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
2024. 9. 21.
장정일 「月刊 臟器」
月刊 臟器 장정일 제호(題號)가 이렇다 보니 저희 잡지를 대한내과이사회나 대한개원내과의사회의 기관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또 어떤 분들은 한국장기기증협회 기관지로 오해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月刊 臟器》는 창간한 지 29년째 되는 순수 문학 잡지입니다. 아(我) 지면을 통해 시인 6789명, 수필가 533명, 소설가 67명, 평론가 21명이 등단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한국 대표 시인과 중견 소설가가 즐비하죠. 그냥 해 보는 가정입니다만, 이 분들이 동시에 활동을 멈추게 되면 한국 문학은 그야말로 시체가 되죠. 이분들이야 말로 한국 문학의 심장, 폐, 간, 위, 쓸개, 신장, 비장......이니까요. 연혁이 비슷한 다른 문예지에 비해 저희 잡지가 배출한 작가의 숫자가 절..
2024.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