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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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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2005년 봄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아침나라)는 책을 냈습니다.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책이지만, 제목을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 사장의 주장이 강해서 부득이 그렇게 붙이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팔리지 않을 책이었다면 책 이름이라도 제 마음대로 붙여볼 걸 싶기도 합니다. 그 책에 실린 글입니다. 좀 긴 듯해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싣겠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와 오랫동안 글만 읽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긴 그게 제 블로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요즘 누드 열풍이 한창이다. …(중략)…. 여자들의 몸매의 서양화와 용감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여자들의 몸매가 서양화해 서양 여자들의 벗은 사진.. 2010. 3. 18.
西澤潤一 『암기편중교육에 대한 直言!』 西澤潤一 『암기편중교육에 대한 直言!』 창조 1994 신문에서 경제에 관한 칼럼을 읽다가 어디서 본 듯한 이름을 발견했습니다.1 '니시자와(西澤潤一)'입니다. 그 칼럼에서 눈길이 간 부분입니다. …(전략)… 손대는 일마다 술술 풀려 세상이 다 내 것처럼 여겨질 때 겸손해지기란 정말 어렵다. 개인만이 아니라 나라도 마찬가지다. 80년대는 일본 안 경제에서 이기는 상품이 곧바로 세계 시장을 거머쥐던 시대였다. 반도체·조선·가전가구·자동차·기계설비에서부터 골프채·피아노까지 모두가 그랬다. 미국에선 MIT 교수들이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라는 제목으로 일본 앞에 무릎을 꿇은 미국 제조업의 반성문을 쓰고, 유럽에선 '21세기의 승자(勝者), 일본이냐 독일이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던 .. 2010. 3. 17.
RE: RE: 빗꾸리시마시다 뭐 이런 제목이 있나, 싶을 수밖에 없겠네요. 요전에 소개한 편지「오겡끼데스까?(건강은 어떻습니까?)」의 후속편입니다. 내가「오겡끼데스까?」라는 이메일을 받고, 처음에는 '아, 요즘은 남의 이메일 창고에서 발신자 아이디까지 해킹해서 스팸메일을 보내는구나.' 했다가 진짜로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보낸 걸 확인하고는 ''어? 웬 일본어?' 했으므로 답장 제목을「'빗꾸리시마시다(깜짝 놀랐습니다)」라고 했더니 상대방이 -이 편지 주인공이- 너무 우스웠다고 하며 보시는 바와 같이「RE: RE: 빗꾸리시마시다」라는 제목으로 답신을 해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자꾸 들었기 때문인지 - 내가 지금 건방진 생각, 말하자면 착각을 하는 걸까요? - 함께 생활하지 않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니면, .. 2010. 3. 16.
「정치인의 책」 저는 주말의 신문에서 책 소개는 충실히 읽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6일, 조선일보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정치인의 책」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간혹 신문지면에 소개할 만한 책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그.. 2010. 3. 15.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델프트의 풍경」, 1660~1661년경. 캔버스에 유채, 98.5×117.5, 해이그, 마우리츠하위스.    하이, 코코.어떻게 지내요? 학교 생활이나 기숙사 생활이나 여전히 즐거워요? 코코가 있는 곳은 언제나 즐거운 곳일 것 같아요.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 아니겠어요?빨리빨리 세월이 가서 코코가 그림을 가르치는 모습을 봤으면…….초조해서는 안 되겠지요? 재촉한다고 빨리 배우는 건 아니니까요. 『현대문학』연재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았어요.* 그러나 오데트가 돌아가고 나면, 스완은 다음에 또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자면 또 얼마나 지루할까요, 하던 그녀의 말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한번은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진 말아 달라고 간청했.. 2010. 3. 14.
『無所有』 『無所有』 "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관(棺)도 짜지 마라.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 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 해라. 사리도 찾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 '무소유'를 설파해온 법정(法頂) 스님의 마지막 유언이다. 법정 스님이 11일 오후 1시 51분 서울 성북동 길상사(송광사 서울분원)에서 입적했다. 세수 78세, 법랍 55세.1 한 신문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사진 위에 적힌 기사 제목은 세 줄로「장례식 하지 마라」「관 짜지 마라」「사리 찾지 마라」였고, 그 아래에 '마지막 유언 중에서'라고 씌어 있습니다. 다른 신문에는 이런 기사도 보입니다.2 스님은 열반에 들기 전 맑은 정신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모.. 2010. 3. 12.
오겡끼데스까? 학교에서는 환영회나 취임식, 그런 이름으로 회식을 할 때이군요. 3월 둘째 주니까요. 좋겠습니다. "얼른 해치워야 이레저레 좋다"며 지난주에 이미 '해치운' 학교도 있겠지요. 회식 하는 날, 교장(아래 편지에서는 '대빵')은 몇 차까지 따라가는 게 좋습니까? 나는 꼭 1차만이었는데, 처음에는 몇 차례 2차까지만 가자고 졸랐습니다. "교장이 따라가면 싫어한다면서요?" "교장선생님 같으면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아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곧 조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2차의 프로그램은 주로 어떤 겁니까? 노래방? 차 한 잔? 맥주로 입가심? 어떤 거라도 좋겠지요. 그곳에서 떨어져나갈 사람 떨어져나가고 3차까지 갈 '핵심인사들'이 구분되는 게 중요하니까요.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 2010. 3. 11.
'아수라장 된 서울교육청' 「아수라장 된 서울 교육청」 얼마 전에 이 블로그에 서울교육청의 인사비리에 관한 기사를 옮긴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심정이었고, 기사의 ‘표정’도 '분개' 혹은 '고발'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일전에 본 '기사의 표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아수라장 된 서울교육청」이라니요. 더구나 기사 속의 삽화도 좀 보십시오. 이날짜 다른 신문의 논조(論調)는 어떠했습니까? 기사를 옮겨보겠습니다. 부제(副題)는 '교육감 이어 부교육감까지 공석… 행사·알정 줄줄이 취소'입니다. 김경회 서울시 교육감 직무대행(부교육감)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깜짝 사퇴한 다음날인 5일, 서울시교육청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기획관리실장이 임시로 직무대행 역할을 맡았지만, .. 2010. 3. 10.
교장의 눈, 교장의 가슴 어느 신문의 칼럼입니다.1 * 미국 소설가 잭 런던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매일 아침 전교생이 15분 동안 합창했다. 노래부르기를 싫어한 잭 런던은 한번도 입을 벙긋하지 않았다. 화가 난 교사가 고집불통인 그를 교장에게 데리고 갔다. 아이의 특성을 알아본 교장은 야단을 치는 대신 숙제를 내줬다. 매일 아침 15분 동안 글짓기를 한 편씩 해서 제출하라는 거였다. 그는 교실에서 자연스레 글쓰는 습관을 키웠다. 획일적 교육이 아니라 학생의 다양성을 중시한 교장 덕분에 훗날 작가가 됐다. * 교장은 배의 선장과 같다. 어떤 교장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배우느냐에 따라 인생항로가 달라진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딴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빙상 명문으로 꼽히는 서울 은석초등학교 동창이다. 이 학교 빙상부는.. 2010. 3. 9.
임 보 「겨울연가」 겨울연가 임 보 이 겨울밤 어디에 눈이 내리겠네 내리는 눈 속에 그대 잠들겠네 고운 꿈 꿈결마다 피는 동백꽃 동백길 천만 리로 내 무너져 눕겠네 2007년 겨울 어느 저녁, 한 지하철 역에서 읽었습니다. 지금도 그 역에는 이 시가 걸려 있습니까? 그저 그런 모임에 나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내리는 눈 속에 / 그대 잠들겠네' '내리는 눈 속에 / 그대 잠들겠네' 하다가 '고운 꿈 꿈결마다 / 피는 동백꽃'으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해 겨울이 가고 다시 2008년 …… 강원도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예고되어 있기는 하지만 2009년 겨울도 가고 있습니다. 이제 2010년 새봄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내 아파트 초라한 화단에 피어난 동백꽃 좀 보십시오. 화단은 초라한데도 .. 2010. 3. 8.
마지막 날 밤의 꿈 나는 '교무실'의 뒷쪽 구석, 별도로 마련된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회의실이나 세미나실에서처럼 앉은 것이 아니라 옛날식 저 '지시·명령 전달형' 회의실에서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두른두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부산한 분위기가 가라앉자, 누군가 올해 새로 임명될 부장교사와 담임교사들을 호명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호명이 끝나면 내가 임명장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 앞쪽으로 얼핏 새로 온 교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교장, 교감, 교무부장은 모두 남성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가 할일이 끝났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교무실 문간에는 그곳에 벗어놓았을 제 신발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무보조업무를 맡은 이를 .. 2010. 3. 5.
2009 양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의 한때 ▲ (신문에 실린 사진처럼 설명해보겠습니다.) 남양주양지초등학교 2009학년도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및 지역위원 들이 그들의 뜻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려고 노력해온 ○○○ 교장과 함께 지난 2월 25일(목) 오후 2시 교장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무종(부위원장)·김정희·김수경·염정남(위원장)·○○○·정정희·이정옥 위원. ▲ 김수경 위원님께 :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일을 다 부탁하고 다 시켜놓고, 기념사진 찍을 때는 '턱'하니 앞을 가로막고 서서 그 고운 모습 보이지도 않게 했으니 미안해서 어떻게 합니까. 그날 키 큰 사람은 뒤에 서라고 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지난 2월 25일이면, 저로서는 교장으로서의 '볼일'이 사실상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그 며칠 전, 위.. 2010.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