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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작별(作別)

마지막 날 밤의 꿈

by 답설재 2010. 3. 5.

나는 '교무실'의 뒷쪽 구석, 별도로 마련된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회의실이나 세미나실에서처럼 앉은 것이 아니라 옛날식 저 '지시·명령 전달형' 회의실에서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두른두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부산한 분위기가 가라앉자, 누군가 올해 새로 임명될 부장교사와 담임교사들을 호명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호명이 끝나면 내가 임명장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 앞쪽으로 얼핏 새로 온 교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교장, 교감, 교무부장은 모두 남성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가 할일이 끝났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교무실 문간에는 그곳에 벗어놓았을 제 신발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무보조업무를 맡은 이를 찾아보았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출근했으니까 무엇인가 찾아갈 물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무보조업무를 맡은 사람이 자리에 없었습니다. 읍사무소에 간 것 같은데, 도무지 통화도 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교무부장인가, 평소에 자주 대하던 교사를 좀 만나보고 나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후관 5층 교실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쪽으로 가면 될 것이 분명한데도 그 통로는 3층에서 흙무덤으로 막혀 있고, 어디로 가야 그 교실을 찾을 수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꿈이었고, 그 꿈을 깬 시각은, 이제 41년의 근무가 끝나고 처음으로 맞이한 2010년 3월 1일의 스산한 새벽이었습니다.

그 꿈을 누가 제게 보여주었을까요.

그 새벽에 저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고 있었습니다. 카프카의『변신』이 생각납니다. 그 부조리할 수밖에 없는 삶……. 누구나 그렇게 변해야 할 때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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