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계
안미옥
네가 작은 돌멩이라면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올 것이다 잘 보이는 곳에 놓고 두고두고 볼 것이다 곁에 둘 수 있는 다른 돌멩이를 찾아보기도 할 것이다 매일 깨끗하게 닦고 햇볕에 잘 말려두고 가끔은 이리저리 옮겨 다른 풍경을 보게 할 것이다 네가 작은 돌멩이라면
여긴
버튼을 눌러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유리 액자 안 작은 돌멩이
나는 매일 다시 돌아와 보았다
만질 수 없는
너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제자리 뛰기를 했다 중력을 거슬러 있고 싶은 곳에 있겠다는 듯이 아무리 높게 뛰어올라도 어딘가 도착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다른 시간을 찾아보겠다는 듯이 매번 같은 자세로 넘어지면서
눈사람 이야기를 읽다가 덮는다 마지막엔 다 녹을 것이므로
네가 작은 눈송이라면 곁에 있는 눈송이와 함께 뭉쳐놓을 것이다 알게 놔둘 것이다 단단하게 녹을 수 있다는 것을 오리도 되었다가 곰도 되었다가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녹지도 부서지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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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2012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온』『힌트 없음』『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현대문학상〉수상.
시인은 잡다한 것,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걷어내고 세상을 새롭게 형상화한다.
나는 거기에 걸려들어서 뛰어들고 싶어 한다.
시인의 눈이 되고 싶기도 하고, 그 세상 속 가령 돌멩이나 눈송이가 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내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여기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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