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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작별(作別)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 d단조 KV 466

by 답설재 2009. 11. 24.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 d단조 KV 466

- 슬픔과 눈물과 … 행복과 -

 

 

 

 

 

늦가을이면 더 좋을까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게는 그렇습니다. 할일이 아직 남은 것 같은데 달력을 보면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지나간 일들은, 늘 치열했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다 그렇고 그런 일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특히 어쩌다 만난 사람들은 "그땐 참 대단했다"고 해서 '그래, 그걸 기억해야 한다'고 정신을 가다듬지만 그때뿐입니다. 베이징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G 교수가 한 말이 사실이고 진실일 것입니다.

"제가 언제 또 교장선생님 모시고 다니게 되겠어요?"

 

세상은 본래 '단조'여서 단조스럽게 말하는 사람 같으면 '비극적'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데 느낌에 따라 '장조'가 되기도 하는 걸까요? 그래서 '단조'로 느끼는 것이 정상인 걸까요? 아니면, 세상은 본래 '장조'인데 나이들어 사라져가게 되는 날에는 모든 '장조'가 다 '단조'로 바뀌는 걸까요?

 

제1악장은 제2악장을 위한 전주곡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2악장을 들으면, 제1악장을 들을 때 생각나는 일들을,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치열했던 그 일들과, 그로 인한 슬픔과 진실과 정서와 … 그리하여 거의 모든 것을, “다 잊으라, 괜찮다. 쓸데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괜찮다. 사실은 다 아름다운 것이고 그게 행복한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다시 확인해보십시오. 제게는 제3악장은 제1악장을 이어주는 느낌이어서 들을 때마다 결국은 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렇게 지내면서, 그 30여 분에, 어느 산골짜기, 아니면 화려하지 않아서 잠깐 다녀오기에는 더 좋은 어느 바닷가를 다녀온 느낌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쓸데없는, 어쭙잖은 것입니다. 모차르트와 그리고 그 피아노협주곡 제20번에 관한 자료를 보았습니다.

모차르트의 생애를 비교적 간결하게 정리한 부분입니다.1

 

1756년 1월 27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3세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한 신동이었다. 5세부터 피아노곡을 작곡했고, 7세 때는 바이올린 소나타를, 그리고 8세 때는 교향곡을 작곡했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 레오폴드는 볼프강과 그의 누이 난네를에게 철저하게 음악을 교육시켜, 이 둘을 유럽 각 나라의 궁정으로 연주 여행을 데리고 다녔다. 이 여행은 그의 나이 11세 되던 1762년초 뮌헨 여행으로부터 시작하여 1779년까지 무려 17년이나 계속되었다. 비록 힘든 여행이었지만, 이 여행을 통해 모차르트는 만하임 악파, 파리 음악계, 이탈리아 오페라 등을 두루 섭렵하여 이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만하임 여행 중에 그는 작곡가 베버의 조카딸인 알로이자 베버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2 아버지의 추궁을 들으며 파리로 쫓겨가야 했다. 파리의 생활은 비참했으며 그 곳에서 사랑하는 어머니마져 잃어버린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다. 1781년에 잘츠부르크 대주교와의 불화로 궁정음악가를 그만두고 빈으로 간 모차르트는 알로이자의 동생 콘스탄체와 결혼한 후 교사와 작곡가를 겸하는 프리랜서 음악가가 되었으나 경제적으로 몹시 곤궁했다.

 

그러나 가난과 싸우면서 필사적으로 작곡하던 이 시기에 <교향곡 제39, 40, 41번> <클라리넷5중주> 오페라 <마술피리> <레퀴엠> 같은 걸작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3 1791년에 들면서 모차르트의 경제는 조금씩 나아질 기미가 보였으나 그때는 이미 쇠약해진 이후였고, 결국 이 불세출의 천재는 그 해 11월에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콘스탄체와의 결혼도 원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결사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모차르트는 26세였고, 콘스탄체는 아직 20세가 채 안 된 때였으므로 그들의 고심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콘스탄체의 성격을 아버지께서 좀더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녀는 미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닙니다. 그 아름다움은 검은 눈동자와 용모에 나타나 있습니다. 너그러운 친절함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아내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아버지는 끝까지 반대했고, 끝내 콘스탄체의 시아버지에 대한 마음까지 굳어갔습니다. 모차르트는 절망감에 잠긴 채 잘츠부르크를 떠났습니다.4

 

다음은 <피아노협주곡 제20번>에 관한 설명입니다.5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한 곡만 꼽으라고 한다면(선택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제20번 D단조, 아니면 제24번 C단조가 될 것이다. 이 두 곡은 모차르트의 전 피아노 협주곡 중 아주 드문 단조이며 그런 뜻에서도 다른 작품에 비해 돋보이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에 단조가 극히 드문 이유는 당시 독주자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해 화려한 성격의 장조를 좋아했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단조는 청중이나 연주자가 별로 탐탁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조는 당시 협주곡의 절대적인 조건이었다.

 

제20번 협주곡은 D단조라는 어둡고 우울한 조성으로 작곡했기 때문에 다른 장조의 곡들이 밝고 화려한데 비해 비극적인 색깔이 짙다. 이 곡으로부터는 모차르트의 슬픔과 눈물과 한숨을 듣는 것만 같다. 깊은 슬픔을 간직한 제1악장은 모차르트의 일상생활의 괴로움이 극적일 정도의 심각함을 지닌 채 다가든다. 제2악장 '로만체'는 분위기가 확 바뀌어 밝고 아름답다. 아내 콘스탄체와의 사랑의 밀어(密語)처럼 아늑하고 달콤한 분위기이다. 제3악장은 다시 비장한 느낌 속에 발랄하게 끝난다.

 

구성적으로도 아주 견고하여 그 심포닉한 극적 성격은 베토벤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훗날 베토벤이 어느 귀족의 집 앞을 지나가다가 이 협주곡을 듣고 "이처럼 아름다운 곡이 있다니! 나는 도저히 저런 음악은 쓸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작품 가운데에서 특히 이 곡을 좋아하여 카텐차를 작곡했을 정도이다.

 

프리드리히 굴다가 피아노를 연주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반에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 그의 작품 중 1785년에 씌어진 세 곡, K. 466, 467, 482도 오늘날 널리 연주되고 있는 곡으로 모차르트의 창작력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의 작품이다. …(중략)… 이 당시 모차르트의 생활은 매우 곤궁했던 모양으로 나타나 있다. 출판업자 호프마이스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급히 필요하니 약간의 돈을 빌려주었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빠른 시일 안에 도착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폐를 당신은 너그러이 용서하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저도 당신의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디 저를 위해 편의를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

 

그 천재는 이런 편지를 쓰고 보내며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35세, 그렇게 살다가 그가 사라진 나이입니다.

 

 

 

...........................................

1. 조희창,『클래식 내비게이터』(음악세계, 2000), 293~294쪽(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2. 모차르트는 알로이지아를 위해「소프라노를 위한 레치타티보(서창)와 아리아(영창) K. 294」를 작곡하기도 했으나, 모차르트가 파리에 있는 동안 마음이 변하고 말았다.(안동림,『이 한장의 명반』, 현암사, 200쪽)
3. 이 시기에 피아노협주곡도 많이 작곡되었다. 당시의 빈 청중이 바라던 것은 아직은 교향곡이 아닌 피아노 협주곡으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전 27곡 중 빈에서 작곡한 작품이 단연 많고 또 뛰어난 것이었다. 1784년부터 1786년까지 3년간 제14번부터 제25번까지 작곡되었다.(안동림, 위의 책, 202쪽)
4. 안동림, 앞의 책, 201쪽 참조.
5. 안동림, 위의 책,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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