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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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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스타벅스 회장) 「어려울수록 핵심가치에 집중하라」 기울어 가던 '커피 제국'…창업자가 돌아와 되살렸다 "어려울수록 핵심가치에 집중하라"* 속칭 '별 다방'으로 불리든 스타벅스,** 한국에만 323개 매장이 있는 이 거대 커피 전문점에 대해 요즘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 끼 밥값 못지않은 돈을 내면서, 그것도 긴 줄을 서면서까지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른바 '스타벅스 경험'이란 것도 커피빈이나 엔제리너스 같은 경쟁사의 도전으로 희석됐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인스턴트 커피 '비아(VIA)'의 일본 출시에 맞춰 도쿄로 가기 전인 지난 11일 잠시 한국에 들렀다. 기자가 "스타벅스가 범용재(commodity)가 된 것 아니냐?" "예전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자.. 2010. 4. 20.
박형권 「털 난 꼬막」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허 참 허 참…… 내가 퇴임을 했으니 ……' 하며 지내다가 『현대문학』 3월호를 보고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설명을 해보려고 덤벼들어 봐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김사인 시인의 말에 따르면 대책이 서지 않는 시 한 편을 옮깁니다. 시인 자신이 화자(話者)인, 그 시인의 가계사(家系史)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에는 그 중에서도 지금 노년기에 들어선 사람치고 이 가계사의 주인공보다 나은, 이보다 화려한 세월을 보냈다고 큰소리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사인 시인의 감상문 또한 한 편의 시와 같아서 시 아래에 그대로 옮깁니다. 「털 난 꼬막 Ⅱ」가 될 만한 감상문입니다. [박형권 시인의 시집 『우두커니』(2009, 실천문학)에서 김사인 시인이 뽑.. 2010. 4. 19.
창밖의 풍경 젊었을 땐 창밖의 풍경도 내다보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지낸 그 오랜 세월에는 18층 창 너머로 인왕산의 사계(四季)와 인파, 자동차 물결, 전광판들, 시위대의 모습 같은 것들을 자주 내려다보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찾아간 곳이 2004년 9월 1일의 용인 수지의 성복초등학교였습니다. 그 학교 1층의 교장실에서는 송화가루가 날아들고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그 앞의 나지막한 동산을 내다보며 시름을 달랬습니다. 아침에 교장실에 들어가면 귀뚜라미가 울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몇 명의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공부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시간에 교장실의 열려진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면서 "오빠! 뭐 해요?" 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까르르 웃으며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까페를 .. 2010. 4. 16.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Ⅴ -스완의 사랑, 스완의 음악- 하이, 코코! 다시 옮겨씁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화자(話者)의 인격을 이루는 다양한 면모가 치밀하게 소개됩니다. 이번에는 여성, 그리고 여성과 연계하여 음악에 대한 관점이 드러난 부분 중에서 한 부분을 옮깁니다.1 스완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하게 되었는데, 스완은-스완의 사랑은, 화자(話者), 나아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자신의 자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문학』 연재 제13회의 주(註)에 다음과 같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2 우리는 이 화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상감되듯 새겨져 있었다는 것, 그것은 어린 시절의 잠 못 이루는 기억의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 아울러 스완이 경험한 사랑은 화자 자신의 의식 속에 '자유 연상을 통해서' 거울 .. 2010. 4. 15.
이 얼굴 Ⅳ (이창호) '바둑의 황제'로 불리는 이창호 9단의 얼굴입니다.* '황제'인데도 왜 쓸쓸해 보일까요? 쓸쓸하게 보일 때 찍은 사진입니까? 아니면 보는 사람의 마음 때문입니까? 사진을 그렇게 본 후에 읽어서인지 인터뷰 내용도 쓸쓸하게 읽혔습니다. 기자의 문체가 쓸쓸한 걸까요, 아니면 황제는 다 쓸쓸한 걸까요? 인터뷰 전문(前文)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덧 만 35세의 중년이 됐어도 그에겐 여전히 '꼬마 신동'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종종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는 '여전히 이창호'다. 농심배에서 막판 3연승으로 기적같은 한국 팀 우승을 이끌더니 최근엔 최고 전통의 국수(國手)에 복귀했다. 간혹 지친 듯, 배터리가 소진된 듯하던 모습을 벗어나 다시 의연한 모습으로 되돌아와선 국내 최대주주(3관왕) 자리.. 2010. 4. 14.
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 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1 신문에서, 수갑을 차고 영장실질심사라는 걸 받으러 가는 전 서울특별시교육감 사진을 봤습니다. 그는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밤중에 하이힐로 머리를 내려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국장, 장학관, 교장들이라는 것들은 도대체 …….' '현장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 나의 이 모습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결백하다는 쪽으로 밝혀질 수 있을까?' ……. ……. 지켜보는 것만 해도 괴롭습니다. 저이도 우리와 같은 교육자이므로 - 존경하는 사람이 많았던,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던, 그래서 교육감이었으므로 -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 "교육계의 리더로서, 수도 서울의 교육감으로서, 내 명예가 이렇게 회복되지 않았느냐!" 큰소리치는 것 좀 봤으면 좋겠습.. 2010. 4. 12.
‘아, 아이들이다!’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졌습니다. 올림픽도로변에서 보고 다닙니다. 3월 10일 새벽, 그러니까 꼭 한 달 전만 해도 폭설이 내렸었습니다. 퇴직을 했고, 수술 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아 회복 중이니까 그 날 아침, '두문불출'할까 하다가 잠깐 아파트 바로 앞에 나가며 그 정경들을 핸드폰에 담았습니다. 실제로는 기가 막힌 풍경들인데 이렇게 우중충하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저기 쳐다보며 천천히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보십시오! 정문 가까이에서 '요것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아파트 '어린이집' 아이들이 외출을 나갔다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를 다녀오는 걸까요? 저 뒤에 선생님이 따라오시는 걸 보면 잠깐 눈구경을 다녀오는 걸까요? 아이구, 이 귀여운 것들! 이제 학교를 못하게 된 저로서는, 이 아이들과 저.. 2010. 4. 9.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버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 현대문학 2008년 2월호 189, 정현종 「파블로 네루다 시집 『질문의 책』 읽기」 22. 2010. 4. 8.
이 얼굴 Ⅰ(한주호 준위 ②) 저 표정들을 보라. 한 사람 한 사람……. 저처럼 다양한, 그러나 한결같이 비장한 표정들 속에 고 한주호 준위의 혼이 스며 있을 것이다. 2010년 4월 5일(월)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이다. 사진 아래에 「천안함 인양, 빠르면 10일 걸린다」라는 제목의 5단 기사가 있고, 우측에는 「공정택씨에게 돈 건넨 혐의, 전·현직 교육장 2명 소환」이라는 제목의 2단 기사도 보였다. 사진 설명은 다음과 같다. "영웅을 보내다… UDT 사나이들 눈물의 軍歌 : 3일 오전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고 한주호 준위 영결식이 거행됐다. 고인의 UDT 동료들이 운구행렬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UDT 군가 '사나이 UDT가(歌)'를 부르고 있다" 운구행렬을 막고? 관련 기사를 찾아봤더니 「"한준위님, 저희 노래 왜 듣.. 2010. 4. 7.
이 얼굴 Ⅱ (石工 장공익) 석공 장공익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장공익(張公益·79)은 석장(石匠)이다. 스물여섯에 제주에서 현무암 깎아 돌하르방을 만들고 제주의 삼라만상을 각인한 지 올해로 53년째다. 고르바초프를 비롯해 제주도를 찾은 국빈들은 모두 그가 만든 돌하르방을 선물받았다. 명장(名匠) 장공익이 말했다. "이제야 먹고살 만해졌지만 젊을 적에 돈도 안 나오는 돌에서 손 못 뗀 거는 나도 모르는 수수께끼라. 돌 앞에 서면 아픈 몸도 낫고 눈만 뜨면 돌에 매달리게 되니…. 내 머리가 돌이 된 거 아닌가 할 때도 많아." 그렇게 시작된 기사는 ■ 밤새 밭 갈던 기억, ■ 돌과 인연을 맺었다, ■ 석물원이 생긴 까닭은…, ■ 이제는 제주를 각인한다, ■ "내일 해가 얼른 떴으면"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마지막 부분만 옮겨보겠습.. 2010. 4. 6.
수학여행비가 비싼 이유 - 수뢰 전·현직 교장 157명 무더기 적발 신문기사입니다.1 …(전략)…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학교 단체 행사에 특정 관광·숙박 업체를 이용하고 그 대가로 2020 만원을 받은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 교장 김 모(60)씨를 비롯한 현직 교장 48명과 퇴직 교장 5명 등 서울·경기 지역 초·중·고 전·현직 교장 53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다른 104명의 전·현직 교장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략)…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관광회사로부터 버스 1대당 2만~3만원(하루 기준), 숙박업체로부터는 학생 1인당 8000~12000원(2박 3일)을 '사례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도 전직 교장입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순간적인 생각이므로 그렇게만 받아들여 주십시오. '아, 도대.. 2010. 4. 5.
박인환 「목마와 숙녀」Ⅱ 「자작나무숲의 작은 세계에서」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고1 여학생입니다. 2006년 가을엔가 '바다를 비추는 등대'라는 제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인디언식이네?" 했더니 자신의 이름은 '생각하는 자작나무'라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그 아이의 블로그를 찾아가 봤더니 469편의 글이 실려 있고, 이 아이의 호흡을 따라잡기가 이처럼 어렵구나 싶었습니다. 나오는 길에 몇 자 적어 놓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반응이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초등학교, 더구나 당시의 교장 따위를 상대하고 싶겠습니까. 다 쓸데없는 일이지요. 책을 어마어마하게 읽고, 시험성적도 월등하고, 조용하고 …… 비범합니다. 그 블로그 메인 화면을 캡쳐해 왔습니다. 상대해 주지도 않는 '상대'지만... 블로그 「자작나무숲의 작은.. 2010.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