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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임 보 「겨울연가」

by 답설재 2010. 3. 8.

겨울연가

 

 

임 보

 

 

이 겨울밤 어디에

눈이 내리겠네

 

내리는 눈 속에

그대 잠들겠네

 

고운 꿈 꿈결마다

피는 동백꽃

 

동백길 천만 리로

내 무너져 눕겠네

 

 

 

2007년 겨울 어느 저녁, 한 지하철 역에서 읽었습니다. 지금도 그 역에는 이 시가 걸려 있습니까? 그저 그런 모임에 나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내리는 눈 속에 / 그대 잠들겠네' '내리는 눈 속에 / 그대 잠들겠네' 하다가 '고운 꿈 꿈결마다 / 피는 동백꽃'으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해 겨울이 가고 다시 2008년 …… 강원도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예고되어 있기는 하지만 2009년 겨울도 가고 있습니다. 이제 2010년 새봄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내 아파트 초라한 화단에 피어난 동백꽃 좀 보십시오. 화단은 초라한데도 곱지 않습니까? 지난 1월 17일 오전까지(그리운 그날들!) 저 곳에서 내가 피워댄 담배연기를 듬뿍듬뿍 마셨어도(사람 같으면 질식해 죽었겠지만) 꽃잎은 곱지 않습니까? 그 담배연기는 행복한 연기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병원은, 내 혈관을 뚫어준 것은 고맙지만 어느 병원에서는 고쳐주지도 못하면서 난생 처음 병원에 입원한 나를 일주일간이나 붙잡아두고 아주 녹초가 되게 한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용서하기가 어렵고, 고쳐준 병원도 겨우 그거 하나 고쳐주면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음식도 온갖 방법으로 조심해야 하고, 가령 등산을 가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약, 음식, 운동'에 대해서만 엄격한 지침을 준 것은 그리 훌륭한 처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내 마음과 내 정신의 손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교육을 그 따위로 한다면 누가 잘 한다고 하겠습니까?*

 

내가 그 의료진들을 마음으로 존경할 수 없는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딴 얘기를 했네요. 생각할수록 야속해서 그렇습니다. 시를 봐도 꽃을 봐도 이 모양이니 아직도 한심한 '인간'일 뿐이지요.

 

동백꽃!

사람도 고운 사람은 어디에 어떻게 있어도 곱겠지요?

 

 

 

 

 

 

 

* 예를 들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공부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더 많아서 PISA나 TIMMS에서의 성적이 좋은 걸 다 알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는 학생은 죽지 않을 만큼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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