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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경기신문080506)

by 답설재 2008. 5. 6.

 

 

 

학교폭력, 누가 해결해야 하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자신의 교육관이라고 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간’은 인성교육,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은 지식교육에 의해 길러진다면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은 그 교육관에 잘 함축돼 있다.

 

  그러나 새 정부 교육정책의 초점은 누가 뭐래도 공교육에 의한 실력향상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은 ‘교사의 경쟁력강화 시급하다’ ‘교사와 학생, 무한경쟁 시작됐다’고 날을 세운다. 그 ’경쟁‘이 인성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우리의 교육현실을 전혀 모르는 질문에 틀림없다.

  지난 3월말, 대구교육감은 이러한 교육정책에 어깃장을 놓듯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성적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 인성을 망각하고, 이 때문에 각종 무질서와 사회혼란이 초래되는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펼치겠다고 했었다. 그는 교육부의 지방교육혁신종합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 독서교육을 대대적으로 펼치기 위해 일본에서 선풍을 일으킨 ‘아침 10분 독서운동’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구에서 초․중학생 집단 성폭력이란 가공할 일이 일어났다. 남학생이 후배 남학생을 성폭행하고, 이어 피해자들이 가해자들과 어울려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집단적 ‘악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맞벌이 가정의 학생들로 인터넷과 케이블방송에서 음란물을 본 뒤 이를 모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는 그야말로 ‘어김없이’ 교육감 등이 고개를 숙인 채 경위를 보고하는 사진이 실렸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퇴직 경관․교사로 구성된 ‘스쿨 폴리스’를 늘려 순찰을 강화하고 CCTV를 추가 설치하며 상담활동을 강화하고 신고체계 안내․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물론 서슬 퍼런 국회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근본대책 세우라”며 질타했다. 경찰은 당장 가해학생들을 조사해 14세가 넘은 3명을 긴급체포했다.

 

  이번 사건은, 교육자든 교육자가 아니든 드디어 할 말을 잃게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되풀이된 사후논의 양상은 어쩌면 그렇게 천편일률적, 획일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 논의와 대책들이 그 수준으로 반복됐기 때문에 20세 미만 미성년자 성폭력사건은 최근 3년 새 60%나 급증한 것 아니겠는가.

 

  가해학생들을 붙잡아 처벌하고, 현장책임자들은 다시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게 꾸짖어야 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한 조사와 질책에 이어 또 거대한 이름의 무슨 단체나 만들고 말면 우리는 한심한 나라, 한심한 국민을 면할 수 없다. 그야말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선정적인 TV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인터넷 음란물 아무나 입장 가(可)’ ‘접근 쉽고 유통량 광범위’ ‘UCC 급속확산…감독․규제 안이’ 같은 기사가 교육과는 무관한 일로 취급돼도 학교만은 천국(天國)일 수 있다는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가정과 사회의 교육적 역할과 기능은 상실되어가도 학교의 교육기능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망상, 어른들은 온갖 짓거리를 다해도 학교와 아이들은 옛날과 같기를 기대하는 망상도 버려야 한다. 어느 교육자는 “사회와 학부모들이 모든 것을 떠맡기려하므로 우리도 사회와 가정에 요구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안전생활 명예교사가 된 어느 학부모는 여중생들의 흡연을 말리다가 인근 야산에 끌려가 실컷 두들겨맞은 뒤로는 학생들을 쳐다볼 수도 없게 됐다고 한다.

  이번에도 또 해당 교육자들만 혹독하게 질타하고 흐지부지 끝내지 말고, 교육계와 경찰, 검찰은 물론 일반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반성하는 ‘국민대토론회’라도 개최하고 그 결과로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인터넷, TV에 대한 기대는 버렸다. 학교를 믿겠다”는 솔직한 격려도 필요하다. “얘들아, 부모님과 선생님 외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부탁해야 하는 나라에서 교육자들이라고 해서 옛날과 같은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