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1159 감사의 말 & 수상 소감 1 수상소감 발표 방송을 볼 때마다 조바심을 느낍니다. 상을 받는 건 그 순간만큼은 행복할 그 연예인들인데 불행하게도 조바심은 괜히 내가 책임지고 떠안는 것입니다. '저렇게 열거하다가 한두 명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이 누군지 알 도리가 없는 관중이나 시청자들은 저 수십 명씩의 나열을 지루해하지 않을까? 상 받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참아주는 걸까?' '왜 감사의 대상들을 열거해 주어야 할까?' '감사의 말과 수상 소감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2 수상 소감은, 상을 받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으로도 발표할 수 있고, 평소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을 발표할 수도 있겠지요? 감사해야 할 대상을 열거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너도 나도 일률적으.. 2019. 9. 23. 가을 생각 아직은 한낮 기온이 29도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창문을 닫을 땐 서글퍼지고 괜히 서럽습니다. 이렇게 서글픈 건 처음 봤습니다. 이 가을은 지난여름만도 못한 듯합니다. 2019. 9. 16. "아니야, 괜찮아." 일전에 그런 얘기를 읽었지. 남이 끼어들거든 그냥 그런갑다 하라고 내가 끼어들었다고 경적을 울려도 절대로 반응하지 말라고 좌회전, 우회전 신호도 없이 돌아가버리며 약을 올리더라도 내색하지 말라고 그러면 목숨은 건진다고……. 그렇지? 목숨을 부지하는 게 낫잖아. 늙은이들로부터 면허증 반납도 받는다잖아. 그건 정말 좋은 말로 하는 거지. 말썽을 일으키지 말라면 어떻게 해. 그런 늙은이는 어쩔 수 없다면 어떻게 해. 어떻게 다녀. 매번 택시 탈 수도 없잖아. 이젠 돈도 없잖아. 손가락을 써서 인터넷으로 하는 시장도 못 보는 주제에 시장은 어떻게 보고, 대중교통 이용하면 시간이 몇 배는 걸리는 곳에 갈 땐 어떻게 해. 그런 먼 곳을 어떻게 갈아타고 흔들리고 하며 다녀. 그러니까 좋은 말 들을 때 참아야지. 우회.. 2019. 9. 7. "숙제는 다 했니?" 이런 공격을 받으면 나는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도 저이들이 공격을 주고받은 걸 보며 혼자 웃고 있었다. 가벼운가? 이미 웃은 걸 어떻게 하나? 아파트 놀이터 회전무대(뺑뺑이)에서 조크를 하던 중학생 남자애들이 생각났다. 한 녀석이 그 기구를 돌리기 시작하며 초등학교 여 선생님처럼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 "자~ 우리 한번 다 같이 돌려봐요!" 나는 그 곁을 지나며 그 애들 몰래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누가 지금 컴퓨터 앞의 내 몰골을 보면 그럴 것 같다. "숙제는 다 했니?" 숙제? 아, 정말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은 어떻게 하지? 2019. 9. 4. 바닷가의 추억 1 1966년에는 아카시아 필 무렵에 시작해서 서울로 또 어디로 정처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정릉유원지에서는 물가의 돗자리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날마다 닭백숙을 시켜놓고 술을 마셨습니다. 나는 그곳 12호에서 1주일 알바로 500원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내려오는 길의 어느 가게에서 닭백숙 없는 소주를 사 마시고 말았습니다. 말하자면 일주일치 소주였는데 오백원은 괜찮은 수입이었지만 소주로는 몇 병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곳 어디에선가 영화 "돌지 않는 풍차"를 촬영하고 있었지 싶습니다. 초여름에는 대천으로 떠났습니다. 장항선 비둘기호 열차의 초록 의자가 선연히 떠오릅니다. 대천의 바다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표정이었고, 그 표정으로써 허접한 몰골로 돌아다니는 내 가슴을 찢어놓을 것 같아서 두 손으로 그 터질.. 2019. 8. 31. 내가 만나지 못한 세상 내가 만나지 못한 세상 - 인력거는 천천히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될까? - 그곳에서 저 여인을 만나는 걸까? - 함께 붉은 강 저 물결 위를 멀리멀리 흘러가 아득한 곳에 이르게 될까? 기이한 이름의 국수를 먹으며 꿈을 꾸었습니다. 2019. 8. 26. "사장님은요?" 1 아내가 아파트 앞 상가에 다녀온 얘기를 하면서 덧붙였습니다. "사장님은 어디 가셨냐고 묻대?" "……." '사장님이라뇨?' '댁의 사장님요.' '아~ 없어요.' '아하! 저런! 돌아가셨군요……. 어쩌면 좋아요. 제가 큰 결례를 저질렀네요. 양해해 주세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천만의 말씀요. 아직 죽진 않았어요. 다만 우리 그이는 본래 사장이 아니었어요. 선생이었어요, 학교 선생요. 그리고 오랫동안 교육부 근무도 했는데 아직 죽진 않았고요(곧 죽을지도 모르지만요)." '아~ 이런! 제가 또 실수를 했네요.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내에게 이 가상 대화를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2 십 년도 더 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그즈음 우리 부부는 나는(혹은 '이이는') 사장이 아니라고 일일이 밝히.. 2019. 8. 21. "얘네는 그저 즐거움만 주니까" 「EXO 팬 푸른봄 "백현이 나를 안다고 할 때 뿌듯"」 신문기사입니다(중앙일보, 2019.8.10.4~5). 이런 기사와 함께 보았습니다. 「★자리 오른 지민, 귀족이 된 첸…팬덤이 아이돌 세상 바꾼다」 「단종 상품도 부활시키는 무한 덕질, 기업들도 눈치」 기사를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트위터 팔로워 15만을 거느린 EXO 팬 '푸른봄'은 홈마계의 셀럽이다. (…)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에 연예인 같은 외모의 그녀에게선 '인플루언서'로서의 자부심이 넘쳐났지만, 홈마 활동이 "부모님도 모르는 사생활"이라며 신상 노출은 극구 사양했다. (…) '푸른봄'은 달력, 슬로건(사진) 등 비공식 굿즈를 제작한다. 사진전을 열어 수익을 거두고 상당액을 '서포트'에 쓴다. 컴백 때 뮤비 조회수를 올리려 유튜브 광고.. 2019. 8. 11. "요즘 젊은이들은…" 1 초저녁 전철역이었습니다. 지하 3층이어서 많은 계단을 오르는 것은 만용이라는 판단으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습니다. 내 또래 노인이 한 명 따라 들어왔고 잠시 후 우리 둘만 태운 채 문이 닫혔습니다. 잠시니까 그냥 올라가도 좋을 텐데 또래 의식을 느꼈는지 그동안에라도 대화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해도 해도 참 너무 하는 것 같아요." "…………." 젊은이들은 우르르 계단으로 올라갔고 이 좋은 엘리베이터에 우리 둘이 탔으면 그만이지 뭐가 또 불만일까 싶었고 잠시만 기다리면 지하 1층에 도착하게 되니까 말도 섞고 싶지 않아서 알 듯 모를 듯 정도의, 누가 본다면 아무래도 어색하다 싶어할 미소만 지었습니다. 2 상대방이 기대한 반응을 얼른 해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날 저녁 그 .. 2019. 8. 5. '게와 개구리' '게와 개구리' 그는 전직 출판사 직원입니다. '재주는 타고난 사람'인데 지금은 그냥 집에 있다고 했습니다. 일전에 이메일로 그런 소식들을 전하며 덧붙였습니다. "첨부한 그림은 점점 더워져 가는 계절이니 눈으로나마 보시고 웃으시라고 올려놓아 봅니다."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 2019. 7. 21. 썩어버린 심장 수리 중인 사이보그(블로그 《까치머리밥》 2019.2.8) 1 지독한 피로감이 엄습하면서, 전신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의 뼈가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사는 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죽을 수 없다고 해서 스스로 심장을 도려낼 수는 없지 않은가(에밀졸라 장편소설 『목로주점 2』(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2011, 86) 심장을? 도려낸다고? 심장이 썩은 나는 심장 얘기만 나오면 돌연 내 심장의 상태를 궁금해합니다. '지금 내 심장은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피를 제대로 공급하고 있는 걸까?'…… 그것의 역할이 미흡하다면 인위적으로라도, 그러니까 내 손으로라도 그걸 움직이게 해야 할 것 같은 초조감, 강박감 같은 걸 느낍니다. 2 내 심장이 썩었다고 생각하게 된 건 순전히 '말' 때.. 2019. 7. 13. 저 재미있는 사람들 저 재미있는 사람들 2019.7.2. 1 손목을 잡힌 처자도 처자를 데리고 온 여인도 한의원도 한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엄정하게 감시감독하는 저 여인도 한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엄정하게 감시감독하는 여인을 구경하는 총각도, 표정들이 참 묘합니다. 다섯 사람의 손도 묘합니다. 사람은 그 .. 2019. 7. 3. 이전 1 ··· 41 42 43 44 45 46 47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