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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비숍 여사가 본 한국인들 신문에서 '1945년 8월 15일 광복'부터 최근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자료를 보면 저절로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긴장" "초긴장"의 연속으로 살아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언젠가 '광복'으로부터 '2005년 2월 10일, 북, 핵무기 보유 선언', '2006년 10월 9일, 북 핵실험 한반도 초긴장, 유엔 제재 결의(10.15)'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자료를 보니까 더 절실했습니다. 정치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고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정리해본 적도 없어서 그저 '제발 좀 잘 되었으면……' '내 생전에 좋은 일이 있을 수 없으면 죽고 나서라도, 가능하면 내가 죽고 나서 바로 부디 우리나라가 잘 되는 일이 일어났으면……' 싶은 간절한 마음을 가지.. 2018. 3. 27.
허윤정 《그대 손 흔들고 가시는 꽃길에》 허윤정 단상집 《그대 손 흔들고 가시는 꽃길에》 황금알 2017 "학장님! 어떻게 지내십니까?" 하면, 잔잔하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시겠지요. 야생화 보러 가자는 말씀에 후유증 때문에 따라다니기조차 어려울 것 같아서 언제 사진 찍으시고 산아래에서 뵙기로 했는데 허사(虛辭)가 되었습니다. 산 아래 식당을 보면서도 생각했습니다. '자랑스런 편수인상' 말씀도 생각납니다. 아직 젊은 사람들이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하셨을 때, 선배들께서는 마치 자신들만 겪은 일인 양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해서 진저리가 난 후배들은 마침내 우리 회를 외면하게 됐다고, 전혀 그렇지 않은 학장님께 '오죽하면 나에게 이 말씀을…….' 하지 못하고 '그런 말씀을 왜 하필 나에게?' 하였습니다. 이제 제 차례가 된 것 같아 더 쑥스럽습.. 2018. 3. 25.
오츠 슈이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오츠 슈이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2010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책입니다. 이 의사의 다른 책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이 생각나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때론 고고하게, 때론 고결하게(40) "괜찮아요. 괜찮아요." "저는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48) 책을 읽거나 병동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짙어지는 병세와 달리 평온한 일상이었다.(86) 매일같이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그의 상태를 보고 확언하건대 결코 괜찮을 수가 없었다.(88) "선생님, 이렇게 조금씩 약해지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나요?"(104) "이젠 걸어서 화장실에 갈 수도 없어요. 마지막에는 제 두 다리로 서지도 못하나요?"(104) "이렇게 자는 시.. 2018. 3. 15.
장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장세랑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민음사 2015 1 '친구들에게는 늘 "아는 형"이라고 놀림받는 소탈한 성격'을 가진,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그것들과 싸울 수 있는 능력으로 온갖 악기(惡氣)를 잡아 몰아내면서 사립 M고교의 '에러'들을 수정해 나가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야기이다. '보건교사'에 대한 무한한 기대, 향수 같은 걸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는 '이건 하필 퇴마사(退魔師)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괴롭히는 일들을 귀신같이 처리해준다면 신나는 일 아닌가. 온 나라의 각 학교에 이런 교사가 딱 한 명씩 있으면 좋겠다. 2 편모, 편부, 조손 가정이 많다. 그런 가정에는 정에 굶주리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을 지도 모른.. 2018. 3. 8.
이재영 《세상의 모든 법칙》 이재영 《세상의 모든 법칙》 이른아침 2009 읽어보자고 사놓고 10년이 되었는데, 고등학생이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면 딱 좋을 책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자는 실행한다.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 ― 마틴의 확장형 : 가르칠 수 없는 자는 관리한다. 배우고 싶은 자는 배운다. 배우고 싶지 않은 자는 사업을 경영한다. 배우거나 경영할 능력이 없는 자는 학문과 기업을 억압한다.(342) 코를 심하게 고는 쪽이 먼저 잔다.(343) 위에서 차례로 '멘켄의 법칙' '엘러더의 법칙' '수면의 법칙'이랍니다. 설명은 없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가르친다면서 지낸 일들이 떠오릅니다.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1 대부분의 법칙들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습니다. 1944년 제.. 2018. 2. 27.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김영미 옮김, 김민지 일러스트 인디고 2014(초판 25쇄)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습니다. '이걸 내가 정말 읽어야 하나?' '읽어보는 것이 좋기는 할까?' 예쁜, 아름다운 그림들이 없거나 여백이 많아서 술술 넘어가지 않으면 당장 그만둘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이처럼 황당하고 기상천외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헤어날 길 없고 혼을 빼놓을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호기심이 솟구친 앨리스는 토끼의 뒤를 쫓아 들판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토끼가 울타리 아래로 난 커다란 굴 안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앨리스는 바깥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따윈 아예 없이 토끼를 따라 무작정 굴로 뛰어들었다. 터널같이 길게 쭉 이어지던 .. 2018. 2. 16.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LE LIVRE SECRET DES FOURMIS : Encyclopé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이세욱 옮김·기욤 아르토 그림, 열린책들, 1996 1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서는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상대성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따라서 상대성조차도 상대적이다. 따라서 상대적이지 않은 어떤 것이 존재한다. 그 어떤 것이 상대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당연히 절대적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것은 존재한다.(606) 이 글을 읽고 비로소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이 책 이름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1996년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책 이름의 의미도 모른 채 읽었던 것입니다... 2018. 2. 8.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이세욱·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2011 1 세상의 온갖 일들 중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을 자극했구나 싶은 383가지 이야기가 실린 '사전'입니다. 놀랍고 신기한 신화, 역사, 과학, 종교, 철학, 게임……. 이런 것들을 모른 채 살아간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전혀 없겠지만, '다음엔 뭐지?' 호기심, 궁금증이 읽는 속도를 재촉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로 읽었습니다. 사전(事典)을 소설 읽듯 그렇게 통독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은 몇 가지 되지 않고 대부분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들이어서 이 작가의 '손바닥(掌篇) 소설'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작가는 이 383가지 항목들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쓰려고 작정했는데, 더구나 실제로 하루에 한 편을 .. 2018. 2. 6.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기의 애도〉 아기는 생후 8개월이 되면 특유의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소아과 의사들은 그것을 〈제9개월의 불안〉이라고 부른다. 엄마가 자기 곁을 떠날 때마다 아기는 엄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죽었다고 믿는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심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그 나이에 아기는 세상에서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기의 애도〉는 아기가 어머니로부터 따로 떨어져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기는 한 .. 2018. 2. 1.
독서 메모 (1997) "안 돼요. 깨끗하게 해야지요. 당신은 북 세이버(book saver)니까, 책에 먼지가 끼는 걸 원하지 않을 거잖아요. 당신은 북 세이버 맞죠?" 북 세이버. 크로아티아에서는 그와 같은 사람들을 그렇게 부를까? 북 세이버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책이 망각 속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사람? 읽지 않는 책에 집착하는 사람? 그의 서재는 마루에서 천장까지 책들로 빼곡하다. 다시는 펼치지 않을 책들이다. 읽을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다. 소설 『슬로우 맨』의 한 장면입니다(존 쿳시 J. M. Coetzee / 왕은철 옮김 《슬로우 맨 SLOW MAN》 들녘 2009, 65.) '이 사람도 그렇구나.'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오랫동안 책을 모으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왔고, '간간히' '한꺼번에' '많이'.. 2018. 1. 25.
장 자크 피슈테르 『표절』 장 자크 피슈테르 Jean Jacques Fiechter 『표절』 최경란 옮김, 책세상 1994 1 복수 혹은 완전범죄 얘기입니다. 인기작가 니콜라 파브리가 마침내 콩쿠르상까지 받게 되자 그를 추앙하고 그의 작품을 출판하며 살아온 그의 친구 에드워드 램은 속이 상했습니다. 니콜라 파브리가 온갖 명예를 다 누리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모조리 그의 팔에 매달려 까무러치는데 비해 자신은 늘 그의 그늘에서 노예처럼 지내며 누구의 눈길도 끌지 못한 채 심한 열등의식으로 불행한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증오와 절망감으로 허덕이던 에드워드는 니콜라가 콩쿠르상을 받게 된 소설 "ㅅ랑해야 한다"를 읽고 자신이 영혼을 바쳐 사랑했던 소녀 야스미나조차 그에게 빼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로부터 잔인하고 냉혹한 복수극.. 2018. 1. 21.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To The LightHouse》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등대로 To The LightHouse》 최호 옮김, 홍신문화사 1995 1. 제1부 창(窓) 아름답고 애정 어린 램지 부인이 등장합니다. 언젠가 뱅크스 씨는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얘기 내용은 어떤 기차에 관한 사실에 불과하였지만 깊은 감명을 받고서 "부인과 같은 사람을 빚어낸 점토(사람은 신이 진흙으로 빚어서 구워 냈다는 얘기가 있으니까)가 이 세상엔 아주 드물지요."라고 말했었다. 희랍 여신과 같은 미모, 푸른 눈, 곧은 콧날, 그런 얼굴로 저쪽에서 전화를 하고 있을 부인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그런 여인과 전화로 얘기한다는 사실이 퍽이나 기이하게 느껴졌었다. 미(美)의 여신들이 아스포델 백합이 피어난 초원에 모여 손을 맞잡으면 그런 얼굴이 될 것도 같.. 2018.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