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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정지용 「비로봉毘盧峰2」

by 답설재 2024. 12. 23.

담장이

물 들고,

다람쥐 꼬리

숱이 짙다.

산맥 우의

가을ㅅ길―

이마바르히

해도 향그롭어

지팽이

자진 마짐

흰들이

우놋다.

백화白樺 홀홀

허울 벗고,

꽃 옆에 자고

이는 구름,

바람에

아시우다.

 

 

 

 

2022년 8월에『현대문학』에서 이 시를 보았다. 유종호 에세이 「어떻게 키웠는데―자작나무와 엄마 부대」에 소개되었는데 시 한 구절 한 구절을 해설해 놓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시의 단어 하나하나, 각 행 혹은 전체적인 내용을 묻는 시험을 본다면 나는 답할 수가 없다. 웬만한 사정이면 시를 찾아 읽는다고 읽어왔지만 그런 걸 어떻게 하나.

그렇지만 나는 이 시를 여러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가슴속으로 들어와 일렁이는 가을빛이 좋았다.

 

시조차 신문기사 해석하듯이 해석하려는 시험문제 출제자가 보면 나는 한심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또 그러한 시험문제 출제자들을 보면 한심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