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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인상주의)

by 답설재 2010. 1. 16.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인상주의 작품 보기 -

Monet to Picasso

- Masterpieces from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

 

 

 

「르그랑 양의 초상」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프랑스)

  1875년, 캔버스에 유채, 81.3×59.7cm

 

 

이 그림이 전시회(2009.12.16~2010.3.2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포스터에도 입장권에도 도록 표지에도 모두 이 그림입니다.

르누아르가 명성도 없고, 초상화 주문을 받아서 겨우 밥벌이를 하던 1875년에 그린 이 초상화의 주인공 아델핀 르그랑 양의 아버지는 상점 점원이었고, 어머니는 밀짚모자를 만들어 팔았답니다. 르누아르가 르그랑 양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을 정도로 서로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부유하지도 않은 아버지가 딸의 초상화나 하나 그려달라고 하고 그림 값을 좀 주었던 것일까요?

 

도록에는 여덟 살의 르그랑 양은 소박한 차림이며, 수줍은 표정으로 누구에게 안심 혹은 격려의 표시라도 구하려는 듯 이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초상화를 그려주겠다며 거기 서 있어 보라고 하면 아무라도 좀 어색하고 그렇겠지요. 옷차림이나 스카프, 금목걸이, 반지가 고전적이고 세련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저 소녀의 말쑥한 모습 좀 보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수련, 일본의 다리」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프랑스)

  1918~1926, 캔버스에 유채, 88.9×92.7cm

 

 

사람들이 이 그림 앞에서 "이게 무슨 수련이지, 다리는 어디 있지?" 하자, 그들과 일행인 한 초등학생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게 다리고, 다리 말고는 다 수련 같은데요."

어른들은 잡념이 많아서 뭐든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겠지요.

 

신문에서 연재되는 글을 읽어보았더니,1 모네는 1883년경 지베르니라는 곳으로 이사한지 몇 년 만에 연못과 정원이 딸린 집을 구입한 후 죽을 때까지 43년간 그 정원의 수련을 많이 그렸고, 시력이 나빠지자 연못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거의 색채 추상이 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답니다. 그리하여 그림이 어떤 주제나 사상을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답니다.

 

알베르 까뮈는 이렇게 썼습니다.2

"사상가와 똑같은 이유로 예술가도 자신의 작품 속에다 온 힘을 다 쏟으며 그 자신이 된다. 그러한 삼투성(滲透性)은 미학적 문제들 중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더구나, 정신은 오로지 한 목적에만 마음을 쏟는다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에게는, 방법과 대상을 근거로 한 구분보다 더 헛된 것은 없다. 인간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부과하는 원칙들 사이에는 아무런 경계선도 없다. 그것들은 서로 맞물리며, 같은 고뇌에 의해 융합되는 것이다."

 

 

「한밤중」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 프랑스)

  1943, 캔버스에 유채, 47×52.5cm

 

 

모네의「수련, 일본의 다리」를 설명해준 그 초등학생은 이 그림을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합니다. 김춘수 시인이,3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靜脈이

바르르 떤다.

(......)"

고 노래한 그 샤갈의 그림입니다.

 

도록에 의하면, 샤갈의 그림은 서정적이고 몽환적이며, 이 그림 속 연인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같은 전체주의 정권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고향 마을에 대한 향수를 암시하고 있답니다.

 

 

「숲의 언저리」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 프랑스)

  1856년경, 캔버스에 유채, 88.3×115.3cm

 

 

어둡고 두껍고 힘차게 보이는 풍경입니다. 비바람이 불고 가을이 끝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쿠르베는 하필이면 왜 이런 풍경을 그렸을까 싶었습니다.

도록에 의하면 1856년경의 쿠르베는 좌파 이념에 입각해 소박하고 사실주의적인 노동자와 농부의 이미지를 주로 그렸기 때문에 파리 미술계에서 선동가로 통했다고 합니다.

 

이 풍경화와 다음의 수채화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어느 것이 더 좋고 가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메인주 케너벡 강 하구의 조류, 멀리 보이는 팝햄의 오래된 항구」 존 마린(John Marin, 1870~1953, 미국)

  1931년, 종이에 흑연과 수채, 42.2×58.1cm

 

 

바다가 도도하게 밀려오고 밀려갑니다. 수채화는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데 왜 유명한 화가들은 수채화를 잘 그리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40여 년 전 우리에게 수채화를 가르쳐주던 그 교수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고 말문이 막혔던 그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다음 그림도 수채화랍니다.

 

 

「앙티브의 아침」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프랑스)

  1888, 캔버스에 유채, 65.7×82.1cm

 

 

도록에 의하면, 모네가 1874년 전시회에 출품한 비슷한 그림들은 '인상'이라는 말로 불렸고, 이 용어는 나중에 모네와 그의 동료 화가들을 지칭하는 이름이 됐는데, 이들은 날씨와 햇빛의 순간적이고 덧없는 속성을 그림으로 표현해 붙잡아 두려고 했답니다.

「앙티브의 아침」도 그런 그림 중의 하나랍니다.

 

모네는 이 그림에 표현되어 있는, 지중해 건너 '아련하게' 보이는 고대도시 앙티브에서, 나중에 그의 아내가 된 알리스 오슈데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답니다.

"여기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정말 아름다워요. 하지만 또 얼마나 그리기가 어려운지!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정확히 압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핑크빛과 파란색이 어찌나 투명하고 순수한지 붓을 조금만 잘못 놀려도 오물을 칠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랍니다."

 

 

「키어사지호와 앨라배머호의 해전」 에두아르 마네(Ḗdouard Manet, 1832~1883, 프랑스)

  1864, 캔버스에 유채, 137.8×128.9cm

 

 

마네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 프랑스 해안에서 벌어진 해전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그렸답니다. 지금 상황은 전투가 끝나가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저 바다가 우리가 바닷가에 갈 때의 그 바다가 아니라 '무서운 바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저 위에서 본「메인주 케너벡 강 하구의 조류, 멀리 보이는 팝햄의 오래된 항구」에서 본 바다나, 바로 위에서 본「앙티브의 아침」에 보이는 바다는 아닙니다.

 

이제 초상화입니다.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 알브르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Ḗdouard Manet, 1832~1883, 프랑스)

  1880, 캔버스에 유채, 92.4×73.5cm

 

 

역시 에두아르드 마네가 그렸습니다. 도록을 보았더니 앙브르라는 여인은 북부 아프리카 출신으로 네덜란드 국왕 앙리 3세의 애인이었다가 오페라 가수가 되었고 당시 인기 절정의 유명인사였답니다. 이 그림은 그녀가 미국 순회 공연 중 카르멘 역을 맡았을 때 그린 그림이랍니다.

 

비제의 오페라『카르멘』에는 투우 장면과 밀매업자, 댄서들이 많이 등장하며, 여주인공 카르멘은 애인을 범죄의 세계에 빠뜨리고 결국은 그의 손에 죽는 집시여인입니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그림 앞에서도 왠지 가까이 다가가기가 조심스러운 듯한 느낌이었고, 저 여인의 숨소리가 들릴 듯했습니다.

 

 

「세잔 부인의 초상」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 프랑스)

  1890~92, 캔버스에 유채, 61.9×51.1ㅊcm

 

 

도록을 보면, 폴 세잔은 1869년 파리에서 오르탕스 피케라는 이 여인을 만났는데, 그녀는 당시 19세의 모델이었답니다. 1872년 그들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고, 1886년에는 결혼을 했답니다.

세잔이 피케의 초상화를 44점이나 그릴 정도로, 피케는 항상 세잔의 모델이 되어 주기는 했지만, 피케는 세잔의 그림을 조금도 이해해주지 못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위의 초상화에서 피케는 '에이그, 뭘 그린답시고……' 하는 표정 같습니다. 그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초상화가 되어 있긴 하지만.

 

 

「아버지의 초상」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 미국)

  1910, 캔버스에 유채, 92.4×73.3cm

 

 

뒤샹은 이 초상화를 22세 때 그렸는데, 세잔을 존경하여 "이 그림은 세잔에 대한 숭배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뒤섞여 있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답니다.

그 생각으로 바라보니까 정말 멋지게 보였습니다. 뒤샹도 그렇고, 뒤샹에게 그런 말을 들은 세잔도 그렇고, 저렇게 사려 깊은 표정으로 넉넉하게 앉아 있는 그의 아버지도 그렇고.

 

 

「발레 수업」 에드가 드가(Hilaire-Germaine-Edgar Degas, 1834~1917, 프랑스)

  1880년경, 캔버스에 유채, 82.2×76.8cm

 

 

드가는 19세기 파리의 발레 댄스들을 묘사한 그림들로 유명하답니다. 도록은, 이 그림은 순간적으로 스케치한 듯하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구성한 그림이라는 데 대해 과학적인 증거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쪽의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파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학부모? 원장? 느긋하게 앉아 신문을 읽고 있지만, 걸핏하면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언제 봤는지 서툰 동작을 지적하고 여차하면 저 늙은 교사를 꾸중하기도 하는.

 

이 생각이 맞다면 저 대머리 교사는 저 나이까지라면 발레 댄스 교습에는 고수일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저 나이가 되도록 학원 하나 차려 독립하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저 보통이 아닐 것 같은 여인의 간섭을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니…….

 

 

「데이지 꽃이 있는 정물」 빈 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 네덜란드)

  1884~5년경, 캔버스에 유채, 41.6×57.2cm

 

 

스캔이 잘못 되어서 그렇지, 이 정물화는 고흐의 작품입니다. 그림 앞에 서자마자, 제목은 '데이지 꽃이 있는 정물'이지만 이쪽의 저 노란 국화가 '확' 튀어나온 느낌이었기 때문에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았습니다.

저 화병은 사실은 맥주잔이었답니다.

 

 

오귀스트 로댕 「영원한 봄」

 

 

사랑에 빠져버린 남녀를 표현한 로댕의 작품을 자주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이「영원한 봄」이지만 원래의 제목은「큐피드와 프시케」였다는데, 어떤 제목이라 하더라도 나는 저 남녀가 바로 로댕 자신과 그의 제자이자 애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이라고 여겨지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로댕 자신이 나서서, 저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고 설명한다면, 나는 더욱 더 그렇게 여겨질 것 같습니다.

 

 

「무어 병풍」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프랑스)

  1921, 캔버스에 유채, 91.9×74.3cm

 

 

마티스는 화려한 병풍, 양탄자, 직물, 의상 등을 즐겨 그려서 그림도 화려하다고 했습니다. 이 그림도 실제로는 매우 화려해 보였는데 스캔은 그렇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멋지게 차려 입은 두 여인 중에서 서 있는 여인은 마티스의 딸 마르그리트이고, 앉아 있는 여인은 마티스가 아꼈던 모델 앙이에트 다리카레랍니다.

 

 

「글 쓰는 소년」 벤샨(Ben Shahn, 1898~1969, 리투아니아 출신 미국인)

  1958, 종이에 잉크와 흑연, 58.1×47.3cm

 

 

공부하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의 주인공이 하필이면 왜 저렇게 약하게 보이고 불쌍해 보입니까?

도록을 보면 소년의 뒤로 보이는 저 벽돌 건물은 뉴욕의 전형적인 임대 아파트의 모습이고, 벤샨 자신이 글씨 연습을 하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드로잉이라니, 그의 어린 시절이 불행한 느낌을 주었던 것일까요?

 

 

이 전시회에는 저 유명한 피카소의 여러 작품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하나도 소개하지 않는 이유를 대면 다음 중 한 가지입니다.

① 다음에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싶다.

② 워낙 유명해서 소개하나마나다.

③ 아는 것이 없어서 도록을 베끼는 방법 말고는 도저히 소개할 수가 없다.

 

그림에는 전문성이 없는 보통 눈을 가지고 몇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스캔이나 설명이나 보잘 것 없어 미안합니다.

 

사정이 있어서 며칠 간 자료를 올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3일? 쓰고 싶은 이야기는 수북한데도 살다보면 이런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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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일보, 2010. 1. 6, A 34, ‘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36] 모네의 수련’.
2. 알베르 까뮈/민희식 옮김,『시지프의 신화』(육문사, 1993), 131쪽.
3.『金春洙 詩選 處容』(민음사, 1974), 85쪽,「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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