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이 시집의 시들은 아프다.
나는 아프면서도 아픔이 뭔지 모르고 살았나?
2010년에 이 시집을 사고 또 십여 년을 살아보고서 비로소 아픔 속에 살아온 것을 알게 되었나?
결국 그 아픔이 세상 전부라는 걸 알게 되었나?
허수경 시인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시를 써서 등단해 놓고 독일에 가서 고대근동고고학을 배웠단다.
아파서 그랬을까?
돌아오지 않고 일찍 죽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슬프다.
사람들이, 죽고 나면 그 순간, 결국 슬픈 인생이 된다는 것을 알면 그러지 않고 살아갈까?
허수경 시인은 다 알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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