 규제에 잘 길들여진 교원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행정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그만큼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지침이 있으므로 그런 교원은 지침대로 하고 싶고, 지침이 없으면 기다려지고, 불분명하면 불편할 것이다. 지침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 2008. 5. 20.
멘토링(mentoring) Ⅱ 누구나 한때 어떤 일에 미쳐 나날을 보낸 경험을 가지게 되지만, 저는 그러한 시기를 현장교육연구보고서를 쓰는 일에 바쳤습니다. 제가 처음 연구보고서를 쓴 그 해는 교사가 된지 7년째 된 해였습니다. 며칠 간 책을 구해 읽고 ‘아, 이거다’ 싶은 주제를 정해 계획서라는 걸 써서 의기양양하게 교육연구원을 찾아갔습니다. 마감을 하루 앞둔 날이어서 저 말고도 여러 명의 교사들이 담당 교육연구사에게 지도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연구사는 그 지방에서 명망이 높은 교육자였습니다. 그분이 차례로 여러 교사들의 계획서를 이리저리 넘기면서 무어라 질책을 하는 말들을 엿들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고, 어떤 교사는 우선 글씨가 그 모양이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아직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2008. 5. 19.
멘토링(mentoring) Ⅰ 멘토링을 DAUM 백과(위키백과)에서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구성원을 1대 1로 전담해 지도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시키는 것을 말한다.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멘토, 조언을 맡는 사람을 멘티라고 한다. 멘토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됐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출정하며 아들 텔레마코스를 절친한 친구인 멘토에게 맡겼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때까지 아들의 친구, 선생, 조언자, 아버지 역할을 하며 잘 돌봐주었다. 그 후로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를 뜻하게 됐다. 기업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데, 회사나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신입사원들을 1:1로 전담하여 지도, .. 2008. 5. 15.
지상에서의 변함없는 사랑 “영감, 이제 그만 돌아가요.”“응, 그럴까? ……. 그러지.”“아무리 깡통이지만 무겁잖아요, 날씨도 차가운데. 그만해도 빵 몇 개는 사겠어요.”“자꾸 눈에 띄니까 하나라도 더 줍고 싶네. ……. 곧 할멈 당뇨병 약도 더 사야하고…….”“오늘은 어디서 자든 교회엔 가지 말아요. 그 집사라는 분 말이에요. 아무래도 나쁜 사람 같지 않아요?”“뭐가?”“아니, 어떻게, 남의 일, 남의 자식 얘기라고 그렇게 막말을 할 수 있어요? 그래, 우리 애가 그렇게 보여요? 우리 돈 팔천만 원 가로채고 제 부모 버릴 사람으로 보인단 말이에요? 그 애가 알면 얼마나 맘 아프겠어요?”“할멈도 참,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 다 우리 처지 딱하게 여겨서 하는 말인데…….”“그래도 그렇지. 듣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지. 한인회.. 2008. 5. 11.
제1장 제1절 학교장 인사 어느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생각은 있어도 직장 때문에 학교에 나올 수 없을 때는 아이에게 미안하며, 그래서인지 하루에 한 번씩 꼭 학교 홈페이지를 열어본다고 했습니다. 우리 학교 같으면 굳이 그렇게 홈페이지를 점검해보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학교에 무슨 일만 있다 하면 틀림없이 별도의 안내장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번거롭고 경비도 만만치 않아서 웬만한 일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리자고 제안해보면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학부모들은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지 않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저도 이 '학교장 칼럼'이라는 걸 쓰고 있지만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3000여 학부모들 중에서 독자가 겨우 수십 명, 혹 제목이 눈길을 끄는 경우라야 백 수십 명에 지나지 않으니 실망스럽.. 2008. 5. 9.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경기신문080506)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자신의 교육관이라고 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간’은 인성교육,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은 지식교육에 의해 길러진다면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은 그 교육관에 잘 함축돼 있다. 그러나 새 정부 교육정책의 초점은 누가 뭐래도 공교육에 의한 실력향상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은 ‘교사의 경쟁력강화 시급하다’ ‘교사와 학생, 무한경쟁 시작됐다’고 날을 세운다. 그 ’경쟁‘이 인성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우리의 교육현실을 전혀 모르는 질문에 틀림없다. 지난 3월말, 대구교육감은 이러한 교육정책에 어깃장을 놓듯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성.. 2008. 5. 6.
나가노(長野)의 추억 후쿠오카의 이 영사가 그렇게 들어앉아 있지만 말고 놀러 좀 오라고 사정을 하는데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밤 메일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요즈음 이곳 산과 들에는 먹거리가 ‘천지’입니다. 대나무밭에는 죽순이 즐비하고, 논둑 밭둑에는 마늘만한 달래가 한없이 깔려 있고, 머위도 아주 좋아 욕심내지 않고 먹을 만큼만 따옵니다. 지난주에는 더덕을 한 자루나 캐왔습니다. 참 좋은 계절입니다. 산나물을 먹을 줄 모르는 민족들과 살고 있으니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즐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1997년 11월에 열흘간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도쿄에 있는 일한문화교류기금이 초청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선한 교사연수단의 일원이었습니다. 연수단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명으로 구성되었고, 교육부에서 근무한다고 내가 단장.. 2008.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