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습니다.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나는 지금 다른 세상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두고 온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내가 와 있는 세상은 ‘저승’은 아니지만 멀쩡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세상, 내가 그 세상에서 하던 '교육'이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그 학교 근처를 기웃거리게 되면 그들이 하는 일에 지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떠나온 곳을 다시 찾아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나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할지 모릅니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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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두고 온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들 중에는 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 속에는 내내 그곳에 있습니다. 이들이 내가 사랑하던 그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명원, 용경분, 노임희, 염원아, 한경애, 류정숙, 손두리, 안순미, 권오실, 이명재, 유영우, 여영희, 오숙자, 이혜진, 신재향, 권상임, 김순영, 이윤정, 권정숙, 김진수, 김치영, 박순례, 김정은, 배미정, 김지영, 이은수, 나영채, 안현석, 이진희, 노경선, 김명현, 황성희, 임창수, 박혜림, 김창수, 조근실, 김영은, 유기현, 김광욱, 김윤영, 정보미, 김은영, 박승인, 권미선, 강인석, 송기문, 최재화, 차현진, 조선현, 신동분, 박남미, 루크, 강혜은, 고경민, 권민식, 경규연, 김은영, 안희정, 박효정, 김삼현, 박성현, 강계희, 김성녀, 오솔, 송홍규, 김재위.
이들은 나를 별로 그리워하지 않거나 전혀 그리워하지 않거나 관계가 끝나서 헤어진 것이 속이 시원하거나 다시는 꼴도 보기 싫고 생각도 하기 싫거나 그럴 것입니다.
다만 저 중에는 최소한 ‘별로 그리워하지 않거나’에 속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내게는 행운입니다. 바로 그 중에 나를 조금은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나를 찾지는 않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나 처한 상황 때문에 정신이 없거나 비슷한 경우지만 시간이 없거나 혹은 시간이 맞지 않거나 시간이 있어도 그런 시간을 갖기는 싫거나 이젠 옛 생각은 하기도 싫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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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세상’이라는 곳에서 온갖 생각을 다 하며 살다가 나처럼 좀 다른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러다가 ‘이승’이 아닌 곳으로 영영 가게 됩니다. 그들도 곧 머지 않아 혹은 먼 훗날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만 서로 얼굴을 보며 지낼 때 교장이라고 자신의 속을 보여주며 가까운 척하고 지낸 것만을 후회하고 있을 것입니다.
- 단조로운 생활의 나날에는 시간이 우리를 싣고 간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가 시간을 싣고 가야 할 순간이 온다(알베르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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