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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59

직장생활을 나에게 물어 오면 직장생활의 특징 중의 하나는 바쁘다는 것이지 싶다. 그걸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묻는다면? ① 시키는 대로! ② 누가 뭐래든 내 신념대로! ③ 그날그날 형편대로~ ④ 시키는 대로 하는 척하면서 가능한 한 딴짓거리를 많이……. ⑤ ? 그걸 내게 묻는다면 내가 생각한 일,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어떻게? 시키는 일은 해야 한다. 하지 않을 수 없고 하지 않을 이유도 거의 없다. 그걸 하느라고 단 십 분도 여유가 없으면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여유를 찾아야 한다. 십 분, 이십 분, 그 시간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서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은 일의 비중을 높여나가면 된다. 시키는 일이나 하면 바보다. 딴짓거.. 2019. 6. 26.
커피에 대한 한 아이디어 1 아내는 또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소리 내어 커피콩을 갈고 물을 부어 내리는 일이 또 나 혼자만을 위한 일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멋쩍은 일입니다. 건강에 좋다고 하고는 금방 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는 식으로 오락가락 하니 그런 일이 벌어지고 그러면 그런 문제엔 문외한인 나는 난처한 입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극단적으로 생각해서) 어떤 고약한 학자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발표하는 경우라 할지라도―가령 누가 돈을 왕창 벌게 해 주거나 쫄딱 망하게 하고 싶을 때―그동안 커피가 건강에 좋다고 한 내용과 그렇지 않다고 한 내용들의 개요도 함께 발표해주면 소비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 차라리 더 좋겠습니다. 어쨌든 아내도 여기저기 고장이 난 데가 있기 때문에 커피 .. 2019. 6. 22.
아름답고 아늑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썰렁하거나 숙연해지기도 하는 세상 아름답고 아늑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썰렁하거나 숙연해지기도 하는 세상 2019. 6. 18.
잊히지 않는 밥상 (1) 잊히지 않는 밥상 ⑴ 아침의 서울1호선 1 그 밥상을 떠올리면 너무 멀리 와 있는 느낌입니다. 거기 그날들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괜히 이렇게 떠나와 있고 어쩌면 그날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듯한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나는 오십여 년 전에 초등학교 교사 발령을 받아서 첫 해에 4학년.. 2019. 6. 11.
회화나무 회화나무 1 회화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대단하진 않지만 반가웠습니다. 야단스럽지 않아서 내가 반가워해도 그걸 눈치채고 바라보는 이가 없어서 더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아서 저 아래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21일 토요일, 국립중앙박물관 옆 용산가족공원으로.. 2019. 6. 4.
차이(差異) 차이(差異) 1 간단한 시술을 받으려고 2인용 병실에 있었습니다. 옆 사람이 먼저 실려 나가는 걸 보며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든가 하는 얘기도 생각났고 소 돼지 같은 짐승이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도 이런 생각으로 동료 짐승을 바라볼까, 잠시 같잖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2 그로부터 .. 2019. 6. 2.
엄살 1 아내로부터 엄살이 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여러 번? 솔직하게 말해도 좋다고 하면 당장 지겨워 죽겠다고 할 것입니다. 나도 익숙해졌고 객관적으로 말하면 우리에게는 내가 엄살이 심하다는 게 정설(定說)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려고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엄살이란 '아픔이나 괴로움, 어려움 따위를 거짓으로 꾸미거나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 나타내는 태도'입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사람은 ―그러니까 나도 하나의 사람이긴 하다면―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하거나 아주 쬐끔 아픈데 그걸 풍선이나 팝콘처럼 부풀려서 나타내는 게 일상적이어서 마침내 그게 태도가 되어버린 인간인 것입니다. 2 사실은 나는 약골(弱骨)입니다. 아주 고달플 땐 덜컥 어디가 아파서 병실에 들어가 벌렁 드러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2019. 5. 27.
달빛 아래 눕기 2019.4.27. 달빛 아래 눕기 * 괜히 잠이 깨어 잠시 일어나 앉았습니다. 첫새벽이어서 다시 누우려고 뒤돌아보다가 그 자리에 달빛이 들어와 있는 걸 보았습니다. 창문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우기(雨氣)가 차 있어 선연하진 않은 대신 평소에 비해 부드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달빛이 나.. 2019. 5. 19.
애기똥풀꽃 1 유치원 가는 길입니다. "이게 무슨 꽃이야?" "모른다"고 말하고, "혹 아는 사람?" 하고 물어보거나 나중에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강조하던 일은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가짜 교육자여서 그럴까요?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는 그 기초적인 방법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글쎄? 음, 노루궁뎅이 같은데?" "노루궁뎅이? 그래?!" 순간 그게 생각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합리화를 시작했습니다. 그 비슷한 이름을 가진 노란 버섯을 먹어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름들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노루궁뎅이 같지 않아? 궁뎅이가 예쁜 노루라면 저렇게 생겼을 것 같지 않아?" 낯 뜨거운 일이지만 정말로 '노루궁뎅이가 맞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했습니다. 2 데려다주고 오니까 그제.. 2019. 5. 17.
"또 그 소리" 1 "또 그 소리, 지겨워." '또 저놈의 이야기, 언제까지 저러려나?' 심하면 짜증스럽고 역겹기도 합니다. 방송에서 듣는 몇 가지입니다. "아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바쁜 일손을 돕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느라 바쁜 모습들입니다." "고개를 넘자 푸른 들판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날 모인 시민 서포터스는 단 3명이지만 그들의 취재 열기는 전문기자 못지않았습니다." "오월은 사랑과 존경의 인사를 많이 하게 되는 달입니다." 2 '또 저런 소리!' 싶었던 몇 가지인데 기자나 작가는 "그런 말이 어때서?"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팔을 걷어붙였습니까?" "관광객들이 쉬느라고 바쁘다고요?" "들판이 어떻게 반겨주었습니까?" "그들의 취재 열기가 전문기자인 당신보다 .. 2019. 5. 12.
함께 날기와 날려주기 출처 《샤갈 Chagall》(2010.12.3~2011.3.27. 서울시립미술관). 누구나 한때 함께 나는 것일까. 누구나 한때 날려주는 것일까. 어떤 이는 샤갈처럼 자주 함께 날고 자주 날려주며 살아가는 것일까. 왜 그런 것일까. 2019. 5. 7.
"아름다운 점령" "아름다운 점령" 5월입니다. 신록이 드리워졌습니다. 새 이파리들이 꽃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꽃처럼 곱습니다. 그래서 난 새 잎들을 잎꽃이라고 부릅니다. 잎꽃들이 산과 들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점령입니다. 좋은 철에 이 집 온 식구들 좋은 나날이기 바랍니다. 시인 雪木이 .. 2019.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