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생이 내게 보낸 편지입니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이건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와 함께한 교육자들은 혹은 나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내리거나 정보를 제공한 행정가들은 내가 "이렇게 하지 말자!"고 아무리 외쳐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잘난 척만 했지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오히려 나에게 하나라도 더 잘 설명해주려고 안달이 나 있었지만- 이 편지를 보낸 이 '새내기' 학생은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에, 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나는 이 편지를 가지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보십시오!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
선생님께서는 외국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있으세요? 저는 없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관심은 많아요. 그래서 유학을 가고 싶은 거겠죠? 음, 요즘「예술산업론」을 들으면서, 서양과 동양, 관점이 참 많이 다르구나, 예술에서, 그것이 참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 저작권이 어디에 있으며, 왜 우리는 지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 그걸 알아보는 힘…. 책의 중요성! 문학과 예술의 가치 등.
요런 거 토론하면 재미있는데… 하핫… 대학에 들어와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 중 대학에서 제일 싫어하는 수업이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이랍니다. 흥분해서 말해요, 하핫.
저도 얼굴이… 목소리가 떨리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아요. 자기소개를 할 때 고흐에… 저 자신을 비추어보며… 발표를 했는데… 울컥 했어요^^ 하핫….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물었죠. 이 사진에 대해서 아무것이나 말을 해보라구요.
외국에서 온 친구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어요.
"저 사진에서… 저 작은 태아가 있는 배에서… 저 털들은… 태아를, 생명을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우리 몸에서… 털은 중요한 곳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니까요…. 그래서 저 사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징그러운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 좋은 의견이었고, 그것을 표현했다는 점을 높이 사야할 것 같았어요.
좋은 의견이든 별로든… 정답은 없거든요. 그냥 표현을 하자! 그것이 포인트였죠.
저도 표현을 했어요~ "태아가 작아요… 어떠한 힘도 없어보여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지금은… 저 털들 속에서, 숨어서… 힘을 모으고 있어요…." … 하핫… 쑥스러워요…^^
아! 제가 감상평에서 읽은 글입니다.
어느 나라 박물관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많이 돌아다니고 정해진 코스에 싫증이 난 글쓴이는 의자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유치원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거대한 공룡을 보고 있었다고… 거대한… 뼈로 된 공룡이요.
유치원 선생님은 물었죠. "여러분, 이 뼈가 누구의 뼈일까요?"
아이들은 한동안 싸우고… 선생님은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글쓴이는 답답해서 "공룡뼈!" 라고 외치고 싶었대요… '돈은 받고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저 선생은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20분 정도가 되어서야 선생님은 입을 열었답니다.
"그럼 우리 그건 생각을 더 해보고 다음에 다시 와보기로 해요~"
선생님… 오싹하시죠?
저는 무서웠답니다. 그런 교육… 아이들이 생각을 계속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계속 상상할 수 있는 힘… 우리가 소리치는 창의적인 학습이란 것이… 이런 것 아닐까… 하구요.
그 아이들이 커서 그 나라를 이끌어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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