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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안미린 「희소 미래 1」 「희소 미래 2」

by 답설재 2024. 8. 18.

 

 

 

희소 미래

      1

 

 

유사 지구입니다

 

희소 생물입니다

 

심우주에서 온

크리처입니다

 

수없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

 

누구였을까

 

우리의 집에 행성이 충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희고 부드럽게

맑은 우주를 흘러 다닐 뿐입니다

 

웃고 있을까

 

어젯밤 무인 우주선에

눈과 입을 그려준 사람

 

 

 

희소 미래

      2

 

 

너희는 희소 생물에게 이름을 불러준다

 

먼 외계에게

작고 투명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복슬 눈사람 인형에게

눈의 기억을 들려준다

 

흰 청력의

눈사람 언어를 영영 알 수 없지만

 

너희는 눈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도 밟지 않는 눈길에

미래를 주저하고

 

첫 발자국을 거둔다

 

흰 눈이 지켜지는 동안

 

이곳은

 

흰 심장과 하얀 폐를 숨긴

 

환한 행성이었다

 

 

 

...........................................................

안미린  2012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현대문학』8월호에 이 시인의 시 「희소 미래」열 편이 실렸다. 이 세상의 미래라는 생각을 하다가 지금 이곳에 그 미래가 이미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세상이 따스하게 혹은 쓸쓸하게 보이고, 남아 있는 시간 동안에라도 어떻게든 생각을 하며 지내야 하겠다는 느낌이었다.

 

이들 시와 함께 시인의 에세이도 소개되었다.

 

 

(...)

우리는 백 년 전에 단 한 번 만난 사람처럼, 마침 그 장소가 해변이었던 것처럼 마주한 적이 있다.

 

나는 당신이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장르의 첫 독자인지 알 수 없었다. 오래전 당신은 시를 쓴 것 같았다. 소설을 쓴 것 같았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다 방금 그만둔 것 같았다. 거실을 비우고 전시를 열고 싶은 것 같았다. 가상의 눈사람을 설치하고 해체하고 싶은 것 같았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모든 것을 읽는 사람, 그런 유의 깨끗함을 가진 것 같았다.

나는 당신과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최근에 읽은 책과 겨울 해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곧 정적이 찾아왔다. 우리는 그걸 가만히 놔두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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