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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아니야, 괜찮아."

by 답설재 2019. 9. 7.

 

 

 

 

 

 

 

 

 

 

일전에 그런 얘기를 읽었지.


남이 끼어들거든 그냥 그런갑다 하라고

내가 끼어들었다고 경적을 울려도 절대로 반응하지 말라고

좌회전, 우회전 신호도 없이 돌아가버리며 약을 올리더라도 내색하지 말라고

 

그러면 목숨은 건진다고…….

 

그렇지?

목숨을 부지하는 게 낫잖아.

 

늙은이들로부터 면허증 반납도 받는다잖아.

그건 정말 좋은 말로 하는 거지.

말썽을 일으키지 말라면 어떻게 해.

그런 늙은이는 어쩔 수 없다면 어떻게 해.

어떻게 다녀.

매번 택시 탈 수도 없잖아.

이젠 돈도 없잖아.

손가락을 써서 인터넷으로 하는 시장도 못 보는 주제에 시장은 어떻게 보고,

대중교통 이용하면 시간이 몇 배는 걸리는 곳에 갈 땐 어떻게 해.

그런 먼 곳을 어떻게 갈아타고 흔들리고 하며 다녀.

그러니까 좋은 말 들을 때 참아야지.

우회전할 땐 때 특히 조심해야지.

건너려는 사람 있는지 두세 번 확인하고

좀 멀리 돌고

뒤차에서 "저 ㅂㅅ 뭐 하나!" 소리 들리더라도 못 들은 척해야지.

 

저것 봐!

저렇게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잖아.

 

난 이미

늦었어…

먼저 가…

 

얼마나 느긋해.

반말이긴 하지만 왠지 다정한 느낌도 들잖아.

난 '늦고 말고'도 없는 인간이잖아.

그런데 뭘 그래.

다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잖아.

 

"난 이미 늦었어… 먼저 가…"

"아니야, 괜찮아. 제발 그러지 마. 부탁이야. 난 사실은 '늦고 말고'가 없는 인간이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고마워. 정말 고마워.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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