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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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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를 위한 감사패(경기신문080415) 2006년 4월, 한․미 혼혈인 하인스 워드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다. 그는 30년간 한국인임을 부끄러워하며 지낸 것을 사과했고, “나는 슈퍼볼 MVP지만, 어머니야말로 나의 진짜 MVP”라는 효성어린 말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언론은 혼혈인에 대한 시각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처럼 열광적으로 보도했고, 그동안 천사들을 곁에 두고도 모르고 지냈다는 듯했다. 또 단일민족의 후예라는 사실을 노래하던 이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게 주한미국대사가 주최한 리셉션에 국회의원, 고위관료 출신, 대학총장, 관련 협회회장 등 유명인사가 대거 참석했고, 그가 태어난 병원 의사는 제왕절개수술을 했지만 당시 신생아 건강도가 9점이 넘어 기뻐했다는 것까지 기억해냈다. 어느 신문은 재빠르게 ‘혼혈인과 함.. 2008. 4. 15.
학교의 '회의문화' 요즘 우리 교육계를 바라보는 시각 중의 한 가지가 '우리나라 교사에게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사들을 옹호하여 찬사를 들으려는 가벼운 입장에서의 방어논리를 펼쳐보겠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도대체 우리에게 왜 경쟁력이 없게 되었는지, 그것부터 생각하면 아무래도 억울하다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경쟁력'이라니요. 그 용어 자체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로서는 우선, 우리에게 경쟁력이 없어지도록 한 제도와 문화가 원망스럽습니다. 그 주요 요인이 바로 문서상의 실적 위주로 평가를 하게 된 교육행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문서 중에서는 이 가장 중요한 문서인데도 오늘날 그것보다 중시되는 문서는 얼마든지 있으며, 그것조차 은 만드는 데 혈안이 될 뿐 그 이후의 실천이나 평가, 피드.. 2008. 4. 12.
교육의 큰 그림도 필요하다 이 글은 <경기신문> 2008년 4월 1일자 시론의 원고를 일부 수정하고 부분적으로는 더 구체화한 것으로,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 발행하는 저널 <교과서연구> 제53호(2008. 4)의 권두언입니다. 저는 2005년부터 이 저널의 편집기획위원장을 맡아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부기구를 개편하.. 2008. 4. 12.
세 월(Ⅱ) 지나는 길의 개나리가 이야기합니다. "봐, 노랑이란 바로 이런 색이야." 누군가 모를 무덤가에는 진달래가 곱습니다. 멀리에서 복사꽃도 담홍색의 진수(眞髓)를 보여줍니다. 복사꽃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1960년대나 70년대의 그 정서로 살아가고 있는데, 어쩌다가 나만 이렇게 멀리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봄꽃들은 잎보다 먼저 피어나 곧 아지랑이 피어오를 봄을 ‘희망’만으로 이야기하지만, 나처럼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려는 사람에게는 T.S. 엘리엇의 말마따나 그 희망이 잔인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어린애들이나 소년소녀들은 저 꽃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이란 나이가 들면서 이렇게 얼굴이 무너지고 마음이나 정서도 그만큼 누추해져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2008. 4. 9.
세 월 (Ⅰ) : 나의 일생 살다 보니까, 산다는 것의 리듬이, 생각 없이 자고난 겨울날 새벽 창밖에 쌓인 눈의 경이로움 같은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겨울이 와도 그만이고 가도 그만이고, 그래서 플라타너스 -가로등을 배경으로 서 있는 봄날 초저녁의 그 싱그러운 자태- 를 보아도 별로 생각나는 것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어느 날 이번에는 여름이 와도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앞산의 온갖 푸나무가 초록을 넘고 넘어 숨차도록 푸른데도 동해 - 그 그리운 바닷가에 갈 일이란 전혀 없어져버리고, 그 다음에는 가을이 와서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는 거야 너무도 당연하여, 추억에 젖어 ‘사계(四季)’나 ‘무언가’(無言歌, 멘델스존) 그런 음악을 들어보는 일도 우습고 웬지 좀 부끄럽기도 하고 차라리 시시하게 .. 2008. 4. 4.
여러분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행복 이 글은 우리 남양주양지초등학교의 아이들이 만드는 신문 에 실을 글입니다. 저는 각 학교에서 나오는 신문의 1면에 교장의 글과 사진이 실린 것을 보면 '참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교장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월요일만 되면 이른바 '훈화'를 하고, 앨범만 보면 첫 페이지 가득 인물사진을 싣고, 학교신문만 나오면 그렇게 1면을 차지하겠습니까. 그래서 담당 선생님께서 1면에 실을 글을 달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는데, 5학년 기자라는 아이가 원고 청탁서를 만들어 가지고 교장실을 찾아왔으니 그대로 거절하면 '뭐 이런 교장이 있나?' 할 것 같기도 해서 "그럼 1면에는 싣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쓰게 되었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여러분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행복 어느 반인가, 아침나절의 운동장에서.. 2008. 4. 3.
교육의 큰 그림도 필요하다(경기신문080401) 어느 날, 교과서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 그거야 아무 상관없습니다. 교육과정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의 기준)을 보고 가르치고 배우면 되니까요.” 교사들이 그렇게 대답한다면 우리는 걱정이 없다. 인공지능학자 로저 샨크(2002)는 50년 안에 현재 우리가 교과서를 사용하고, 수능시험을 치르고, 기억력을 학력의 주요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은 ‘교육을 받고 지성을 갖추는 것’이 여러 가지 사실을 많이 기억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용하고, 어떤 관념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앞으로 그러한 사실들이 컴퓨터에 의해 벽에 다 쓰이는 날이 오면 그때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까를 물었다.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교과서가 금과옥조(金科玉.. 2008. 3. 27.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된 여인 키프로스 섬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바보같이 여성에게는 결점이 너무 많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어느 여성도 그가 그리는 여성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마침내 그는 여성이라면 무조건 혐오하게 되어 한평생 독신으로 지낼 것을 결심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상아로 아름다운 여성의 입상(立像)을 조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상형을 나타낸 조각품이었지요. 그 조각의 아름다움은 살아 있는 어떤 여성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군데도 나무랄 데가 없는 처녀상이었습니다. 그의 조각 기술은 그야말로 완벽해서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이룬 것처럼 보일 정도였기 때문에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작품에 감탄한 나머지 그만 그 여인상을 대상으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 2008. 3. 21.
아름다운 해리 왕자 -군 복무에 대하여- Ⅰ 지난 3월 초의 여러 신문에는 영국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23세)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수수하고도 깔끔하고 멋있어서 만약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된다면 젊은 여성들이 그야말로 “끼악-!”하고 말 것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저도 기회가 오면 제 두 딸 중 한 명이나 아들에게 통역을 부탁해서 그와 차라도 한잔 함께하고 싶었으니까요. 혹 모르는 일 아닙니까? 제 딸은 영화 『007』에서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로저 무어의 부탁을 받아 서울을 안내한 적도 있고, 엘리자베스 2세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도 있으니 제게 그런 기회가 영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본 사진 중에는 남부 아프가니스탄 최전선(最前線)인 헬만드 지역에서 군 복무 중인 그가 동료 군인들.. 2008. 3. 18.
『숭례문』단상(斷想) Ⅲ : 그 진정성 ○ “문화재청은 11일 오전 숭례문 현장에서 문화재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내놓지 못한 채 ‘숭례문 복구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남아 있는 부재(部材)를 최대한 다시 사용해 숭례문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이를 위해 문화재위원과 소방관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복원.. 2008. 3. 9.
대입제도를 고정시키는 길(2008.02.27) 대입제도를 고정시키는 길 이명박 정부의 대학입학전형 개선방향은 수능등급제 개선을 포함한 3단계의 자율화방안이다. 지난 1월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보면, 1단계로 올해 수능부터 등급과 함께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를 병기함으로써 대학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 2008. 3. 4.
‘과외공화국’에서 교육이 할 일(경기신문080304) 지난 2월 22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교육비 20조4백억원(국가예산 157조원의 13%)에 대해 한 신문은, 우리나라는 이제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과외공화국’이라고 표현했다. 조사결과를 개관하면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그 시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초․중․고 학생의 77%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2만2천원이므로 학생 1명이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는 데는 평균 3350만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지역별, 부모 학력, 가구 특성별로 차이를 보인다. 서울의 경우 1인당 월평균 28만4천원으로 읍․면 학생 12만1천원의 2.3배였고, 부모가 중졸일 경우의 사교육 참여율이 50%정도인 반면 대졸.. 2008.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