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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기의 애도〉

by 답설재 2018. 2. 1.

아기는 생후 8개월이 되면 특유의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소아과 의사들은 그것을 〈제9개월의 불안〉이라고 부른다. 엄마가 자기 곁을 떠날 때마다 아기는 엄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죽었다고 믿는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심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그 나이에 아기는 세상에서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기의 애도〉는 아기가 어머니로부터 따로 떨어져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기는 한 몸 같은 결합을 단념하고 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아기와 엄마는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기는 혼자 있게 될 수도 있고, 엄마 아닌 낯선 사람들―아기에겐 엄마 아닌 모든 사람, 경우에 따라서는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낯선 사람일 수 있다―과 관계를 맺어야 할 때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아기는 생후 18개월이 지나서야 어머니와의 일시적인 이별을 범상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아기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노년에 이르기까지 경험하게 될 그밖의 많은 불안―고독에 대한 두려움,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적대적인 이방인과 마주칠 때의 공포 따위―의 대부분은 맨 처음 겪는 이 비탄의 연장선 위에 있게 될 것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 347)에서 옮김.

 

 

 

 

그러므로 그 '이별'들이 이와 같은 아름다움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