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59

내 소풍 내 소풍 2018. 6. 29.
내가 왜 여기에? 내가 왜 여기에? 문득 '내가 왜 여기에?'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아파트의 다른 층에 내렸을 때처럼 낯선 느낌입니다. 얼마쯤 얼이 빠져 있을 때여서 '내가 그랬었다고?' 나 자신에게조차 잡아떼면 그만인 그런 순간이긴 합니다. 밖에 나가면 당장 나의 이 집을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 2018. 6. 25.
서성거림 서성거림 나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어느 단체 연구위원을 겸임한 적도 있고 교육부 편수관, 장학관, 교육과정정책과장이었고 두 학교 교장이었습니다. 또 퇴임 후 근 10년 간에는 어느 재단 수석연구위원이었고 어느 출판사 교재개발자문이었습니다. 최근의 그 직책으로 살아온 기간은 말.. 2018. 6. 9.
여기 이 방에는 책이 없다 여기 이 방에는 책이 없다 여기 이 방에는 이젠 내가 읽을 만한 책이 없다. 내 책이 있는 곳, 나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 2018. 5. 31.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1 살아온 시간을 선(線)으로 나타내면 나는 그 선의 어디쯤에 있을지, 남은 선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습니다. 2 그 선 위를 나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돈 몇 푼, 몇 권의 책, 메모지와 볼펜, 때가 되면 구해서 먹어야 할 과일과 밥, 빵, 음료수 같은 것들…… 나와 함께 혹은 내 주변 어디쯤에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까지 가지고 있고, 쓸데없는 생각, 쓸데없는 기억과 추억 같은 것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버리고 싶은데도 붙어서 따라오는 것들도 있습니다. 3 이미 사라진 사람들, 무관해진 사람들, 있었던가 싶은 일들, 괜히 자꾸 생각하게 되는 일들, 그런 것들에 대한 누추한 기억…… 그런 걸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쓰레기 봉투에.. 2018. 5. 21.
꽃잎 털어버리기 1 꽃잎이 떨어집니다. 저렇게 무너집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2 떨어지는 꽃잎이 성가신 사람도 있습니다. 참 좋은 곳인데 그곳 청소를 맡은 분이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 빗자루로 아예 아직 떨어지지도 않은 꽃잎까지 마구 털어버렸습니다. '참 좋은 곳'이어서 그 여성도 참 좋은 분 같았는데 그 순간 그녀가 미워졌습니다.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괜히 '악녀' '마녀' '해고(解雇)'(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그럼 '경고'! 경고도 심하다면 '주의'!) 같은 단어들까지 떠올라서 속으로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연전에는 단풍이 든 잎을 길다란 빗자루로 털어버리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습니다. 빗자루를 들었으니 그들은 그걸 "청소"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3 그녀는 지금 그렇게 한 걸 후회하고 있.. 2018. 5. 19.
정신 건강을 위한 열 가지 충고 1 병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탁에 깔린 종이에 "정신 건강을 위한 열 가지 충고"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 '충고'를 하나하나 들여다보았습니다. 1. 정당한 비판이라면 받아들이는 객관성을 가져라 2.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는 기술을 익혀라 3.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부딪혀라 4. 관심분야를 넓혀라 5. 여가를 선용하라. 권태와 단조로움으로부터 벗어나라 6. 계획을 세워 행동하라 7. 분노와 좌절감이 들 때 건설적인 배출 방법을 찾아라 8. 머리가 복잡할 때는 격렬한 운동을 해라 9.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빨리 받아들여라 10. 먼저 감사의 조건을 찾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이 '충고'를 만든 사람을 만난다면 "왜 열 가지인가?" "왜 이 순서인가?" (특히) "누구에게나 그런 것인가?" …… 몇 가지 기.. 2018. 5. 17.
식욕 식욕(食慾) 제대로 알고나 먹든지 말든지 하라는 경고 1 세상이 좋아진 것을 주로 미증유의 생활수준으로 이야기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대개 식생활을 들어 "먹고살 만하니까 까분다"고도합니다. 그런 관점에 혐오감을 느낄 때도 있어서 다소 덜 먹더라도 사리분별을 더 중시할 때도 있어.. 2018. 5. 13.
내일(來日) 내일(來日) 20일 후…………, 2주일 후, 1주일 후, 3일 후, 이틀 후, 내일! (2018.5.10.) 그 "내일"이 오늘이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서글픈 것이긴 하지만, 이 삶의 축약판이 '오늘'이 되는 것이지 싶었다. 해거름에 우리는 이렇게만 지낼 수 있어도 괜찮겠다고 했다. (2018.5.11.) 2018. 5. 10.
작은 일들 작은 일들 세상의, 큰일들을 생각하고 말하던 때를 반성합니다. 목청을 높여 전하고 큰 글씨로 전하는 그 큰일에 마음을 둘 힘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없이 살기가 쉽진 않지만 스스로 그런 일들에 마음 두지 않기로 하고 작은 일들이나 걱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작.. 2018. 5. 10.
'지금까지 뭘 했지?' '지금까지 뭘 했지?' 2018.5.3. 1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우박이 떨어졌습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은 우르르 회사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들은 서글퍼 보이진 않았습니다. 비를 피하기만도 급한데 스마트폰의 지도를 보며 고객을 찾아가는 까만 정장 젊은이는 좀 서글퍼 보.. 2018. 5. 6.
"존나" 뭐랄까…… 저 봄햇살 같은, 여중생인듯한 소녀가 버스를 기다리며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사연은 들리지 않습니다. "씨바" "존나" "쪽팔려" "조까" 기이하게도 그런 단어만 들립니다. 그리고 담배 처음 피워보는 애처럼 연방 침을 '찍!' 뱉고 반복합니다. "씨바" "존나" "쪽팔려" "조까"……. 다른 애들에게 얕보이지 않으려고 그렇게 말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짧은 치마, 화장한 입술도 그런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짧은 치마, 화장한 얼굴은 어른이면 보기에 좋고 소녀들은 보기에 좋지 않다는 건 억지입니다. 보기에 좋으라고 그렇게 한다면 소녀들에게도 좋은 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씨바" "존나" "쪽팔려" "조까"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처구니.. 2018.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