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 미래
1
유사 지구입니다
희소 생물입니다
심우주에서 온
크리처입니다
수없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
누구였을까
우리의 집에 행성이 충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희고 부드럽게
맑은 우주를 흘러 다닐 뿐입니다
웃고 있을까
어젯밤 무인 우주선에
눈과 입을 그려준 사람
희소 미래
2
너희는 희소 생물에게 이름을 불러준다
먼 외계에게
작고 투명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복슬 눈사람 인형에게
눈의 기억을 들려준다
흰 청력의
눈사람 언어를 영영 알 수 없지만
너희는 눈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도 밟지 않는 눈길에
미래를 주저하고
첫 발자국을 거둔다
흰 눈이 지켜지는 동안
이곳은
흰 심장과 하얀 폐를 숨긴
환한 행성이었다
...........................................................
안미린 2012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현대문학』8월호에 이 시인의 시 「희소 미래」열 편이 실렸다. 이 세상의 미래라는 생각을 하다가 지금 이곳에 그 미래가 이미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세상이 따스하게 혹은 쓸쓸하게 보이고, 남아 있는 시간 동안에라도 어떻게든 생각을 하며 지내야 하겠다는 느낌이었다.
이들 시와 함께 시인의 에세이도 소개되었다.
(...)
우리는 백 년 전에 단 한 번 만난 사람처럼, 마침 그 장소가 해변이었던 것처럼 마주한 적이 있다.
나는 당신이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장르의 첫 독자인지 알 수 없었다. 오래전 당신은 시를 쓴 것 같았다. 소설을 쓴 것 같았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다 방금 그만둔 것 같았다. 거실을 비우고 전시를 열고 싶은 것 같았다. 가상의 눈사람을 설치하고 해체하고 싶은 것 같았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모든 것을 읽는 사람, 그런 유의 깨끗함을 가진 것 같았다.
나는 당신과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최근에 읽은 책과 겨울 해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곧 정적이 찾아왔다. 우리는 그걸 가만히 놔두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詩 읽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4) | 2024.09.21 |
---|---|
이신율리 「안개의 노래」 (6) | 2024.09.09 |
나의 '詩 읽은 이야기' (15) | 2024.08.05 |
김사람 「인공 우주 광시곡」 (13) | 2024.07.02 |
김복희 「요정 고기 손질하기」 (6) | 2024.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