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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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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辨明) 2007년 8월말에 용인을 떠나 한적한 이곳 남양주로 왔습니다. '내가 여기 와 있는 줄 누가 알까?' 싶은 곳입니다. 그 3년 전인 2004년 8월말에 광화문을 떠나 용인으로 옮길 때만큼은 아니어도 서글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자꾸 서글픈 일을 당하게 되어 이 블로그를 만들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하루에 수십 명씩 이 블로그를 찾아왔고, 그것으로 보람과 위안을 느꼈습니다. 저를 직접 찾아오고 싶어 하거나 저를 바라보고 있는 분들 중에 몇몇 분이 저와 함께 광화문을 떠나, 그 다음에는 또 용인을 떠나 이곳으로 오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년 반이 지나자 이제 제 손님은 때로는 하루 천 명을 넘나들게 되었습니다. 한밤을 지난 첫새벽도 첫새벽이지만 비오는 밤 눈 내.. 2010. 1. 31.
메리 로취 『스티프 STIFF』 메리 로취 『죽음 이후의 삶, 스티프 STIFF』 권루시안 옮김, 파라북스, 2004 스티프(STIFF)란 '딱딱한' 상태, 즉 사후 경직이 일어났다는 의미로 시체를 가리킨다. 그렇게 시체가 되어 누워 있을 때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메리 로취는 영혼은 안중에도 없고, 다만 그 시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상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표현했다. 죽어 있다는 건 배에 타고 있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내고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또 살이 물러지고 새로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달리 할일도 없다.(9) 메리 로취는 이처럼 가벼운 듯 깊이 있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별 것 아니라는 듯 그러나 심각하게, 철저히 과학적이면서도 나와 마주앉아 얘기하듯 죽음 이후에 사체(死體).. 2010. 1. 29.
하이힐 폭행 신문기자들은 어떤 일에 대한 기사의 제목을 기가 막히게 잘 붙이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신문사설 제목에 '공중부양(空中浮揚)'이라는 단어가 보여서 '무얼 공중으로 띄우나?' '우리 학교 입학식 때 아이에 대한 부모의 소원을 쓴 작은 종이를 수소풍선에 매달아 띄우게 했는데, 법원에서도 그런 식으로 무얼 띄우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사를 읽어봤더니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글이었습니다.1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는 14일 작년 1월 국회 사무총장실 탁자 위에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이 외신을 타 '공중 부양(浮揚)'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혐의 내용 3가지 모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강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미디어법 등의 처리 반대 농성을 벌이.. 2010. 1. 28.
병실 일기 Ⅱ-지난해 12월의 병원과 올 1월의 병원 병실 일기 Ⅱ - 지난해 12월의 병원과 올 1월의 병원 - 2009년 12월의 병원 이야기입니다. 참을 수 없이 아파서 응급실에 들어가겠다는 연락을 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사망? 병원으로부터 제 사망이 언급되는 것을 저는 난생 처음 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렇.. 2010. 1. 27.
병실일기 Ⅰ-2010.1.17~1.22.서울아산병원- 옛날에 한 해마(海馬)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행운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겨 돈을 몽땅 챙겨가지고 길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뱀장어를 만났다. “야, 이 친구야! 어디를 가는 길이지?” “행운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해마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꼭 좋은 때 만났군.” 뱀장어가 말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돈을 절반만 주면 속력을 낼 수 있는 이 지느러미를 네게 주어 훨씬 빨리 바라는 곳에 도착할 텐데…….” “하! 그것 참 그럴듯한데!” 해마는 돈을 치르고 지느러미를 얻어 두 배의 속력으로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가지 않아 이번에는 우뭇가사리를 만났다. “야, 이 친구야! 어디를 가는 길이지?” “행운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꼭 좋은 때 만났군. 만약 돈을 좀 낸다면 여행을 훨씬.. 2010. 1. 26.
중환자실 일기 Ⅰ- 2010.1.17-1.22. 서울아산병원- Ⅰ 중환자실 환자는 그곳에 머무는 시간으로 보면 세 종류입니다. 수술 절차상 하룻밤만 지내고 그야말로 '해피하게' 일반병실로 떠나는 사람도 있고, 기약도 없이 누워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기약도 없는- 의식이 있기나 한 건지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나머지 한 종류는 나처럼 어정쩡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 걸 보면 비교적 일찍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을 보고 "버러장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거나 "도무지 질서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할 수는 없는 일이 분명하고, 그러므로 자신의 노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Ⅱ 어머니(先妣)는 마흔여덟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저 아이 낳고 일하고 하는 데만 그 짧은 세월을 다 보내다 갔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2010. 1. 25.
수술실 일기- 2010.1.17-1.22. 서울아산병원- 아직은 혼수상태였을 것입니다. 눈앞에 손이 보였습니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언제나 따듯한' 그 손을 잡고 두 마디만 했습니다. 그게 차례로 가장 중요한 말이긴 하지만 수술실에서 생각해 두지는 않았는데도 저절로 그 말이 나왔습니다. "오래 걸려서 걱정하고 있을 줄 알았어." "나 대단히 아팠어." 아내는, 제 손목의 핏줄을 타고 들어간 카메라가 세 줄기밖에 되지 않는 관상동맥들 살펴보는 데는 10분이나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몇 차례 들었기 때문에 한 시간도 더 걸린 그 시간에 거의 초죽음이 되었을 것입니다. 검사를 받아보러 들어가 수술을 하게 되고 게다가 지혈까지 어려워 고생을 하고 나오는 동안 예기치 않았던 상황에 어디론가 전화하는 자신의 손이 푸르죽죽하더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중.. 2010. 1. 23.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인상주의)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인상주의 작품 보기 - Monet to Picasso - Masterpieces from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 「르그랑 양의 초상」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프랑스) 1875년, 캔버스에 유채, 81.3×59.7cm 이 그림이 전시회(2009.12.16~2010.3.2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포스터에도 입장권에도 도록 표지에도 모두 이 그림입니다. 르누아르가 명성도 없고, 초상화 주문을 받아서 겨우 밥벌이를 하던 1875년에 그린 이 초상화의 주인공 아델핀 르그랑 양의 아버지는 상점 점원이었고, 어머니는 밀짚모자를 만들어 팔았답니다. 르누아르가 르그랑 양의 결혼식에도 참석.. 2010. 1. 16.
교과서 선진화 방안(교육과학기술부) Ⅱ 교과서 선진화 방안(교육과학기술부) Ⅱ ※ 별첨 자료 1.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 개요 2.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 3. 교과용도서 종류 및 구분기준 4. 금년부터 달라지는 교과서 제도 현황 5. 검정교과서 제도 변천사 6. 주요정책 내용 요지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 개요 창의적인‘산 지식’을 제공하고, 학습자 친화적인 '미래형 교과서’보급 ↗ ↑ ↖ 가격자율화 후속조치 인정도서 확대 검정제도 개선 ‣가정학습용 e-교과서 보급 ․서책형은 학교에서, e-교과서는 가정에서 활용 ‣가격결정에 대한 시장의 합리성 제고 ․가격 사전 심의, 필요한 경우 조정 권고 ‣특목고 및 전문계고 국정도서의 인정전환 ․학생 수준에 맞춘 교과서 개발 및 사용 용이 ‣고교 과학 등 검정도서의 인정전환 ․보.. 2010. 1. 15.
교과서 선진화 방안(교육과학기술부) Ⅰ 다음은 2010년 1월 12일, 교육과학기술부 발표 '교과서 선진화 방안' 보도자료 전문입니다. ---------------------------------------------------------------------------------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 발표" - 창의적인 '산 지식'을 제공하고 학습자 친화적인 미래형 교과서 보급 - Ⅰ 다매체 시대에 사용하기 편리한 e-교과서를 종이교과서와 함께 보급 Ⅱ 인정도서 대폭 확대로 인정절차만 거치면 시중 일반서적도 교과서로 사용 가능 Ⅲ 학회나 공공기관도 검정교과서 출원이 가능해서 재미있고 다양한 교과서 제작 확대 ---------------------------------------------------------------------.. 2010. 1. 15.
마거릿 크로스랜드 『권력과 욕망』 아름다움의 힘 마거릿 크로스랜드 『 권력과 욕망』 이상춘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005 최근에 이르러 '외모지상주의'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뜨겁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KBS 2TV「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여대생이 "키가 180cm 이하인 남자는 루저"라고 해서 말썽이 되기도 했고, 톱스타 장동건과 고소영이 사귄다는데 대해 '개그콘서트'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우스개를 방송하여 그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답니다. 어쨌든 심지어 '외모도 능력'이라는 말이 '진실'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 루스벨트대학 교수 고든 팻찌는, '외모연구소'를 만들어 30년간 '외모지상주의(lookism)'.. 2010. 1. 14.
원어민교사 루크 루크는 캐슬린의 후임으로 지난 9월 1일에 우리 학교에 온 원어민 보조교사입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캐슬린과 달리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남성입니다. 그는 캐슬린과 다른 면모를 보이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캐슬린은 삼겹살을 좋아하고 태권도, 도자기를 열심히 배워서 고마웠지만, 루크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하여 예쁜 딸을 두었고, 한국음식 중에 못 먹는 것이 아마 한 가지도 없을 것입니다. 청국장이나 뭐나 간에 뭐든지 잘 먹고 빨리 먹고 ‘빡빡’ 긁어서 깨끗이 먹어치우기 때문에 제가 “좀 천천히 먹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더니 어느 날 제가 좀 빨리 먹는 걸 보고 부디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국음식을 뭐든지 잘 먹는 그가 신통하고 고맙기 짝이 없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는 루크를 만나면 한심한.. 2010.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