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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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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The Kiss」 지난 3월 19일,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Ⅱ) - 나체체험과 체험학습의 필요성」이라는 글에서 '어린 소녀 샤틀렌느'라는 작품 감상기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었습니다. 소녀는, 새벽의 산골짜기 차가운 개울물에 막 세수를 하고 여명을 맞이하고 있는 듯했다. 그 눈빛에서 아름답게 살아 있는 한 영혼이 빛살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어 그처럼 초롱초롱한, 그처럼 아름다운 눈빛을, 나는 실제의 인물로도 그림,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소녀는 선정적이지도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다. …(중략)… 그런데도 '샤틀렌느', 나는 그 소녀의 눈빛만으로 누추한 내 영혼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 육신이 부끄러워 몸을 숨기고 싶었다. 여인에 대하여, 소녀에 대하여 나는 한 번도 그러한 눈빛을 상상한 적이 없었고 그러한.. 2010. 4. 2.
김남호 「참 좋은 저녁이야」 『現代文學』 2010년 2월호 「누군가의 시 한 편」(제50회)에 소개된 김남호 시인의 詩(김남호 시인의 시집『링 위의 돼지』(2009, 천년의시작)에서 김사인 시인이 뽑은 시. 참 좋은 저녁이야 유서를 쓰기 딱 좋은 저녁이야 밤새워 쓴 유서를 조잘조잘 읽다가 꼬깃꼬깃 구겨서 탱자나무 울타리에 픽 픽 던져버리고 또 하루를 그을리는 굴뚝새처럼 제가 쓴 유서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왜가리처럼 길고도 지루한 유서를 담장 위로 높이 걸어놓고 갸웃거리는 기린처럼 평생 유서만 쓰다 죽는 자벌레처럼 백일장에서 아이들이 쓴 유서를 심사하고 참 잘 썼어요, 당장 죽어도 좋겠어요 상을 주고 돌아오는 저녁이야 우리가 어렸을 적, 동네 큰제삿날 절편을 얻어먹던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도리'는 지키던 -그렇.. 2010. 4. 1.
이 얼굴 Ⅰ(한주호 준위) 천안함 수색 작업 중에 순직한 한주호(53) 준위가, 지난 2002년 8월, KBS TV의 UDT1 요원이 되기 위한 48기 훈련생도들의 훈련과정을 생생히 담아 보도한 수요기획 「지옥에서 살아오라!」라는 프로그램에서 훈련교관으로 등장한 모습이 오늘 오후 3시 7분에 에 실렸다. ​ 한 신문에는 관련 기사가 1, 2, 3면 가득 실렸는데, 특히 2면의 제목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끝내는 눈시울을 적셨다.2 ​ 순직한 한 준위,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 "구조활동 힘들고 춥더라… 그래도 계속 하겠다" ​ 그의 아들은 아버지를 이어 2대째 군인의 길을 가고 있는 중위란다. 부인도 "지난 일요일 구조작업에 갈 때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제 두 번 전화했는데 '배에 들어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라고 .. 2010. 3. 31.
영화『클래스』Ⅱ 다시 영화 『클래스』(교실) 이야기입니다. 먼저 신문 기사를 옮깁니다.1 ● '클래스'는 갈등·토론 불꽃 튀는 중학교 교실 1년 기록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클래스'는 프랑스 파리의 한 중학교 교실을 1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전부 신인 연기자인 교사와 아이들이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아, 실제 상황처럼 보인다. 프랑스어 교사 마랭(프랑수아 베고도)의 교실에 대부분 머물러 있는 카메라는 혈기방장한 중3 학생들과 성내지 않고 품위를 지키려는 선생 사이를 오간다. 가르치려는 자와 배우지 않으려는 자의 전쟁 같은 이 교실의 모습은, 누군가를 제도권 내에서 교육한다는 일이 얼마나 고되며 이성을 잃기 쉬운 일인지 가늠케 한다. 주인공 프랑수아 베고도는 원작 소설의 작가이며 전직 교사다. 영화에는 기.. 2010. 3. 30.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교실』 프랑스 영화 감독 로랑 캉테(49)가 오는 4월 1일, 『클래스』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했습니다. 프랑스 영화로는 1987년 이후 21년 만에 칸 최고상을 받은 것이라니 감개무량할 것입니다. 그 영화가 200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이미 2008년 6월초에 알려졌습니다. 그 때 저는 아래와 같은 자료를 작성해 놓았습니다. 교육에 관한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 특별하게 여겨져서 개봉되면 한번 보려니 했던 것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2008년에는 『교실』로 소개되더니 결국 『클래스』로 결정되었습니다. 『교실』을 버리고 결국은 『클래스』라니 …… 도대체……. 우리는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클래스』라고 해야 뭐가 있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겠지요. 제가 이 블로그.. 2010. 3. 29.
한국교육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시간 엄수, 복종, 기계적인 반복작업.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30년 전인 1980년에 그의 저서『제3의 물결』에서 '현대산업사회 교육'을 이렇게 특징지었습니다. 좀 가혹한 평가일까요? 전 세계적으로 앨빈 토플러의 그 지적을 아직도 고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인 반복작업! 그는 한국에 대해 자주 언급합니다. 자신의 말을 곧이 듣지 않는 나라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요. 그냥 '그 참 희한한 나라구나!' 싶겠지요. 또 그렇게 언급하면 자신의 책이 더 잘 팔리고 인터뷰나 강의 요청이 더 많아질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자료를 정리하다가 2007년 9월 20일, 신문에 보도된「"평등·획일화 … 한국교육 미래와 정반대로 가"」라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2010. 3. 28.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지난 수요일에는 익산을 다녀왔습니다. 그곳 H 초등학교 H 교감선생님께서 차를 태워주셔서 미륵사지 앞을 지나갔습니다. 미륵사지는 최근에 새로 복원하고 다듬어 멋진 학습장이 된 곳입니다. "이제 여러 곳에서 미륵사지로 체험학습을 많이 오겠네요?" "…… 글쎄.. 2010. 3. 26.
타임지(誌)「중퇴자들 시대 열린다」 신문에 「향후 10년, 학교 중퇴자들 시대 열린다」는 기사가 실렸다(조선일보, 2010. 3. 16, A2) 그 얘기만 옮겨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앞으로 10년을 장식할 트렌드 10선(選)을 소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학교 중퇴자 경제'(dropout economy) 시대가 온다는 대목이다. 그전까지 중산층 부모가 자식에게 건네는 말은 한결같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 마치고 취직하거라."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다. 미국내 고교 중퇴자는 날로 늘어 2006년 이미 10명 중 3명꼴이었다. 이미 많은 젊은이 눈에 대학은 너무 비싼 신분 표시 인증기다. 청소년 중 3분의 1가량이 대학을 안 간다. 제도권 교육이 불신받으면서 새로운 학습과 삶의 방식에 대한 실험은 더욱 늘어날 .. 2010. 3. 24.
제일 싫어하는 수업 어느 학생이 내게 보낸 편지입니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이건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와 함께한 교육자들은 혹은 나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내리거나 정보를 제공한 행정가들은 내가 "이렇게 하지 말자!"고 아무리 외쳐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잘난 척만 했지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오히려 나에게 하나라도 더 잘 설명해주려고 안달이 나 있었지만- 이 편지를 보낸 이 '새내기' 학생은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에, 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나는 이 편지를 가지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보십시오!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 선생님께서는 외국여행을 .. 2010. 3. 23.
학교는 정말 없어지는가? '학교는 정말 없어지는가?' 이 문제에 집중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습니다.『앞으로 50년 The Next 50 Years』이라는 책을 읽은 후에 골똘해졌습니다. 존 브록만이라는 학자가,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던지는 과학과 인간의 미래에 관한 25가지 질문들'에 대한 글을 모은 책입니다. 이 블로그(「책보기」)에서 지난해 11월 29일, 12월 1일 두 차례로 나누어 소개한 책입니다. 25가지 글 중에서도 특히「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로저 샨크)와「빛살 속으로」(데이비드 갤런터)의 글이 눈길을 끌었고 내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로저 샨크의 글 중에는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책보기」에 이미 옮겨놓은 부분들을 다시 옮깁니다. 이번에는 '학교는 정말 없어지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읽을 수 있을 것입.. 2010. 3. 22.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Ⅱ) -나체체험학습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에서 계속 그러다가 나는 한 작품 앞에서 딱 멈춰 서게 되었다. 그것은 소녀의 상반신상이었다.1 화보에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까미유가 임신하여 피신해 있는 동안 아즐레뜨 城의 여주인의 손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이 명랑한 소녀를 소재로 까미유는 홍기 띤 아이의 얼굴,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크게 뜬 두 눈, 모난 턱, 숨쉬는 입, 수척한 관자놀이 등을 표현한다. 이 세상에 대한 신비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바라보는, 불타는, 무엇을 묻는 듯한 두 눈이 가장 큰 초점을 모은다. 특별한 덧붙임 없이, 문학적이거나 신화적인 장식 없이, 위대한 고전 예술의 간결성 속에 까미유는 처음으로 어린 시절의 이미지를 조각에 부여한다. 「어린소녀 샤틀렌느」(1893) 재료.. 2010. 3. 19.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2005년 봄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아침나라)는 책을 냈습니다.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책이지만, 제목을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 사장의 주장이 강해서 부득이 그렇게 붙이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팔리지 않을 책이었다면 책 이름이라도 제 마음대로 붙여볼 걸 싶기도 합니다. 그 책에 실린 글입니다. 좀 긴 듯해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싣겠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와 오랫동안 글만 읽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긴 그게 제 블로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요즘 누드 열풍이 한창이다. …(중략)…. 여자들의 몸매의 서양화와 용감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여자들의 몸매가 서양화해 서양 여자들의 벗은 사진.. 2010.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