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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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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님…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3 이 선생님… 올해는 제가 조선일보사의 전국교육자대상 심사를 보았습니다. 38년 교사 생활에 아직 변변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지만 그 심사위원 중에는 정원식 전 국무총리, 광주와 경상남도 교육감도 있어 제가 심사위원이 된 것이 영광스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예심과 현장조사 등을 거쳐 최종심사에 오른 초·중·고 교사 20명중에서 13명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스승의 날에 발표된 명단을 보았더니 한 명이 빠진 12명이었습니다. 그 날은 한국교원대학교에 볼일이 있어서 내내 '그 참 이상하다. 혹 어떤 대상자의 불미스런 일이 밝혀져 그렇게 됐나?' 생각하며 내려갔는데, 오후에 담당 기자가 전화로 D시의 특수학교 U선생님(여, 42세)이 굳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하여.. 2007. 8. 29.
'그냥 편안하게 지내다 조용히 갈까…' - 성복동에 사시는 여러분의 노블레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2 '그냥 편안하게 지내다 조용히 갈까…' - 성복동에 사시는 여러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떤 것입니까? - 망설이다 이 편지를 씁니다. 몇 가지 장면을 주절주절 늘어놓겠습니다. 이해하여 주십시오. 어느 날 아침 교감이 제 방에 오더니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교정의 솔잎을 따고 있어서 지금 무얼 하느냐고 물었더니, 글쎄, 학교처럼 깨끗한 곳의 솔잎이니 솔잎차 재료로는 그만일 것 같아서 따고 있다고 했습니다." 잠시 의논하여 『학교 소나무에는 농약을 살포했으니 주의하라』는 표지를 붙였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이 편지를 보면 '아, 농약을 뿌리지는 않았구나.' 할까봐 밝혀둡니다. 농약을 살포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교사가 운동장 동쪽 벚.. 2007. 8. 29.
「아기가 타고 있어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1 「아기가 타고 있어요」 우선 "아기가 타고 있다"는 표지를 붙인 차를 뒤따르기 싫어하고, 굳이 이렇게 꼬집는 자신이 '참 별난 성격'이라는 것도 시인합니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① 소중한 내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것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스럽다. ② 나는 지금 아기를 태우고 가니까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내 차와 충돌하거나 경음기를 울리지 않기 바란다. ③ 위의 ①②처럼 생각하여 써 붙였다고 하면 혹 아니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목숨보다 소중한 내 아기가 이 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④ 아기를 태우고 있어 천천히 가더라도 이해해 달라. ⑤ 기타(그렇게 써 붙이고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으.. 2007. 8. 29.
"차 한 잔 드시고 가십시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0 "차 한 잔 드시고 가십시오" 학교에서도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학부모님들은 물론 집배원도 오고 더러 물건 팔러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정기적으로 꼭꼭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방 안전 점검, 전기 안전 점검, 상수도나 도시가스 검침, 정수기 점검, 행정실과 급식소 물품 조달, 컴퓨터 및 관련 시설·설비 보수 같은 일로 오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이 학교에 오면 교장인 제게 인사부터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모습을 보아 저 사람이 교장이겠구나' 하고 알은 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냥 지나쳤고 '담당 직원을 만나 볼일을 보면 그만'이라는 듯한 표정들이.. 2007. 8. 29.
학교, 실패를 안정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 - 회장·반장 선거에 낙선한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9 학교, 실패를 안정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 - 회장·반장 선거에 낙선한 아이들의 부모님께 - "부모에게는 어떻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보다는 눈에 거슬리고 부족한 면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요." '파란편지'의 답장 중에서 이 편지를 보고 생각난 것은 '자식을 잘 키우고싶다는 부모들의 욕심'이었고, 이어서 '이번 봄의 회장·반장 선거에 낙선한 아이들의 부모들이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했을까?'도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하셨습니까? 당선된 아이의 가정에서는 외식을 하거나 파티를 열거나 최소한 특별한 칭찬이라도 하셨을 것입니다. 문제는 낙선한 아이의 경우입니다. "도대체 넌 하는 일마다……." 그러셨습니까, 아니면 "또 떨어졌니?" "이웃집 ○○이 좀 봐라. 그 애 반만이.. 2007. 8. 29.
그의 부모님 보십시오, 제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8 그의 부모님 보십시오, 제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 입학한 지 며칠 되지 않은 1학년 아이들이 담임을 따라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교장은 어디에서 무얼 하는 사람인지 보러 왔겠지요. 저 앞에서 걸어가던 아이가 부딪혀 비뚤어진 물건을 한 여자애가 지나면서 바르게 놓았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했을까요? 저는 그 어린것을 사랑합니다. 6학년 남자아이가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기가 펄펄 살아 있어야 할 그 애는 풀이 죽었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워서 보건실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이마를 짚어보았더니 뜨겁습니다. 그 이마에 입술을 대어보며, 그런 몸으로 무얼 배운다고 학교에 있는 그 아이에게 미안하였고, 그 순간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 .. 2007. 8. 29.
속상했던 토요휴업일 - 그러나 움베르트 에코의 항의를 우려함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7 속상했던 토요휴업일 - 그러나, 움베르트 에토의 항의를 우려함 - 지난해에는 송구스럽게 되었습니다. 토요휴업일이 올 때마다 원망하셨겠지요. 2004년에 이 학교에 와서 보고 '이게 아닌데…' 싶어서 2005년도에는 "하나의 주제를 장기간 탐구하는 토요휴업일이 되면 좋겠다."고 해서 좀 그 방향으로 가는 듯하더니, 2006년도에는 또 2004년도의 방식으로 회귀하여 토요휴업일마다 계획서를 받고 월요일만 되면 보고서를 받았으니 그 짜증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리하여 지난해 말 우리 홈페이지의 온라인 평가를 보았더니 "노는 토요일이면 그냥 놀게 하라." "토요일이 다가올까 봐 오히려 겁이 날 지경이다." "토요일에는 놀고 일요일에 체험학습을 한 경우 그 체험을 토요일에 했다고.. 2007. 8. 29.
언제, 책 사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6 언제, 책 사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디지털도서관의 내용이 날로 풍부해지는 세상입니다. 또 그 뜻이 모호한 단어가 보이면 사전을 찾기보다 얼른 컴퓨터 화면의 '사전'을 '클릭'합니다. 여가에 책을 읽기보다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많습니다. '이거 참…' 싶어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우리 홈페이지에서 '2006년을 빛낸 독서왕' 발표를 발견했습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실적을 집계했더니 어느 아이는 무려 226권을 읽었고 10위가 65권을 대출해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65권만 해도 대단합니다. 제 독서록에는 50권이 안 되는 해가 대부분입니다. 많이 읽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니고 잘 읽는 것 또한 중요하며 같은 책이라도 사람에 따라 감흥이 다르므로 무.. 2007. 8. 29.
체벌과 아이의 자존심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5 체벌과 아이의 자존심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여름날, 매를 맞을 네댓 명에 들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지금도 모릅니다. 담임은 다짜고짜 각자 몽둥이를 만들어 오라고 했습니다. 너무 가느다란 건 불리할 게 뻔했습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그 비를 맞으며 학교 뒤 아카시아 숲을 향해 뛰었습니다. 우산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빗물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지는 몰랐습니다. 제 자존심도 빗물과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렇게 뛰었지만 칼을 가진 아이가 단 한 명이어서 그 빗속에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그 기억이 강하여 그날 얼마를 맞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유만 알면 좀 맞는 것쯤은 괜찮습니다. 5·6학년 때는 다시 늘 상장, 표창장을 받았고 아무도 저.. 2007. 8. 29.
가르치고 배우는 길에 王道가 있을까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4 가르치고 배우는 길에 王道가 있을까요? 모 신문사에서 거실을 서재로 바꾸어주는 운동을 전개하자 신청하는 가정이 속출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텔레비전이 거실과 가정을 점령해버려서 가족들이 책을 읽기는커녕 대화조차 사라진 현실을 인정한다면 독서를 하자는 그 캠페인의 기본취지 이전에 '가정복구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기사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우리 국민의 독서 수준이 오죽해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겠습니까만, 그렇게 하여 가족들이 모였다 하면 각자 한 권씩 책을 들고 묵묵히 독서에 빠져 있으면 그 모습은 괜찮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장서라고 할 것도 없이 겨우 몇 천 권의 책도 보관할 수 없어 애써 모은 책.. 2007. 8. 29.
아주 특별한 시작에 대하여 -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3 아주 특별한 시작에 대하여 -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 '노동의 터전이 논밭과 가정에서 공장으로 옮겨짐에 따라 아이들은 공장노동에 적응하는 교육을 받을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 그래서 나타난 것이 모든 제2의 물결의 사회에 공통된 또 하나의 주요한 구조인 대중교육(Mass-education)이다.' 금방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몰아치기도 하지만 그 틈틈이 창 너머 봄 햇살이 수줍고도 화사한 봄날, 이 기막히게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저 유명한 『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유재천 역, 주우, 1983, 24판, 49)에서 찾은 구절입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폼으로라도 들고 다니던, 당대를 풍미한 .. 2007. 8. 29.
우리 학교 신입생 학부모님께 - 우리가 그 마음 가까이 가지 않거든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72 우리 학교 신입생 학부모님께 - 우리가 그 마음 가까이 가지 않거든 - 귀엽고 예쁘기만 한 자녀가 이만큼 자라서 드디어 우리 성복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둔 보람을 새삼스레 느끼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또한 즐겁고 기쁜 한편 '이 아이가 선생님 말씀에 잘 따르고 제대로 적응해 나갈지' 불안하고 초조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겠지요. 지난 2월 9일, 학교에서 '신입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했지만 그 초조함이나 의구심이 일소된 것은 아니겠지요. 요즘은 집집이 자녀를 거의 한둘만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와 '나 같은 아이들이 많구나!'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도 깨달아가고,..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