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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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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편지> 900일 오늘은 2010년 2월 12일, 어제는 이 블로그를 개설한 지 9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헤아려 본 건 아니고, DAUM 회사에서 그렇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내게는 이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다 고맙지만 DAUM에서 보내준 '내 블로그 그 특별한 순간들'에 보이는 분들에게는 '한턱' 내고 싶습니다. "오십시오! 내겠습니다." 900일이니까 2년 반이지요. 재미도 없는 글을 싣고 있지만 이 블로그를 찾는 분이 이만큼은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를 치고 싶기도 합니다. 2010년 2월 13일! 이제 퇴임할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 41년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나는 이제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외치듯 교육과 인연을 아주 끊고 사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될 것 같.. 2010. 2. 13.
부총리님께 -다시 아산병원을 다녀와서 - 아침에 병원 창 너머로 내다본 한강 위로 오늘도 또 눈발이 날리더니 종일 오락가락했습니다. '강원 산간은 눈폭탄'이란 기사가 보이니 부총리님 계신 곳은 더하겠지요. 그 골짜기에서 괜찮으신지요? 지금 이 시각에도 눈이 내립니까? 택배회사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주어 연락이 왔었습니다. 혹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분이 부총리님"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놓고는 뭔가 제 얄팍한 의도를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이제 '정말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결재를 받으며 지내던 그 시절, "요즘은 덜 피우는가? 냄새가 덜 난다." 하실 때마다 "예" 하고 대답하던 제 능청이 너무나 송구스러웠습니다. 그 이후 최근까지도 호기롭게, 때로는 심지어 '행복한' 마음으로 담배를 피워대면서도 전화나 이메일로 그걸 물어.. 2010. 2. 12.
천사들을 만나러 다닌 길 사진에 나타나 있는 길은 시시해보이지만, 그건 원시시대 휴대전화로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은 내가 2년 6개월간 '양지' 아이들을 만나러 다닌 길입니다. 4, 50분이 걸리던 길이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되어 20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막히거나 말거나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지만, 이제 쌩쌩 달릴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그 길을 오가며 늘 천사들을 만나보러 다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그들에게 꾸중을 하거나 낯을 찡거리거나 소리를 치거나 ……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나에게는 그렇게 할 자격이 없습니다. '사람'이 '천사'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일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잘 대해주면 그들도 나에게 잘 대해줍니다. 내가 그들이 있는.. 2010. 2. 10.
판사와 교사의 말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번엔 교사가 막말, 학생을 '벌레'에 비유」 부제는 이렇습니다. 「인권위, 자체인권교육 권고」1 짐작이 됩니까, '이번엔'이라고 표현한 이유? 30대 판사가 60대 노인에게 "버릇없다"고 꾸중했다는 기사의 후속 기사 취급이었습니다. # 장면 12 판사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 때 : 2009년 4월 23일 ▶ 곳 :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법정 ▶ 상황 : 아파트 입주와 관련된 민사소송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측 변호사가 차례대로 변론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이때 원고 윤모(당시 68세)씨는 변호사 대신 직접 판사에게 의견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씨 "판사님." 판사(39세) "조용히 하세요.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오고 있어." 다른 신문은 판사의 발언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2010. 2. 10.
발견 -과제물 전시회- 가령, '겨울방학 과제물 전시회'라면, 지난해 12월 어느 날, '공통과제' 혹은 '개별과제', '선택과제' 같은 이름으로 내어준 과제에 아이들이 겨우내 정성을 기울인 결과일까요? 어떤 선생님은 "그건 학부모 숙제"라며 질색을 하고, 그런 견해에 저도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이지만, 오늘은 그걸 문제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방학 동안 아이와 한없이 뒹굴며 지낼 수 있는 처지라면, 초등학생인 자녀에게 "나하고 함께 해볼래?" 그러고 싶지 않을까요? 그것마저 비교육적이니 어떠니 하는 것 자체가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어주고, 그 과제들을 해결하게 하고, 해결한 결과를 살펴보는 것을 '교육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방학 활동도 그렇고, 한 시간 한 시간 수업도 다 그렇습니다. 그렇.. 2010. 2. 9.
문정희 「겨울 사랑」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서울아산병원 사보(社報)에서 읽었습니다. 병원 뒤편 한강 그 하늘 위로 다시 이 해의 눈이 내릴 때 나는 중환자실에 갇혀 있었습니다. 멀쩡한(?) 사람들은 하루만에 벗어나는 그곳에서 3박4일을 지내며 평생을 아이들처럼 깊이 없이 살아온 자신을 그 풍경에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눈송이들이 이번에는 마치 아이들처럼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큰 건물 앞으로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쉴새없이 드나듭니다. 어떤 '행복한' 사람은 담배까지 피우며 걸어다닙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 모습들은 무성영화 같습니다. 풍경에서 그리움이 피어오르기로.. 2010. 2. 8.
1996년 어느 가을날 1996년, 교육부에서 근무하던 때의 어느 가을밤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가 교과서 수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방에 근무하는 이안세 연구사님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사진이란 제가 언제 책을 내게 되면 저자 프로필에 쓸 만한 사진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분은 저보다 훨씬 먼저 교육부에 들어간 선배였지만, 오랫동안 파견교사였고 아마 저보다 나중에 연구사가 된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분이 파견근무를 하게 된 것은 사진 촬영에 취미가 있기 때문이었고, 당시 교육부 기관지 『교육월보』에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교육월보』의 제호가 『교육마당』으로 바뀌기 전이었을 것이고, 그 제호가 지금은 다시 『꿈나래 21』이 되어 있습니다. 『교육월보』 이전의 『문교월보』가 생각나십니.. 2010. 2. 6.
옛 제자 학교 뒤로는 구릉이 펼쳐져 있고, 구릉의 대부분은 꽃밭과 풀밭, '사색의 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그 구릉의 관리를 위해 아이들이 동원되는 일은 없습니다. 꽃밭과 풀밭은 웬만하면 그냥 두어도 해마다 꽃을 피우고 잘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그 넓은 구릉을 교사 '파란편지'가 혼자서 다 관리합니다. '파란편지'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부분은 꽃밭이나 풀밭, '사색의 길'이 아니고 관목림과 자작나무숲, 저 아래 평지로 이어지는 코스모스꽃밭 같은 특별한 곳들입니다. 꽃밭이나 풀밭, '사색의 길'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색의 길'만 해도 그렇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아니냐?"고 따졌을 때, '파란편지'는 그 비난에는 대꾸도 하지 않다가 ".. 2010. 2. 5.
이성부 「논두렁」 논두렁 이성부 이 논두렁길이 백두산 가는 길이라니 놀랍습니다 하다못해 논두렁 정기라도 받고 태어난다는 옛사람들 말씀 생각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물꼬 막으며 잠시 서서 바라보는 먼 산으로 치미는 가슴 울화 가라앉히고 새참 먹은 뒤 담배 한 대 태우며 숨 쉬는 서러운 하늘로 어느덧 상것들 다시 힘이 솟았지요 저기 저 말을1 뒤 푸른 소나무밭을 지나 뒷산으로 길을 잡아 올라서면 구비구비 끝없이 펼쳐진 우리나라 땅 모두 산이었어요 저 많은 크고 작은 산들 두루 거쳐 몇 날 몇 달을 걸어가노라면 할아버지 산에 다다른다는 사실을 옛 어르신이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논두렁길은 예사 길이 아닙니다 백두산 실핏줄이 여기까지 뻗어 내려와서 태어나는 아기들 포근하게 지켜주는 것을 압니다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가리지 않고.. 2010. 2. 4.
교장이 하는 일 「"학생 1인당 만원씩" 교장 배만 불린 방과후 학교」 오늘(2월 3일) 12시 3분, 노컷뉴스(CBS사회부 조은정 기자)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무슨 말을 할 것도 없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얼마 전에는 칠판 구입 가지고 이런 일을 한 교장들이 있다더니 이번에는 방과후학교 가지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 드러났습니다. 누가 "교장은 뭘 하는 사람들인가?" 물으면 "학교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부정 비리를 저지를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아 돈을 떼어먹는 놈들"이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할 말이 있겠습니까? 식상하긴 하지만, 다음과 같이 대답하겠습니까? "나는 그런 교장이 아니다." "그건 극히 일부의 일이다." "보도된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 2010. 2. 3.
국격(國格) 국격(國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3일 법무부․국민권익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장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모두 발언을 했답니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국격보다 세계가 생각하는 우리의 국격이 매우 높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졌다. 국격은 경제력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 2010. 2. 2.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9 Ⅰ 몹시 굶주려본 사람이 돈을 '왕창' 벌게 되면 그 쓰라린 기억을 되살리며 주변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게 될까요?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인간입니다. 나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1966년 한 해에 집에서 쫓겨나 서울과 충남 보령 등지에서 '밑바닥 인생'처럼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었습니다. 특히 정릉 유원지에서는 '최하층'으로 살아봤는데, 그 경험으로 하다못해 식당 종업원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건 자본주의(돈)의 진가를 모르기 때문이고 마음이 약하기 때문일 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돈은 권력이며 권력은 막강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2010.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