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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1 살아온 시간을 선(線)으로 나타내면 나는 그 선의 어디쯤에 있을지, 남은 선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습니다. 2 그 선 위를 나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돈 몇 푼, 몇 권의 책, 메모지와 볼펜, 때가 되면 구해서 먹어야 할 과일과 밥, 빵, 음료수 같은 것들…… 나와 함께 혹은 내 주변 어디쯤에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까지 가지고 있고, 쓸데없는 생각, 쓸데없는 기억과 추억 같은 것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버리고 싶은데도 붙어서 따라오는 것들도 있습니다. 3 이미 사라진 사람들, 무관해진 사람들, 있었던가 싶은 일들, 괜히 자꾸 생각하게 되는 일들, 그런 것들에 대한 누추한 기억…… 그런 걸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쓰레기 봉투에..
2018.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