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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애기똥풀꽃

by 답설재 2019. 5. 17.

 

 

 

 

 

    1

 

유치원 가는 길입니다.

"이게 무슨 꽃이야?"

"모른다"고 말하고, "혹 아는 사람?" 하고 물어보거나 나중에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강조하던 일은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가짜 교육자여서 그럴까요?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는 그 기초적인 방법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글쎄? 음, 노루궁뎅이 같은데?"

"노루궁뎅이? 그래?!"

순간 그게 생각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합리화를 시작했습니다. 그 비슷한 이름을 가진 노란 버섯을 먹어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름들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노루궁뎅이 같지 않아? 궁뎅이가 예쁜 노루라면 저렇게 생겼을 것 같지 않아?"

낯 뜨거운 일이지만 정말로 '노루궁뎅이가 맞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했습니다.

 

 

    2

 

데려다주고 오니까 그제야 '검색'이 생각났습니다.

'봄철 노란 야생화'를 써넣고 '이미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런! 애기똥풀꽃입니다.

'진짜 애기똥같이 생겼잖아!'

'어쩌지? 뭐라고 변명하지?'

 

 

    3

 

"이거 말이야."

시큰둥.

"음, 이 꽃 말이야. 노루궁뎅이가 아니고 애기똥풀꽃이래. 애기똥같이 생겼지?"

"알았어."

"그만해!"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인 줄 알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알았어."는 그런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다 때가 있습니다. 나는 꼭 이런 식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4

 

'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할아버지 자격시험을 지필고사 같은 걸로 치르지 않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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