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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작별(作別)

변명(辨明)

by 답설재 2010. 1. 31.

 

 

 

 

 

2007년 8월말에 용인을 떠나 한적한 이곳 남양주로 왔습니다. '내가 여기 와 있는 줄 누가 알까?' 싶은 곳입니다. 그 3년 전인 2004년 8월말에 광화문을 떠나 용인으로 옮길 때만큼은 아니어도 서글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자꾸 서글픈 일을 당하게 되어 이 블로그를 만들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하루에 수십 명씩 이 블로그를 찾아왔고, 그것으로 보람과 위안을 느꼈습니다. 저를 직접 찾아오고 싶어 하거나 저를 바라보고 있는 분들 중에 몇몇 분이 저와 함께 광화문을 떠나, 그 다음에는 또 용인을 떠나 이곳으로 오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년 반이 지나자 이제 제 손님은 때로는 하루 천 명을 넘나들게 되었습니다.

 

한밤을 지난 첫새벽도 첫새벽이지만

비오는 밤

눈 내리는 저녁

꽃피는 아침

모두들 해운대나 대천으로 몰려간 듯한 여름날 한낮

그러다가 바람 부는 가을날 쓸쓸한 오후

……

그러므로 어느 날 어느 때도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는 뚜렷한 사실은

제게는 충분하고 엄청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런 오기(傲氣, 그리움)도 있습니다. 언젠가 찾아오겠지 싶은 사람, 올 것이라는 오기

"아, 이러고 있었어요?"

 

그러면 능청스럽게 대답할 것입니다.

"봐, 제일 잔잔한 글씨로, 재미도 없는 글을 실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잖아."

이렇게 덧붙일 것입니다.

"우린 말이야, 나나 내 독자들이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면이 있어. 그게 뭔가 알겠어? 잔잔한 글씨로 된 재미없는 글을 쓰고 읽으며 서로 공감하는 게 뭔지 알겠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제 제가 교육계를 영영 떠나게 된 것입니다.

이미 여러 군데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했듯이 저는 이제 강의료 같은 걸 받고 '학교교육'을 주제로 한 강의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저를 초라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이곳저곳 열심히 다니며 강의했습니다.

이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디 강의해 달라고 하는 데가 없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 도도한 자존심만은 지키며 살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데도 이 블로그에서는 교육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그게 문제입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제 와서 "짠!―" 하고 새로 나타날 수는 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무슨 좋은 길이 없을까요?

그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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